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크레파스만을 고집하는 어린이들, 그리고 매정하게 버려진 헌 크레파스박소영 기자
입학할 때 둘러보고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유치원을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다고 해서 모처럼 방문했지요. 어린이들의 공간을 나름대로 상상하며 동화책 속의 예쁜 책상들을 떠올렸습니다.
역시 둘러보니 제 상상에 얼추 들어맞는 아기자기한 공간이었지요. 방마다 어린이들의 예쁜 글씨와 직접 그린 그림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기 수업시간이었어요.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인 몇 개의 탁자 위에는 제가 지금껏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다양한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단연 크레파스였지요.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거의 모든 크레파스가 새것처럼 온전했지요. 저는 어린이들이 크레파스를 유독 잘 부러뜨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크레파스가 모두 새것 같네요?"라고 선생님에게 살며시 여쭈어봤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부러진 크레파스는 쓰려고 하지 않아요. 동강난 크레파스를 골라내는 것도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그 때 앞쪽에 앉은 한 어린이가 크레파스를 힘주어 그리다가 뚝 하는 소리를 냈어요. 그 어린이는 부러진 크레파스를 팔로 밀치며 탁자 밑으로 떨어뜨리더군요. 선생님은 제게 "저것 보세요"하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그날 저는 마음이 참 착잡했어요. 요즘 어린이들의 낭비벽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은 '새것=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등식에 익숙해져 있는 게지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어른들의 물질만능주의에서부터 일까요?
'사줘, 사줘'하는 철없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오늘은 참 거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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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새것은 좋고 헌것은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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