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특검법 처리, 합의 안되면 법대로"

박관용 국회의장, 취임 1주년 기념 기자회견

등록 2003.07.08 11:20수정 2003.07.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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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국회의장.
박관용 국회의장.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관용 국회의장은 8일 대북송금 새특검법과 추경을 연계해서 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방침과 관련 "민생·예산문제를 정치적 법안과 연계되는 것을 막겠다"면서 추경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다만 "양당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수결을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1년 전 취임 때 ▲국회의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 ▲ 정당의 지나친 국회 장악력 탈피 ▲국회 운영제도 개선 ▲ 국회 전문성 제고 등 네가지 사항을 임기내에 반드시 이뤄내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정당의 국회 장악력을 줄이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박 의장은 "장관이 국회에 나올 때 몇 시간 동안 있어야 하는지 모르고 나온다. 국회의원도 그렇다"고 지적한 뒤 앞으로 '예측가능한 국회'를 만드는데 전념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그간 선례와 관행 중심으로 운영된 국회를 '의사규칙'에 따라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의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낙선운동에 대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가지고 아무 것이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선거운동기간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시민단체의 선거운동기간 외 낙선운동을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장의 임기가 끝난 뒤 다시 소속당으로 돌아가던 기존 관행이 자칫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한 박 의장은 자신의 거취문제와 관련 "새 의장이 선출된 뒤 정치와는 관련이 없는 봉사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관용 국회의장의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이다.


국회법 개정은 '성과'…권위주의 해소엔 '미흡'
박관용 의장 취임 1년 전과 후

2003년 7월 8일로 취임 1년을 맞은 박관용 국회의장. 취임 후 그는 국회 개혁의 전도사임을 자처하며 기존의 국회 관행을 타파하는 데 한 몫을 했다.

그중 '성과'로 손꼽히는 국회 개혁 프로그램은 국회법 개정이라고 관계자들을 입을 모은다. 연설식 대정부 질문을 일문일답식으로 바꾸고, 상임위원회 사보임 제도를 개선했으며 회의록 발언내용 삭제 불가규정을 개정 국회법에 포함시켰다. 최근에는 시간할당제 현안 질의 방식을 도입, '예측가능한' 국회를 만드는데도 일익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막말과 정쟁이 크게 줄어들었고 국무위원과의 논리 대결이 펼쳐지는 광경도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시정연설의 총리 대독 거부, 총리 부서 없는 문서 반환 등을 통해 국회 독립성을 크게 향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권위주의' 해소에는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의원 전용 엘리베이터, 국회의원 전용 휴게실 좌석, 국회의원 전용 주차공간 등 '그들만의 국회'는 뜯어고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비록 '금배지'만 드나들던 국회의원회관 정문을 개방해 일반 국민들도 입장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외의 그렇다할 권위주의 해소책을 박 의장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이성규 기자
취임한 그날, 국회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지난 1년 동안 그것을 해 내는데 성공을 했다고 나답지 않게 자평한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의장이 됨으로 해서 내가 할 일이 있다고 나는 확신을 가지고 했다.

나는 네가지를 바꾸고 싶었다. 첫째는 국회를 권력으로부터 즉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키고자 했고, 둘째, 정당의 지나친 국회 장악력을 벗어나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국회 운영제도를 개선하는 것과 넷째 국회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 중 세 가지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오랜 나의 한이 풀린 듯 하다. 하지만 중앙당의 장악력을 벗어나는 것은 의장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공천을 주거나 줄 사람이 있으면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제왕적 당 총재나 대표가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국회에 관한 최고의결기구는 의원총회가 돼야 한다.

중앙당 당직자는 국회 중심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주요 당직자는 원외 정치인을 둬야 한다. 대변인실을 없애고 국회 대변인실에서 상주하도록 하고 그곳에서 답변해야 한다. 현재 국회 출입기자는 없고 정당 출입기자만 있다. 이와 같은 일만 하더라도 국회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운영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최근 국회 파행은 없었다.

또, 국회운영은 명문화된 규정에 의해 운영되기 위해서 의사규칙을 정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의사규칙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는 선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그래서 시비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예측가능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관이 국회에 나올 때 몇 시간 동안 있어야 하는지 모르고 나온다. 국회의원도 그렇다. 이번 시간 할당제 도입을 통해서 장관이 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의원들은 지역구에 가는 일이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그럴 시간은 줄도록 하고 있다. 즉 미국은 금요일은 회의를 하지 않는다. 지역에 갈 시간을 주고 회의는 효율적으로 예측가능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나도 검토중인 안이 있다.

