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하고, 냉전수구세력이 주장하는 주적 개념 역시 없어져야한다"고 말하는 특이한 예비역 육군장성이 있다.
1987년 전역하기까지 30년을 군대에서 지낸 전 육군본부 정훈감(준장) 표명렬(65). 그가 자신의 친정에 다름 아닌 군대에 대해 매운 회초리를 들어 혁신을 촉구했다. 최근 출간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동아시아)라는 책을 통해서다.
표씨는 그 자신이 인생의 절반을 군대에서 전우와 함께 밥을 먹은 사람. 분명 남다른 사랑이 있을 터. 하지만, 그의 군대비판은 가혹하고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국군은 해방정국의 소용돌이를 거쳐오면서 민족을 배반하고 일본천황을 위해 솔선 부역했던 친일세력들에게 완전 장악"당했으며 "32년간 독재권력의 정치적 시녀 역할에 충실하느라 인간 존엄의 가치관에 입각한 민주적 군대문화를 조성하는 일에는 무관심했다"는 날선 비판.
하지만 이 비판은 애정을 포함하고 있다. 표명렬은 군대가 국민의 품에 다시 안기기를 그 누구보다 학수고대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대란 원래 그런 것이야"라는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경직된 이데올로기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군대로 개혁해나가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
표명렬은 하루종일 돌담을 허물고 새 길을 내는 미화작업을 한 젊은 군인이 다음날 복구 이전의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보고해야한다는 이유로 전날 허문 돌담을 새로 올리고, 멀쩡하게 단장된 길을 파 헤쳐야하는 '아직도 변하지 않은 현실'을 슬퍼한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군대의 시계는 1950년대에 멈춰져있는 것이다.
비록 떠나온 조직이지만, 내부비판자에게는 비난이 돌아오기 마련. 하지만 표씨는 "외톨박이가 되더라도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앞으로도 군대에 대해 애정 어린 채찍을 들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모두 4부로 묶여진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의 2부 '1950년에 멈춘 시계'와 4부 '우리 시대, 새로운 군대를 향하여'는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물론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동의를 얻을만하다.
"고전의 정신이야말로 무한한 재생산의 보고"
- 황석영의 <삼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