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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곤히 자는데 아내가 한참 동안 잠을 뒤척이다가 배를 만져보라
는 것이다. 아이의 심장소리가 느껴진다면서.
기실 아내는 임심 7주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벌써 아이의 심장소리가
느껴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하지만 아내는 신기한
듯 자꾸만 잠이 덜깬 남편을 흔들어 깨우며 자신의 배위로 내 손을 가
져간다. 귀찮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도 정신을 차리고 손을 살
며시 가져가댔다. 그런데 역시나 내 예상대로 아내의 배에선 아무것
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와 작년 12월에 결혼해 지금 7개월이 지났다.
2주전부터 자꾸만 졸음이 쏟아지고 피곤해 하는 아내에게 병원에 가보
라고 권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저번 주 병원에 다녀와 대뜸 하는
말이 '착상촉진제'를 맞고 '초음파'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착상촉진제? 하면서 나를 그 주사가 무엇인지 처음에는 잘 몰랐었다.
그동안 낮엔 직장다니고 밤엔 학교에 다니는 만학도 아줌마가 너무 무
리해서 그런가보다 하며 영양제 링겔 주사나 맞았겠거니 하는 나에게
착상촉진제는 언뜻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임신이었던 것이다.
아내에게 가끔 짜증을 부리고(물론 결혼 전엔 하늘의 별도 따다 줄듯
이 했었지만)결혼 7개월을 갓 넘긴 초보부부로서 의견충돌이 가끔 있었다. 하지만 임신이란 말을 듣고선 모든 것이 변했다. 세상이 바뀐것이다. 내 자신 스스로 생각해도.. 주말마다 꽃, 허브등을 번갈아 가며
아내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자주 속이 메스껍다고 호소하는 아내 등이
며 발을 퇴근후에 정성들여 밤 늦게까지 주물러준다. 물론 여느 임신
한 아내를 둔 남편들이 이 정도는 못하겠는가마는 딴에는 최선을 다
한다.
새벽에 잠을 깨 지금도 피곤하지만 조금씩 변화해 가는 아내의 모습
을 보면서, 또 아내의 배속에서 자라가고 있는 아이를 생각하며 아빠
가 될 준비를 조금씩 한다.
처음으로 아기를 가진 아내가 가질법한 여러가지 심적 부담감을 덜어
주고, 편안한 마음으로 태어날 아이를 맞을 준비를 하도록, 아직 서툴
긴 하지만 많이 도와주려 애쓴다.
몇 달이 지나 아내 배속의 아이 심장 박동 소리가 확연히 느껴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주말이라 일찍 퇴근하고 돌아온 나에게 아내는 지금도 자신의 배를
만져보라며 보챈다. 아내의 그런 모습이 한 없이 사랑스럽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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