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협력업체 쟁의 '압력'논란

삼화·태금 조합원 "짜고 친 것" ... 포스코 "관여 사설 전혀 없어"

등록 2003.07.09 14:17수정 2003.07.12 13:00
0
원고료로 응원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업체인 태금산업과 삼화산업의 노사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또 쟁의행위를 이유로 이들 사업주가 전격적인 직장폐쇄를 단행한 배경을 두고 포스코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a 금속산업연맹 삼화, 태금지회는 공동투쟁본부 결성해 총파업 투쟁에 나서고 있다.

금속산업연맹 삼화, 태금지회는 공동투쟁본부 결성해 총파업 투쟁에 나서고 있다. ⓒ 삼화 태금 노조

태금산업과 삼화산업은 각각 지난 6월 4일과 17일 노조의 쟁의행위를 이유로 전 조합원에 대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들이 맡아 온 작업공정은 현재 비 조합원과 포스코 직원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삼화산업과 태금산업의 노사관계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면에는 노조를 불온시하는 포스코의 직·간접적인 입김에 있다"며 "포스코는 협력업체에 쟁의행위 금지와 노동쟁의 등으로 인한 계약해지 약관을 맺어 노조의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왔다"고 주장했다.

협력업체 작업일반 약관에 '쟁의행위 금지' 명시

광주전남지역본부는 또 "포스코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돌입할 때마다 여러 차례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협박공문을 보냈다"며 "이는 노조탄압의 유력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양제철소 협력업체인 태금산업, 삼화산업, 전남기업, 대진산업 등은 자체의 생산시설을 따로 두지 않고 광양제철소에 노무만을 공급하는 일종의 용역업체로 계약해지 순간 일자리가 없어지는 고용불안 문제를 안고 있다.

계약해지는 이들의 목숨 줄을 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실제로 지난 2001년 삼화산업은 임단협 과정에 일부 사업장의 반납을 스스로 요청한 뒤 직장폐업을 단행 해 노조와 심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a 허형길 금속산업연맹 태금산업 지회장

허형길 금속산업연맹 태금산업 지회장 ⓒ 오마이뉴스 이국언

허형길(37) 금속산업노조 태금산업 지회장은 "합법적 쟁의행위를 가로막는 초헌법적 계약약관이다"며 "노조가 무엇 하나만 하려고 해도 경고장이 날아오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 목소리를 못 내왔다"고 말했다.

"올해만 5차례 협박공문 날아와"


양동운(44) 삼화산업 지회장은 "올해만 포스코로부터 5차례 협박공문이 날아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쟁의행위 찬반투표만 해도 바로 경고장이 날아와 감히 싸울 엄두를 못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양 지회장은 "경고장이 도착하면 회사는 일부러 수 십장씩 현장에 배포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계약해지 압력은 협력업체 노조활동 발목을 잡는 최대의 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노동계는 최근 태금산업과 삼화산업 사업주가 일부 작업공정을 스스로 반납하고 '직장폐쇄' 조치를 손쉽게 취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포스코의 방조가 있는 것 아니냐"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태금산업이 쟁의발생 몇 일만에 작업라인 반납 조치를 취하고 교섭날짜를 정해둔 상태에서 직장폐쇄를 단행한데 대해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한 '공격적' 직장폐쇄라며 반발하고 있다.

단체협상을 두고 노사 갈등을 빚어 온 태금산업은 지난 5월 30일 3열연 크레인 9대를 반납한데 이어 6월 4일 전 사업장에 대해 직장폐쇄를 단행해 노사 마찰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조합활동 보장과 복지후생 향상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단체교섭을 벌여왔지만 조합활동에 대한 견해차이로 교섭이 결렬돼 왔었다.

태금산업 교섭일정 정해두고 돌연 직장폐쇄

직장폐쇄가 단행되기 하루 전인 6월 3일, 양측 노사는 교섭을 통해 6월5일로 정하고 노사양측이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 장소까지 정한 교섭을 앞두고 사측은 하루전인 6월 4일 갑자기 직장폐쇄 조치를 취한 것.

a 상황을 지켜보던 가족들도 사태가 장기화되자 투쟁에 같이 나서고 있다.

상황을 지켜보던 가족들도 사태가 장기화되자 투쟁에 같이 나서고 있다. ⓒ 삼화 태금 노조

허형길 지회장은 "시간을 갖고 대화를 통해 충분히 풀어갈 수 있었는데도 갑자기 직장폐업을 단행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노조를 와해시키고 쟁의행위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 지회장은 "갑자기 직장폐업을 해야 될 만한 절박한 사정이 있었느냐"며 "비 노조원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장기간 끌고 있는 것은 부당 직장폐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청회사 마음대로 직장폐쇄를 할 수 있는 것이냐"는 허 지회장은 "포스코가 뒤를 봐준다는 약속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포스코와 서로 짜고 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박주승 동부지구협의회 조직부장은 "근본적으로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업주의 노사관에 문제가 있지만 민주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포스코의 무노조 정책에도 원인이 있다"며 포스코의 무노조 정책에서 원인을 찾았다.


관련
기사
- 삼화산업 ' 막가파식 ' 노무관리


정용식(40) 삼화산업 수석부지회장은 "2001년 작업라인을 반납했을 때 포스코는 다른 사업주를 선정하지 않고 9개월 동안 포스코 인력을 투입해 운영했었다"며 "노사문제만 끝나면 되돌려 준다고 하고 사업주도 합의만 마치면 받아 올 수 있다고 말했다"며 포스코에 의혹을 보냈다.

정 부지회장은 "만약 포스코가 엄호해 주지 않는다면 협력업체가 이렇게 버틸 수 없다"며 "자기 이윤을 생각해서라도 노조와 빨리 타결을 지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러 확대해석 상황 악화시켜

이와 관련해 박희정 태금산업 부사장은 "제철소라는 특수조건 때문에 조업생산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며 "노조 태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게 발생해 스스로 판단해 반납조치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a 태금 삼화 조합원들이 공동투쟁 본부 집회를 갖고 있다.

태금 삼화 조합원들이 공동투쟁 본부 집회를 갖고 있다. ⓒ 삼화 태금 노조

한편, 포스코는 뒤늦게 이 협력약관에 논란이 일자 지난 19일 약관 중 '쟁의행위 금지'조항을 삭제하는 한편 '노동쟁의 시 계약해지 할 수 있다'는 문구를 '협력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계약을 해지 할 수 있다'라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측은 "우리는 작업결과만을 따지기 때문에 협력업체의 노사문제에 간여할 일이 전혀 없다"며 "전체 공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차원에서 약관에 명시한 것일 뿐 다른 뜻은 없다"고 말했다.

또 계약해지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는 "쟁의상황이 어떻게 확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계약해지를 위한 법적 절차 차원에서 관례적으로 보내고 있었던 것일 뿐이다"며 "협력업체가 이것을 확대해석 해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