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여러분, 어떤 때 뚜껑 열리십니까

[성토장] 속내를 털어놔봅시다, 거침없이!

등록 2003.07.03 09:50수정 2003.07.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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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신: 3일 오후 6시> [독자의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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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과 여성은 화장실의 쓰임새가 다르다?


① 난 이때 뚜껑 열렸다

1.
90년대 중반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갔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워물고 걸어다니는 걸 수도 없이 목격했다. 근데 웃긴 건 우리나라 여자들도 밖에서는 그러고 다니는 걸 보게되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화장실에 숨어서 피우다가 남의 나라에 와서 자유를 만끽하는 그녀들이 불쌍해 보여서 여행도중 만나게 되는 우리나라 여행자 특히 남자들한테 이런 얘기를 몇 번 했더니

"내가 빨리 한국에 돌아가야 저런 꼴을 안보지." 그러는 거였다.

거기 여자들은 브래지어에 그냥 끈달린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들도 많았는데 앞에 그런 여자가 걸어가면 또 이런다.

"왜 우리나라는 저런 건 수입이 안되나 몰라. 남자들 눈요기 되고 좋잖아."

2.
난 사실 남자들보다 같은 여자들한테서 더 뚜껑 열릴 때가 많다.
한 예로, 난 담배 연기를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공중 화장실만 가면 여자들이 담배를 피워대는 데 정말 죽을 맛이다. 한 칸에 두 명, 세 명씩 들어가 담배를 피워 문다.


자기들이야 피우고 나가면 좋지만 뒷사람은 아주 곤욕이다. 한 번은 도저히 참다참다 열 받아서 히스테리를 부려버렸다.

"야, 니네 담배 피우고 싶으면 길거리에 나가서 피워. 왜 니들 흡연 욕구를 같은 여자들한테 피해를 주면서 성취하는 거냐? 길거리에서 담배 피울 용기 없으면 니네 담배 피우지마. 니들 권리는 남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니들이 찾아가는 거야." (ID 네모난돌)


② 난 이래서 대들었었죠

쪼그만 회사에 여직원3명, 남자직원6명.
커피 타먹는 휴게실과 복사실은 자연스럽게 여직원들 담당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휴게실에서 신문보고 막 펼쳐 놓는 거, 쓰레기 여기저기 흘리는 거, 담배꽁초 떨어뜨리는 거. 그리고 복사실에서 이면지 구겨서 버리는 거. 잘못 복사된 종이 찢어서 구석에 박아놓는 거. 다 남자직원들 짓이거든요.

근데 지저분하면 맨날 이사가 여직원들 뭐 하느라 관리하나 제대로 못하냐고 사무실 가운데에 서서 큰소리 빵빵 칩니다.

그래서 하루는 "그거 어지르는 거 남자직원들이 하는 건데, 우리가 그거 뒤치닥거리 해야 하나요? 어지르지를 말던지, 아니면 어지른 사람이 치우라고 하세요. 왜 여직원들이 다 관리를 해야합니까?" 큰소리로 대들었죠.

그랬더니 그거 뭐 힘든 일이라고 니일 내일 가리냐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그럼 청소하는 직원 하나 더 뽑으라는건가?" 빈정거리더군요. 물론 우리부서 부장님이 말려서 더 큰 소리는 안 났는데요.
회식할 때는 "너희 만한 딸이 있어서 회사생활 어려운거 다 안다"고 말하는 이사가 그런 일 있을 때는 전혀 그런 생각을 안하나 봅니다.

또 하나, 결혼해서 나이 많다고 손님 오면 "아무개야, 손님 커피드려"라고 얘기하는 언니가 더 미울 때도 있습니다. 손님 오셔도 그냥 있으면 그 담당자가 커피타서 대접하기도 하거든요. 근데 그 언니가 먼저 우리보고 커피주라고 할때가 진짜루 밉습니다.(난 아줌마)

③ 남자도 이럴 때 뚜껑 열린다

- 힘든 일은 당연히 남자 몫, 귀찮은 일은 남녀공동주의를 거리낌없이 실천하는 여자를 볼 때.

- 근거없는 일이나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뒷 얘기를 하면서, 앞에서는 실실 웃으며 밥 사달라는 여자를 볼 때.(주로 꼼꼼하지 못한 남자들이 이 꼴을 당하지요.)

- 야유회 갈 때,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사람의 차가 고급차라는 이유만으로, 앞좌석 뒷좌석에 자리 차지하고 미리부터 앉아 있는 여자들을 볼 때.

- 자기 컴퓨터의 사소한 고장도 못 고쳐서 쩔쩔 매는거 보고, 도와주려고 했는데 컴퓨터가 그래도 고쳐지지 않을 경우, 실력없다면서 짜증내고, 고맙다는 말도 안 하는 여자를 볼 때.

- 작은 회사 다니면 남자가 능력이 없는 줄 알고 좀 업수이 여기는 풍토가 있죠? 자기도 그 회사 다니면서 말이에요. 상사 알기를 우습게 알죠. 남자도 육감이 있는 동물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요? 남자의 육감도 아주 예리하답니다.(욕쟁이)

<1신:3일 오전 9시50분>

여성 여러분, 어떤 때 뚜껑 열리십니까


"아니, 옆에서 여자애들이 담배를 피고 있는 거예요. 친구랑 저랑 분개하면서 '어디서 여자애들이 담배를 피우느냐'고 따지면서 머리를 쳤죠. 하하… 지금은 많이 변했죠. 어디 그럴 수 있나요?"

지난 해 저는 한 남성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우연히 자리를 같이 하게 된 30대 중반의 그분은 "대학시절 친구와 다방에 갔다가 옆 자리에서 또래의 여자들이 담배 피우는 걸 보고 항의하고 때린 적이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다 옆자리를 보니 여자애들 둘이서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고, 근데 여자들이 담배 피는 꼴은 못 보겠더라고 말입니다.

저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속된 말로 '못 배운 사람'도 아니고 대학까지 버젓이 다니고 사업체까지 갖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여성인 제 앞에서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우스개'라면서 하더군요. 게다가 그분은 말 끝에 "요즘도 같은 생각이지만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세상이라서 항의하진 못한다"고 했습니다. 아니, 여자들은 기호품이라는 담배도 맘대로 못 피웁니까.

여자들이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지만 흡연 여성들은 아직도 "아무데서나 담배 못 피운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특히 서울 종묘공원쯤 되면 간이 웬만큼 크지 않고서는 담배에 불도 못 붙이지요. 언제 할아버지들께 '지팡이 세례'를 받을지 모르니까요.

어디 그뿐입니까. 직장 여성들은 임신도 마음대로 못합니다. 국내 모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제 친구는 "우리 부서에는 임신한 여직원이 한 명도 없다, 알고 보니 임신하면 암묵적으로 '사직'을 종용하더라"면서 "정말 치사하고 더러워서 회사 다니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많이 나아졌습니다. 여성부도 생겼고, 남녀차별 신고센터도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불합리함을 느끼고 살아야 합니다.

자, 대한민국의 여성 네티즌 여러분! 우리 속내를 한번 털어놔봅시다. 대한민국, 여성이 살기에 어떤 나라입니까.

오늘 하루 <오마이뉴스>가 여러분의 오만가지 소리를 다 들어 드립니다. 거침없이 내 쏟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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