▲행사의 흥을 내기 위해 설치된 풍선은 오히려 장애물이 되었다.이철용
청각장애인을 인솔한 지도교사들은 출제된 문제가 청각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문장 해독력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같은 문제도 청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어휘를 사용해 출제되어야 하는데, 출제된 문제에는 이러한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수화통역사들이 수화통역을 해주려고 했지만 주최측이 허락하지 않았다.
한 지도교사는 다른 장애와는 달리 시각장애인의 경우 전맹(전혀 보이지 않음)과 약시 등 다양한 등급이 있는데 이 사람들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전맹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대회에서 시각과 청각장애인에게는 가산점이 없었고 지체장애인은 등급별 가산점이 주어졌다. 시각과 청각장애인은 동점이 나왔을 경우에만 중증자, 연장자 우선으로 시상을 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본선 문제뿐만 아니라 예선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인터넷을 통해서 예선을 치르고 그곳에서 선발된 150명이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선을 인터넷으로 치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대리로 응시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어서 공정하지 못했다는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주최측, "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문제 발생했다"
25일 행사를 직접 진행한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문화사업부 김봉섭 대리는 이날 시각장애인의 정보검색대회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처음으로 치른 행사이고 본인들이 비장애인이라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운영체제(OS)의 문제는 깊이 고려하지 못했고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 사용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스크린 리더기(음성지원 프로그램)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시중에 사용되는 대표적 스크린 리더기 3가지 중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2가지였고 참가단체 중 한 곳이 나머지 1개의 프로그램이 없으면 대회에 응할 수 없다고 해서 문제가 커졌다고 했다.
이러한 답변은 시각장애인 중에 전맹이 아닌 약시들의 경우 '스크린 리더기'보다 화면을 보고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것이었다. 약시의 경우 운영체제(OS)의 혼동은 절대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고민 없이 장애인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윈도우즈98'이 아닌 '윈도우즈XP'를 일괄적으로 설치했다.
3개 장애 유형 중 지체와 청각장애인들의 대회를 먼저 진행한 부분에 대해서 김 대리는 심사위원장이 "1개 이상의 스크린 리더기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라고 해서 전체 진행 일정을 감안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보통신부 담당자인 정보화기획실 정보화기반과 윤양수 사무관은 25일 정보화 검색대회에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하여 사후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사무관은 "대회를 처음 개최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 것 같은데 다음 대회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정보통신부에서 산하기관인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을 통해 진행했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연구소에 행사 전반을 일임해 진행했다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박종배 부장은 밝혔다.
이날 경시대회는 답안을 디스켓에 담아 제출하고 바로 심사위원들이 현장에서 채점을 해 시상했다. 각 부문 1등은 정보통신부장관상과 300만원의 상금, 2등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상과 200만원의 상금, 3등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원장상 등 후원기관장상과 상금 100만원의 상금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2부 휠체어 에어로빅 등 축하공연
모든 대회를 마친 오후 1시 30분부터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첫 번째 순서로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씨는 '그 얼굴의 햇살', '줄리아', '어린시절' 등의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었고 노래 중간 중간에 자신의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두 번째 순서로 중앙대학교 수화동아리 '손짓사랑'은 발랄하고 다양한 수화노래들을 펼쳤고 마지막으로 용인대 특수체육학과의 휠체어 에어로빅팀 8명은 박진감 넘치는 휠체어 에어로빅을 선보였다.
서창열, 장유선, 한상용 씨 부문별 금상
축하공연에 이어 오후 2시 35분 시상식이 이어졌다. 시상식에서 김송석(단국대학교 특수교육연구소 특별연구원) 심사위원장은 "이번 대회에 문제점들이 많이 발생했지만 다음부터는 지도교사들의 의사가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지체장애인 부문 금상을 수상한 한상용(47세)씨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는데 감사하고 대회를 치르며 중간에 컴퓨터가 다운이 돼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생각지 않게 금상을 받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했다. 한씨는 컴퓨터를 사용한 지 5년 정도 되었고 정보검색대회는 처음 참가한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부문 금상 수상자인 서창열(31세)씨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주어진 것 같다. 특별한 문제는 없었고 다른 시각장애인과는 달리 처음부터 '윈도우즈98'이 설치되어 있어 컴퓨터와 관련한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청각장애인 부문 금상 수상자인 장유선(29세)씨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금상을 타서 기쁘고 두 번째 문제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잘 풀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장씨는 정보검색대회를 3번째 참가한다고 했다.
준비소홀로 인한 "장애인의 좌절",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번 행사는 정보통신부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을 통해 정보화 시대에서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들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전국의 85개 기관을 선정해 장애인에게 컴퓨터 무료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인터넷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장애인에 대한 접근이 피상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나타났다.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장애인의 기대와는 달리 정통부를 비롯한 행사 주최측은 이번 대회에 장애인의 입장에서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애인의 고통과 아픔,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 없이 일방적인 행사진행과 준비는 장애인에게 새로운 좌절을 맛보게 해주었다.
장애인을 위한 정보화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장애인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이번 대회에서 "정보격차 해소와 정보의 바다에서 장애인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통부 변 차관의 말은 씁쓸하기만 하다.
더 나아가 IT강국, 세계최고의 인터넷망을 자랑하며 그것을 이끌어나가는 정보통신부의 현실과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앞선다. 장애인의 눈으로, 장애인의 입장에서 대회를 꼼꼼하게 챙기며 치를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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