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의 말은 명백히 거짓이다." 당시 현장에 군수와 함께 있었다고 밝힌 강광웅씨. 김씨의 증언으로 5년을 끌고 있는 '거문도 사건'의 진실게임은 극적 반전을 맞고 있다.오마이뉴스 조호진
이른바 '거문도사건'이 기존 증언을 뒤엎는 새로운 증언자의 출현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거문도 사건'은 5년전인 지난 98년 군정 보고회차 관내 섬을 찾은 한 군수가 폭풍으로 발이 묶여 3일간 섬에 머물면서 지역유지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섬에 팔려온 어린 소녀와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놓고 벌인 공방을 말한다. (
박스기사 참조)
이 사건은 문제의 군수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재점화됐다. 당시 지역신문의 한 기자가 군수의 도덕성 검증 차원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논란의 당사자인 주승용 전 여수시장은 "(거문도에서)유지들과 노래부르고 논 것이 전부"라며 보도내용을 일축했고, 증인 대다수 역시 주씨가 부도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결국 관련 기사를 쓴 기자 등 기자 2명이 '후보 비방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한편 당시 군수와의 술자리 등에 동석했던 강광웅(54·여수시 삼산면 초도리)씨는 지난 6월 27일 '거문도사건'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주승용 전 군수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짚는 증언을 내놔 향후 이 사건의 재판을 두고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강씨는 28일 <오마이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군수측의 거짓주장으로 인해 기자 2명이 구속되는 것을 보고 이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증언대에 서기로 결심했다"고 증언 배경을 밝혔다.
여수시 삼산면 개발위원 자격으로 당시 군정보고회에 참석해 이 사건의 전 과정을 지켜봤다고 밝힌 강씨는 이날 법정 증언에서 "'노래만 부르고 숙소에 가서 잤다' '노래방에 부녀회원들이 있었다'는 등 기존의 주씨 주장은 전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강씨는 또 "이날 주씨 등과 함께 3차례에 걸친 술자리를 마친 뒤 여관에 함께 가 자신이 '다방 아가씨'를 불렀다"며 "당일 저녁 군수와 아가씨만 남긴 채 여관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당시 상황을 정리한 '사실확인 진술서'와 시간대별로 정리한 '진술요약표', 자신의 인감증을 첨부한 '인증서'를 순천지원에 제출했다. 다음은 강씨가 양심고백을 하겠다며 <오마이뉴스>에 취재를 요청, 28일 여수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일문일답이다.
<오마이뉴스>는 주승용 전 여수시장이 취재에 응할 경우 반론 인터뷰를 가질 계획이다.
| | 거문도 사건이란? | | | 18세 티켓다방 소녀의 일기장에서 시작된 '군수의 행적' 미스테리 | | | |
| | | ▲ 거문도 사건당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A양. | ⓒKBS 화면 촬영 | 98년 2월 당시 여천군수였던 주승용(전 여수시장)씨가 군정보고회를 위해 거문도를 방문했다가 폭풍주의보에 의해 사흘간 발이 묶였다. 이 사흘간 가운데 첫날, 군수의 행적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거문도 사건'이다.
'거문도 사건'은 KBS가 10대 소녀들의 인신매매사건을 다루면서 불거졌다.(98년 3월 28일 방송) 당시 거문도 티켓다방에서 일한 A양(당시 18세)의 일기장에 "시간 나감", "구박함", "ㅇㅇ군수"라고 적힌 사실이 보도돼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거문도 인신매매사건'을 수사했던 경남경찰청 수사대는 인신매매범 일당 검거에 주력, 고위 공직자의 실체와 윤락 혐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거문도 사건은 98년·2002년 여수지역 지방선거 때마다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주씨는 지난해 5월 <6·13선거 이슈추적>이란 제목으로 거문도 사건을 다룬 호남매일 서선택(40) 사회부장과 박성태(37)기자 등을 검찰에 고소했고, 법원은 이들에게 비방혐의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되고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 | | | |
"억울하게 구속된 젊은 기자들 누명 벗겨주기 위해 나섰다"
- 주승용 전 여수시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주승용 전 여수시장이 여천군수를 지낼 때부터 막역한 관계였다. 98년 통합 여수시장 출마 당시 측근 역할을 할만큼 가까웠고 삼산면에 오면 초도(草島·거문도 인근 섬) 우리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할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 막역한 사이였는데 왜 주씨 주장을 뒤엎는 증언을 하게 되었는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참 지나 TV 뉴스를 보는데 거문도 사건으로 해서 기자 2명이 구속된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로서, 젊은 기자들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구속된 것이 양심에 걸렸다. 그래서 젊은 기자들의 억울함을 벗겨주어야 한다는 결심을 갖고 증언을 서게 됐다."
- 군정보고회에는 어떻게 참석하게 되었는가.
"삼산면 개발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 군정보고회를 마친 뒤 어디로들 갔는가.
"군수께서 군정보고회가 끝나면 행정선을 타고 여수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폭풍주의보 때문에 가지 못하게 됐다. 어쩔 수 없어 군수, 면장, 군의원, 개발위원 등 20여명이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횟집으로 갔다. 식사를 마친 다음 G다방으로 가서 차를 한 잔씩 마신 뒤, 다방과 한 건물인 S노래방으로 전원이 몰려갔다."
- 다방 아가씨들이 이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누가 아가씨를 불렀는가.
"군수의 고등학교 선배이자 군의원을 지낸 김모(S노래방주인)씨가 다방 아가씨 2명을 불렀다."
- 어떻게 생긴 아가씨들이었는가.
"아주 앳띤 소녀처럼 보였다. 한 아가씨는 경상도 말투를 사용했고 또 한 아가씨는 별로 말이 없었다. 군수 파트너였던 경상도 아가씨는 경남 창원 인근이 고향이라고 들었으며 성은 정양이라고 불렀다."
- 노래방에서 처음 놀 때 분위기는 어떠했는가.
"처음에 맥주 1박스하고 패스포트 6~7병 가량 들어왔다. 군수가 자리에 참석한 전원에게 폭탄주를 제조해 준 뒤 건배제의를 했다. 군수는 '통합 여수시가 되면 여천군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하면서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라고 선창을 해 함께 건배를 했다."
- 술은 어느 정도 마셨는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술이 들어왔고 계속 폭탄주가 돌았다. 자리에 함께 한 김모씨는 난생 처음 마신 폭탄주를 17잔이나 먹었다고 말할 정도로 모두 많이 마신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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