그리고 초당적 협의기구를 통해 정책을 권고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최근 북핵 문제에서도 그런 예가 있다. 과거 친선외교 활동은 현안 위주 활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민생·예산문제는 정치법안과 연계되는 것을 막겠다. 3당 총무와 회합을 통해 느낀 것은 국정운영을 잘하고자 어려움을 풀어내도록 합의한 것이었다.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앞으로 총무와 국회의장인 내가 힘을 합쳐 노력하겠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관용 국회의장.
박관용 국회의장.오마이뉴스 이종호
- 프레스센터에서 의장활동을 그만둘 경우의 거취를 표명한 바 있다. 그 입장 그대로인가.
"1년전 관훈클럽에 초청됐던 적이 있다. 의장을 지낸 사람은 다시 당으로 돌아가 공천을 받고 출발할 생각을 가지게 되면 중립을 지키기가 어렵게 된다. 정치를 그만두는 방향으로 가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소신에는 변화가 없다."

- 중앙당의 국회 장악력이 강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중앙당이 국회의 운영자체를 장악하면 안 된다. 오늘 이 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겠다고 하면 중앙당을 못나간다."

- 그것도 문제지만 국회의원의 출석률이나 지각사태 등도 문제다. 이를 막을 방안이 없나.
"취임 이후 전자투표를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위원회의 출석여부를 파악하게 한다. 연말이 되면 통계가 나오도록 돼 있다. 밖에서 뛰어들어와 출석 버튼을 누루는 경우도 있다. 많이 출석률을 높여 왔다. 그러나 좀더 높일 필요가 있다. 다만 대정부질문을 할 때는 출석률이 낮은데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선진국에 가면 대정부질의를 할 때 참석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만약 오늘 섬유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하면 관계된 의원들만 듣는 것이다. 시간을 줄이고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다수가 참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특검과 관련해 추경 연계처리를 막겠다고 했는데.
"추경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하려고 한다면.
"수차례 얘기를 했지만 협상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와 같은 과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법이 없다. 규정에 따라 가야 한다. 그래서 다수결을 국회법을 못박고 있지 않나. 특검과 관련해 양당 대표나 총무를 만나 얘기를 했다. 타협이 안 되면 국회법대로 갈 수밖에 없다."

- 국회법을 추가개정할 생각은 없나. 졸속 입법 경우도 빈번한 것 같은데.
"그동안 국회법 개정을 통해 2, 4월은 일반 예산심의를 하도록 한 것은 졸속 심의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회 운영과정에 있어서 다급한 법률은 예외규정을 두어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금더 신축적으로 운영하도록 운영의 묘를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운용 의원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평창 동계올림픽 특위가 있다. 김학원 위원장을 만나 논의를 했다. 위원회에서 관계관들, 집행위원장 등이나 이런 확실한 증언자를 불러 논의해 보고 특위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것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 결정하겠다고 한다면 직접 윤리위에 제소한다는 것인가.
"회의를 해 봐야 알 수 있다."

- 국회 상임위에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 해소방안이 없나.
"우리 국회는 아직도 전문성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전문성의 입장에서 보내왔다. 건설업자가 건교위에 가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게 보낸다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 배정권은 각당 총무에게 있다."

- 낙선운동 자제를 요구했는데. 법으로 규정된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시민단체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선거법에 규정돼 있다. 사전선거운동은 어느 누구도 못하게 돼 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가지고 아무 것이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선거운동기간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위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정당성이 보장돼 있어야 한다. 지금 8∼9명인가 했는데 그 분들을 선출하는데 있어서 어떤 선발 기준으로 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이 포함돼 있는지 기준은 전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4년 전 낙선 운동을 벌였을 때 그 결과 어떻게 됐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일부 언론이 동조하면서까지 좋은 일이라고 했는데 대법원에서 처벌되지 않았나. 우리나라 선거법은 엄격하게 규제가 돼 있다. 그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다른 정당성을 찾으려는 것은 무리이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법규정 내에서 해야 한다. 만약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면 선발기준과 개관성과 합법성을 분명하게 입증 받아야 한다. 적당히 골라서 질문 공세하는 것은 사전 선거운동이고 특정 정치인에게 치명타를 주는 행위이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는 국민만 할 수 있다고 본다."

- 국회의장 끝내면 무엇을 할 것인가.
"할 일은 이미 준비해 뒀다. 늙지 않기 위해 하려고 한다. 정치와는 관련이 없는 봉사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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