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나규식 선생님

'선생은 있으되 스승은 없다'는 세상에 이런 선생님도 있다

등록 2003.07.07 14:19수정 2003.07.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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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8년전 어느 봄날이었다.
김영삼 정권 초, 학교의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하기위해 학부모와 교사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하는 학운위법의 신설과 함께 나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나 선생님을 만났다.


운영위원회 모임 첫날, 어색한 상견례와 함게 첫번째 안건으로 교장선생님께서는 학교내 `안전공제`회비를 현 5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시키자는 안건을 내 놓으셨다.(참고로 안전공제란 학생이 학교내에서 다치거나 부상을 당했을때 혜택을 받는 일종의 보험 성격임)

이때 어느 선생님 한분이 반론을 제기하셨다. 전국의 학교 대부분이 안전공제 혜택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면서 굳이 인상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론을 제기 하셨다.

이에 학부모 한분이 `지난해 자신의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팔이 부러져 깁스를 했으며 이에 공제혜택을 요구했더니 전임 교장선생님께서 당신의 돈으로 물어 줄테니 안전공제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시더라며 그것도 회사의 산재보험처럼 불이익이 있는가 물었다.

교장 선생님께서 그렇다고 대답하셨고 나는 그렇다면 쓸수도 없는 학교안전공제가 왜 필요하냐고 하니 교장선생님께서는 그래도 만일의 큰 사고에 대비하여 안전공제는 필요하다고 하셨다.

결국 찬반 결의 거수투표에서 대다수가 찬성을 했고 처음에 이의를 제기하신 나 선생님과 나 그리고 지난해 아이가 다쳤다는 학부모 세사람이 반대해서 그날 결과는 안전공제회비가 100% 인상액수인 100원으로 통과되었다.


그날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학부모 한분으로부터 나선생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 엄마의 말인즉 `아이 둘을 낳아 키웠고 뒤늦게 늦둥이 하나 더 키우다가 만난 나 선생님인데 그런 선생님은 처음 봤다`는 것이다.

나 선생님은 학부모가 건네는 촌지의 사절은 물론이려니와 매년 스승의 날이면 선물조차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물은 받지 않으니 사지 말라고 보름전부터 미리 아이들을 통해 통보하신단다.


단 선물을 해도 좋은것은 두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편지와 꽃`이란다
꽃도 돈으로 사는 생화(生花)는 사절이고 색종이로 만든 꽃만 받는다고 하신단다. 선생님이 선물을 거절하신다고 어떻게 그냥 말기도 민망하여 일부 학부모들이 양말세트 등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더니 아이들을 통해 고스란히 돌려 보냈더라는 말을 들으며 나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뒤 학교운영위원 회의가 있는 날이면 나는 나선생님을 예의 주시했다. 나선생님은 눈에 보일 정도로 학교와 학부모 편에서 발언을 하시므로 교장선생님한테는 언제나 `눈엣가시`였다. 학부모인 내게 비친 나 선생님 모습은 한마디로 경이요 감동이었다.

어느날 나 선생님과 얘기할 기회를 틈타 나는 넌지시 여쭤보았다.
"선생님 촌지거절하시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용기요 귀감인데 스승의날 선물은 자녀를 내맡긴 학부모들의 작은 성의이니 그냥 받으시지 그걸 뭘 도로 돌려보내시는지요?"

이에 나 선생님은 "나라 어머니, 돈으로 치면 오천원에서 만원 내외이니 저 그것 받아도 별것 아니겠지만 교단생활 칠팔년 하다보니 반에서 선물을 할수 없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이 반에서 꼭 두세명은 되더군요. 만일 자신이 그 선물을 받을경우 선물을 할 수 없는 아이는 얼마나 상처를 받겠습니까"라고 선물을 거절하는 이유를 말했다.

참으로 감동이였고 그 울림은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있었다. 말 나온김에 교장선생님의 안건이 분명 틀린데도 어째서 다른 선생님은 찬반 투표때마다 교장 교감선생님의 편에 손을 드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나선생님은 교사에 대한 인사고과때문이라고 어렵게 말씀하셨다.

인사고과 평점을 잘 받아야만 대도시의 소위 잘사는 동네인 좋은(?)학교로 전출한단다. 나 선생님은 전교조 선생님이시다. 나선생님을 통해 나는 다른 전교조 선생님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촌지를 거절하시는 용감한 선생님들이 대부분 전교조 선생님들임을 알게 되었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매년 어린이날이면 자비를 털어서 이곳 금오공대의 마당에서 운동회를 한다. 비석치기, 고무줄놀이, 여섯이서 줄넘기, 원반던지기 등….

전교조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학교 가을운동회에서도 1, 2등과 꼴찌를 가르는 달리기를 지양하며 여럿이서 더불어 하는 줄넘기같은 놀이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나 선생님은 내 아이가 다니던 상모초등학교에서 지금은 내가 이사온 동네인 이곳 황상초등학교로 본인이 희망, 자원해 온지 올해로 5년째 부임하고 계신다.

황상초등학교는 주변에 임대아파트를 비롯하여 13평과 15평의 소형아파트 수천세대가 밀집해있는 관계로 대부분의 교사들이 기피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구 자원해서 오셨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상류층 사람들이 살고있는 치맛마람 드센 학교를 희망하는데 반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자원하는 용기도 나 선생님답다.

인터넷을 이용한 학교숙제조차도 컴퓨터가 아예 없거나 컴퓨터가 있어도 인터넷에 접할수 없는 처지의 아이들에게는 또하나의 `폭력`이나 다름없다고 말씀하시는 나선생님. '선생은 있으되 스승은 없다'는 요즘 세대에 나선생님처럼 훌륭한 교사가 계시는 한 이 땅의 교육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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