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LG와 정홍식 사장의 이상한 인연 | | | |
| | ▲ LG통신사업부분 맡게 된 정통부 출신 정홍식 사장 | ⓒLG 제공 | 정홍식 사장은 애초 작년 말 하나로통신 CEO로 요청을 먼저 받았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 제안을 거절(?)하면서 "(데이콤을 포함한) 전부라면 모를까, 하나로통신만은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LG가 전부를 맡아달라는 요구를 하자 정 사장은 LG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것.
사실 정 사장은 PCS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문제 때문에 정보통신부 차관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정확히 말해 LG 때문에 정 사장은 옷을 벗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정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10회에 합격한 후 국무총리실과 대통령 경제비서실을 거쳤으며, 체신부 정보통신국장과 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차관 등 요직을 거친 정통 관료다. 기자간담회에서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회사를 직접 만들었다"고 했을 정도로 정보통신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LG가 공을 들여 정 사장을 영입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정 사장의 경우 아직도 따르는 정통부 관료들이 많아 LG가 향후 통신사업을 펼치는 데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LG와 악연이 있던 정 사장이 과연 LG와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 박수원 기자 | | | | |
(주)LG가 골치덩어리로 취급받던 통신부문 살리기에 나섰다. 말로만 3강이던 통신시장에서 진짜 3강 체계로 가기 위한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한 셈이다. LG의 통신부분 살리기에 선봉장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정통부 정통관료 출신인 정홍식(57)사장.
"5년만에 드라이를 했다"
7월 1일 여의도 LG트윈 빌딩 건물에 첫 출근한 정홍식 LG 통신부문 총괄 사장의 얼굴은 약간 상기돼 있었다. 1일 오전 10시 예정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 사장은 새로운 역할을 맡은 자신의 마음가짐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런 자리에 서게 된 것이 5년 만이다. 아침에 목욕재계했고, 이발소에서 5년만에 처음으로 드라이를 했다.
정 사장은 "얽키고 설킨 하나로통신 외자 유치 문제를 풀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있으면 이야기 해달라"며 "알렉산더 대왕처럼 단칼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맡은 일을)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 LG통신부분 총괄 사장이 1일 첫 출근에서 약속한 내용은 "5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그 동안 방치해뒀던 하나로통신을 확실시 챙기겠다"는 것. 정 사장의 이러한 약속은 외자 유치로 논란을 벌이고 있는 하나로통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정 사장은 "현재 추진중인 하나로통신의 외자 유치는 조건이 매우 불리하고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LG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하나로통신의 어려운 자금 문제를 빌미로 무리한 조건을 제기하고 있어 자칫 헐값 매각으로 인한 국부 유출 시비까지 일 수 있다"고 하나로통신이 추진하고 있는 외자유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신 정 사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하겠다는 규모와 비슷한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제안했다. 정 사장은 "만일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100% LG그룹이 책임지고 인수하겠다"며 "오는 3일 열리는 하나로통신 이사회에 이 제안을 상정, 논의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하나로통신이 처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1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LG가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는 투자와 함께 구조조정을 통한 유효경쟁체제 구축도 새로운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1단계로 우선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파워콤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소모적인 대결을 지양하고 동시에 공동마케팅과 인프라의 공동 활용을 모색하겠다는 것.
1단계 사업을 통해 하나로통신의 유동성 문제가 해소될 경우 2단계부터는 하나로통신, 데이콤, 파워콤, LGT까지 묶어 중복사업과 중복투자를 막고 본격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사업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가능하다면 두루넷 인수도 추진하겠다는 게 LG측 구상이다. 정 사장은 한편, 통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2단계 구체적인 사업으로 LG는 인터넷, 유무선전화, 방송을 묶어 종합통신사업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유선사업 1위인 KT와 무선사업 1위인 SKT가 할 수 없는 '차별화 된 전략'을 세우겠다는 뜻이다.
2단계 사업이 성과를 거둘 경우 추진될 3단계 계획은 좀 더 확장된 사업이다. 3단계 계획으로 LG는 글로벌정보통신사업통신, 방송, 정보, 컨텐츠, 서비스, 제조업을 묶는 글로벌컴퍼니를 내세우고 있다. 정 사장은 "3단계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외국투자가 필요할지 모르겠다"면서 "이를 통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2만불 시대의 선봉장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를 피력하기도 했다.
정 사장의 청사진...그러나 곳곳에 암초
정 사장은 하나로통신 5000억원 증자과정에서 하나로통신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과 SK등이 유상증자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을 불가능했다면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이미 유상증자에 대한 약속을 받아놓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LG나 정 사장의 계획처럼 하나로통신 유상증자와 함께 파워콤, 데이콤을 통합하는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정 사장의 장담과는 달리 하나로통신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과 SK반응이 신통치 않고,하나로통신 내부에서도 반발기류가 남아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가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유상증자 방안은 제기되지 않았다"며 "7월 3일 열리는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LG 이전에도 데이콤에 투자를 약속했다가 그냥 넘어간 사례가 있기 때문에 확실한 약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유상증자가 이루어지고 하나로통신, 데이콤, 파워콤의 통합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정홍식 사장과 데이콤 박운서 회장과의 관계도 어떻게 정리될지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LG는 정홍식 사장 영입 통해 그 동안 우왕좌왕하던 통신사업에 구심점을 세웠다. 정 사장을 지렛대 삼아 LG가 명실상부한 통신 3강에 진입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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