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이 주의 새 책 네권

<개혁이 혁명보다...> <삼국지> <팜므 파탈> <비노바 바베...>

등록 2003.07.01 10:04수정 2003.07.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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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장성이 말하는 군(軍)개혁의 필요성
- 표명렬의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동아시아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하고, 냉전수구세력이 주장하는 주적 개념 역시 없어져야한다"고 말하는 특이한 예비역 육군장성이 있다.


1987년 전역하기까지 30년을 군대에서 지낸 전 육군본부 정훈감(준장) 표명렬(65). 그가 자신의 친정에 다름 아닌 군대에 대해 매운 회초리를 들어 혁신을 촉구했다. 최근 출간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동아시아)라는 책을 통해서다.

표씨는 그 자신이 인생의 절반을 군대에서 전우와 함께 밥을 먹은 사람. 분명 남다른 사랑이 있을 터. 하지만, 그의 군대비판은 가혹하고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국군은 해방정국의 소용돌이를 거쳐오면서 민족을 배반하고 일본천황을 위해 솔선 부역했던 친일세력들에게 완전 장악"당했으며 "32년간 독재권력의 정치적 시녀 역할에 충실하느라 인간 존엄의 가치관에 입각한 민주적 군대문화를 조성하는 일에는 무관심했다"는 날선 비판.

하지만 이 비판은 애정을 포함하고 있다. 표명렬은 군대가 국민의 품에 다시 안기기를 그 누구보다 학수고대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대란 원래 그런 것이야"라는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경직된 이데올로기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군대로 개혁해나가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

표명렬은 하루종일 돌담을 허물고 새 길을 내는 미화작업을 한 젊은 군인이 다음날 복구 이전의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보고해야한다는 이유로 전날 허문 돌담을 새로 올리고, 멀쩡하게 단장된 길을 파 헤쳐야하는 '아직도 변하지 않은 현실'을 슬퍼한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군대의 시계는 1950년대에 멈춰져있는 것이다.


비록 떠나온 조직이지만, 내부비판자에게는 비난이 돌아오기 마련. 하지만 표씨는 "외톨박이가 되더라도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앞으로도 군대에 대해 애정 어린 채찍을 들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모두 4부로 묶여진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의 2부 '1950년에 멈춘 시계'와 4부 '우리 시대, 새로운 군대를 향하여'는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물론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동의를 얻을만하다.


"고전의 정신이야말로 무한한 재생산의 보고"
- 황석영의 <삼국지>


창작과비평사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는 소설가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은 중국고전을 번역했다.

<장길산>과 <무기의 그늘>의 작가 황석영이 번역한 <삼국지>(창작과비평사·전10권)의 출간은 벌써부터 '1000만 부 판매 신화'를 만든 이문열판 <평역 삼국지>가 독점한 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 독자들과 만나게 된 황석영의 <삼국지>는 그가 방북과 망명 당시의 활동 등을 이유로 재판을 받고 감옥에 있던 1997년 후배 최원식(문학평론가)과 이시영(시인)의 번역권유를 받아들임으로써 시작됐다. 글(창작)을 쓸 수 없는 옥살이의 고독과 답답함을 번역을 함으로써 달랜 것이다.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우석대 전홍철 교수와 성균관대 임형택 교수가 텍스트의 대조·교열과 한시 번역을 도와주었고, 책에 삽입된 중국의 원로화가 왕흥시 화백의 그림은 읽는 재미에 더해 보는 재미까지 준다.

별책으로 나온 <즐거운 삼국지 탐험>에서는 주요 등장인물의 간략한 연대기와 각계 명사들이 말하는 <삼국지>, 고사성어 해설 등을 만날 수 있다.

공포의 대상을 넘어 능동적인 여성으로
- 이명옥의 <팜므 파탈>


다빈치
매혹적인 눈길을 보내며 곧게 선 모습, 낮게 내리 깔은 눈꺼풀과 욕망을 숨긴 음험한 미소, 어깨 위로 풍성하게 넘실거리는 금빛 머리카락과 상아로 만든 원뿔처럼 관능적으로 솟은 젖가슴.

우리가 느와르 영화나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에서 가끔 만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악녀 혹은, 요부)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남성=강자, 여성=약자'라는 낡은 도식을 비웃으며 남성중심 사회를 위협해온 팜므 파탈의 이야기가 풍성한 자료가 삽입된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됐다. 국민대 미술학부 겸임교수이자 사비나 미술관 관장인 이명옥의 <팜므 파탈- 치명적 유혹, 매혹당한 영혼들>(다빈치).

이씨는 '팜므 파탈'이 관습과 도덕에 억눌리지 않고, 원초적이며 야성적인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여성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던 남성들의 공포를 야기했음을 간파하고, 현대사회에선 팜프 파탈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남성과 세계를 파괴하는 악녀가 아닌 시대와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긍정적 이미지의 '팜므 파탈'을 발견하는 경험은 이 책이 주는 색다른 기쁨이다.

지척의 제자가 본 간디의 철학
- <비노바 바베, 간디를 만나다>


오늘의책
인도의 정신적 지주이자 평화적 독립운동의 성자로 불리는 간디. 그를 지척에서 수행하며 '비폭력평화운동'을 함께 이끈 비노바 바베가 평생의 스승이자 동지였던 간디의 철학과 사상을 알기 쉬운 언어로 풀어낸 책 <비노바 바베, 간디를 만나다>(오늘의책·김문호 역)가 출간됐다.

많은 인도인들에 의해 "간디의 가장 가깝고 가장 진실한 추종자"로 평가받는 비노바는 이번 책을 통해 간디의 어떤 면모가 젊은 시절의 자신을 매혹시켜 그토록 오랫동안 곁에 머물게 만들었는지를 고백하는 동시에 '간디를 지향하면서도 간디에 얽매이지 않는' 자기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평생을 아힘사(비폭력)와 사티아그라하(진리파지)의 철학 아래서 공동체활동과 교육활동에 헌신한 간디의 삶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당시 인도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꼼꼼히 서술하는 비노바의 문장에서는 영적인 진리와 실천적인 행동의 접점을 찾게 해준 스승에 대한 제자의 애정이 흠뻑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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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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