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가 상처를 받자 보수 기독교와 우익 단체들은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고 부르짖고 있다.이승균
정의와 평화의 기독교는 이 시점에서 한반도 분단 상황을 둘러싼 이념적 대립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매우 폐쇄적이고 편협된 근본주의 종교로 탈바꿈해 버렸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황필규 국장은 "미국 중심의 반북적 가치관이 우익 기독교의 종교관과 교묘하게 결합, 일종의 유사 종교 이데올로기를 형성했다"며 "이런 상황이 곧 세계 유일의 신 냉전질서가 유지되는 한반도 상황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만열 박사(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는 현재의 우익 기독교의 궐기에 대해 "마치 이승만 정권 당시 휴전을 반대하고 북침통일론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때와 같은 모습이다"며 "역사의 때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즉 이 박사의 지적은 우익 기독교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공 이데올로기에 함몰돼 화해와 나눔의 원칙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뼈아픈 질책이다.
한국 기독교는 6.25전란을 거쳐 군부정권을 지나면서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평화와 화해에 입각한 통일론을 정립하고, 대북지원 등 나눔과 교류 활동에 적극 나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3년 시청 앞 우익 기독교의 궐기는 그 모든 역사의 초침을 과거로 돌리는 것으로, 이만열 박사의 지적처럼 '역사의 때를 읽지 못한 우매한 행위'를 반복하는 모습인 것이다.
한편 평행선을 달리는 심각한 보혁 갈등 타파를 위해 양측 모두 냉정을 찾고 서로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이원규 교수는 "보수나 진보 세력이 지금은 모두 막 나가는 분위기다"고 말하고 "양측이 합리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는 "북한을 포용하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적어도 지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진보 세력의 대북관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보수 기독교를 자극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손봉호 교수(서울대) 역시 "성경적 원칙과 함께 현실적 문제도 아울러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미국의 비도덕적 요소에 대해 마땅히 비판해야 하고 북한의 비민주적 인권 탄압도 역시 비판할 수 있어야 옳다"고 말한다.
그는 "만약 성경 원칙을 떠나서 반미나 반북 혹은 침묵 등 어떤 편향적인 이데올로기를 선택하는 것은 기독교인의 원칙적 자세에서 멀어지는 것이다"고 단정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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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기독교 궐기 "역사의 초침 뒤로 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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