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개그맨들이 아이디어를 구하거나 일반인들이 사업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아이디어 뱅크 전유성. 그리 많은 말을 하진 않지만 툭 하고 무심히 던진 그의 말 한마디는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무대 뒤편에 있는 그의 존재감을 계속 환기시킨다.
범상치 않은 그에 발맞춰 뭔가 특별한 질문을 하려 했건만 필자는 기어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도대체 어떻게 뽑아냅니까?"라는 범상한 질문만 던지고 말았다. 이에 그는 "개그맨이란 생각을 팔아먹는 사람들이다. 그저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게 떨어지는 순간 그 사람은 바로 그만둬야 하는 것이다"라며 직업관을 피력했다.
70년대 후반 대한민국에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코미디를 뒤로 '개그'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사용한 그는 '개그맨'이라는 신종 직업을 탄생시켰다. 무언가 남모를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 잔뜩 기대한 필자에게 그는 "오래 전부터 자꾸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는데 정말 아무런 뜻이 없다. 그냥 좀 멋져 보이고 싶어 잔머리로 만들어진 단어 일 뿐이다"라며 무심히 답한다.
짐짓 무심해 보여도 그는 '개그' 와 '진정한 웃음'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웃음의 립싱크'로 인해 사람들이 개그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며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예의 그 무뚝뚝한 표정에 짙은 안타까움이 서린다.
"아마 그때가 녹화 방송이 많아지기 시작할 무렵이었을 거예요. 외국 시트콤에 웃음이 깔리는 걸 보고 방송국에서는 그게 신선하다고 생각을 했던 거죠. 그래서 우리도 관객들을 모아 외국처럼 시도를 하려 했어요.
근데 웃는다는 건 정말 훈련되지 않으면 그리 쉬운 게 아니에요. 게다가 또 의도한 곳에서 웃음을 끌어내려면 제작진이 그 부분에 맞춰 일부러 신호를 보내요. 그러다 보니 웃음 전문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어처구니없는 신종 직업도 생겨 났죠.
하지만 정말 그게 말이 되나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제 각각 다른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똑같은 감탄사를 연발할 수 있나요? 그러다 보니 개그맨이 시청자를 웃기는 것이 아닌 방청객을 웃기게 된 거죠. 녹화 방송이다 보니 방송 전에 비방용 대사를 날려 억지 웃음을 유발하고 웃는 장면을 엉뚱한 곳에 편집해 방송하고. 참 굉장히 어처구니 없는 짓이었죠.
한편 집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방청객들이 왜 웃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거죠. '난 하나도 안 웃긴데 왜 그럴까?', 혹은 '내가 시대에 많이 뒤떨어졌나?'라며 시청자들이 결국 하나둘 멀어져 갔던 거예요. 이 말도 안되는 웃음의 립싱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개그로부터 멀어졌어요.
사람들은 진짜 웃음을 원해요.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가 잘 된 이유는 시청자들이 방청객들의 웃음을 진짜로 이해했기 때문에 성공한 거죠. 개콘의 방청객이 웃음 전문 방청객이 아닌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순수 아마추어 방청객이기 때문에 시청자와 같이 웃을 수 있었던 거예요."
덧붙여 그는 "다른 곳에 둥지를 튼 개콘 식구들이 새로운 것을 보여 주지 못하고 그저 답습에 머물고 있음이 무언가 잘 못 된 것 같다"며 연방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