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 전북지사 공사계약 커넥션 의혹

직원 부인 주주참여 회사에 공사 수의계약
골프·향응접대, 도급액 5% 리베이트 공식화

등록 2003.06.27 16:46수정 2003.07.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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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북도에서 인터넷 기간망 사업체에 근무하는 일부 직원들이 통신공사업체와 유착, 자신들의 부인들을 주주로 참여시켜 회사를 만들고 공사를 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또한 직원들이 공사도급을 미끼로 통신공사업체들로부터 관행적으로 뇌물과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인터넷 기간망 사업자는 인터넷 접속서비스 업체에게 인터넷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사업체로 KT와 파워콤, 아이네트 등이 대표적 회사이다. 기간망 사업체는 인터넷 사업체들에게 광케이블 등 네트워크를 임대하고 PC방, 아파트, 대형빌딩 등의 이용자에게 접속시설을 설치해준다.

인터넷 기간망 사업체의 비리의혹은 정보통신공사업체와 공사계약 과정에서 발생한다. 기간망 사업자는 인터넷 접속 사업자에게 제공되는 광케이블 선로공사와 이용자 접속장비 설치 공사를 정보통신공사업체에게 도급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은 인터넷 기간망 사업체 일부 직원들의 업체와의 유착, 부조리가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골프와 향응접대는 기본이고 도급액의 일정 비율을 리베이트로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기간망 사업체 직원은 통신공사업체로부터 고급 승용차와 아파트까지 제공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유착,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인터넷 기간망 사업체 직원은 파워콤 전북지사의 A, B씨 등 2명이다. A씨는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실무부서의 과장으로 근무하다 얼마전 영업부서로 자리를 옮겼으며, B씨는 본사로 올라갔다. 또 데이콤 전북지사 직원 C씨도 포함된다.

이들의 비리는 정보통신공사업체인 M사와 유착에서 비롯된다. M사와 기간망 사업체 직원들의 연결고리는 M사의 실질적인 사주이자 대표이사의 형인 J씨이다.

통신공사업계에서는 이들이 이미 공적관계를 초월한 사업적 동지 관계로 통할만큼 밀착돼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밀착관계는 이들이 함께 각각 부인과 동생명의로 통신공사업체를 설립한 것으로도 충분하게 설명된다.

파워콤 직원 A씨와 데이콤 직원 C씨는 지난 2000년 자신들의 부인을 주주로 참여시켜 J씨의 또 다른 동생 J씨를 대표이사로 하는 정보통신공사업체 N사를 설립했다. 지난 4월초 N사의 주주명부를 확인한 결과 C씨의 처인 L씨가 40% 지분을 가지고 있고 A씨의 처 D씨와 J씨의 동생이 각각 30%씩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도급회사의 직원 부인들과 수급업체의 사장 동생이 회사를 만든 것만으로도 의도와 결과는 뻔하다.

이 점을 이해하려면 파워콤과 데이콤의 관계, 파워콤이 발주하는 공사 내용을 알아야 한다. 데이콤은 기간망 사업과 인터넷 접속사업을 병행하는 업체로 일부 자체적으로 기간망을 구축하고 있으나 주로 파워콤의 기간망을 임대, 사용하고 있다. 곧 데이콤은 파워콤의 주요 고객인 것이다.

인터넷 기간망 통신공사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한국전력 전선주를 이용한 광케이블 선로공사와 수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케이블과 연결하고 장비를 설치하는 단국공사가 있다.

파워콤은 이들 공사를 매년 공사단가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해 도급하고 있으며 일부는 수의계약으로 발주하기도 한다. 또 지난해까지 이와 별도로 통신공사업체가 영업(인터넷 접속사업자 유치)을 해오면 해당 공사를 유치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도급했다.

이것이 데이콤 직원과 파워콤 직원 부인이 주주로 참여해 N사를 설립한 배경이다. 데이콤의 인터넷망 연결공사를 C씨가 N사를 통해 파워콤으로 주면 다시 파워콤은 N사에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도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N사는 주로 단국공사를 하는 업체로 파워콤으로부터 도급한 공사금액만 설립 첫해인 2000년 6억원을 비롯 2001년 14억원, 2002년 3억원 등 23억여원에 달한다. 올해도 파워콤의 공사단가계약업체들로부터 상당량의 하도급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밝혀져 막후에 A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비리의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1000만원 이상의 공사에서 도급액의 5%가 리베이트라는 것은 통신공사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통신공사업업계에서 평소 파워콤 직원들을 관리하지 않으면 파워콤의 공사는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골프접대는 기본이다.

주중에도 업체대표들을 불러 영업을 빌미로 골프를 친다. 부담은 당연히 통신공사업체 사장들이다. 보통 3∼4업체 업체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수시로 가요주점에서 술과 여자도 대접하는데 자기들끼리 술을 먹고 술값을 요구하는 경우 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파워콤 직원들과 J씨가 매우 특별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가 아파트와 자가용을 구입하는데 J씨가 도와줬다", "B씨의 자가용도 J씨가 사줬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취재과정에서도 이들의 유착 가능성이 확인됐다. 파워콤 전북지사장을 만나 취재를 한 뒤 모 업체 사장이 노발대발하며 "자신을 제보자로 몰리고 있다"며 강력 항의하는 전화를 받았다. 또 M사의 J씨와 잘 아는 사이라며 만나자는 사람도 있었다.

취재중에 구체적인 회사이름을 거명하지도 않았는데도 어떻게 알고 기자에게 전화를 했는지, 또 특정회사를 제보자로 몰아 압박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신공사업계 관계자는 "기간망 사업자 직원의 비리는 통신공사업계 수주질서를 흐리고 공사비 과다, 부실공사 등의 문제점을 유발하며 결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며 "사법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비리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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