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동의 조촐한 잔칫날

등록 2003.06.26 17:31수정 2003.06.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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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동네 사람들이 학교식당에 모였다. 동장님과 시의원 그리고 동네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뿐만 아니라 목사님도 자리를 채웠다.


전남 목포시 동명동은 선창과 가까운 동네로 구 도심에 속하고, 원래 일제시대 갯벌을 매립해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인구가 만 명을 조금 넘지만 결손 가정도 많다.

부부가 이혼했거나 아니면 먹고사는 일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없어 할머니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경우도 있다. 목포 남초등학교는 동명동 관내에 있는 초등학교다. 그렇지만 전교생 560여명 가운데 59명이 결식아동이다. 전체 학생 수의 10%가 점심을 해결하지 못한 셈이다. 목포시내 다른 학교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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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생활보호 대상자로 돼 있으면 정부지원으로 무상급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점심을 해결하지 못한 실정인데도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세대의 학생들에게는 이같은 혜택이 돌아가질 않는다.

59명 가운데 무상급식 수혜자는 30명, 나머지 20명의 학생이 문제가 된다. 한해 학생 1명의 급식비는 30만원 정도, 그래서 이 동네는 결식학생 뿐만 아니라 넉넉하지 못한 이웃을 위해 특수시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결식아동 등 돕기 나서


지난 25일 목포남초등학교에서 조촐하게 열린 행사에서는 아름다운 분위기가 내내 이어졌다.

동네 목사님은 성도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결식아동들을 위해 급식비를 충당했다. 또 시의원은 제분업체로부터 밀가루를 얻어 와 어려운 동네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도 쌀 한 포대씩 선사했다. 특히 이날 동네출신으로 시의원을 지냈던 최기동씨는 자신이 7년 전에 구입해 마을 골목마다 소독하는데 사용해 왔던 방역차량을 기증하기도 했다.

최씨는 차량을 기증하게 된 이유에 대해 “현직 시의원도 있는데 내가 운전하며 소독하고 다니면 그렇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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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는 또 목포교육청에서 동사무소 직원과 목사님께 감사장까지 전달했다.

동네 사람들이 합심해'이웃사촌 사랑운동’을 펴온 결과다.

김장흥 동장은 “이웃사촌의 의미를 회복하는 운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넉넉치못한 이웃과 함께 하려는 사회적 기풍이 조성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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