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씨앗이 주는 삶의 소리

<강바람 포토에세이> 늘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고싶다

등록 2003.07.10 06:30수정 2003.07.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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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부터 지천에 피어나던 봄의 전령, 민들레는 이미 다른 꽃들은 흔적도 없이 내년을 기약하며 사라졌는데도 끊임없이 산야 여기저기에 피어있습니다.


오늘은 민들레 생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씨앗들의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a 민들레씨앗의 일출맞이(하도철새도래지)

민들레씨앗의 일출맞이(하도철새도래지) ⓒ 김민수

우리는 흔히 '민들레 홀씨'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만 그것을 잘못된 표현이라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민들레 씨앗'이라고 해야 한다네요.
밤새 내린 이슬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니 무엇을 기다리느라 그렇게 꼿꼿이 서서 긴긴 밤을 지새웠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보고 싶었어요. 어쩌면 오늘 보는 태양이 이 곳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모습일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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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늘 '처음처럼' 살자고 달려오던 나의 생각을 흔들어 놓습니다.

처음의 만남은 설렘이 있고, 어색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긴장도 하지만 그로 인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게 됩니다. 오래 만나다보면 이내 첫 만남의 감격이 시들해져서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늘 '처음처럼'을 화두로 붙잡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처음처럼'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처럼'도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릅니다.

a

ⓒ 김민수

만일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이 '마지막'이라면, 오늘 만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일'부터는 만날 수 없다면 오늘의 삶이 좀더 진지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요. 그래서 밤새워 빈 마음으로 이 곳에 서있었던 거예요."


그랬습니다.
민들레의 줄기는 비어있잖아요.
빈 줄기만으로도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꼿꼿하게 살아가는 삶, 그것은 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함입니다.

a 교래에서

교래에서 ⓒ 김민수

꽃이 피어났던 자리에 솜사탕마냥 무성하게 피어났던 씨앗들을 하나 둘 바람에 날려보내고 이젠 무소유의 삶을 살아갑니다.

무소유, 빈 충만의 삶을 봅니다.

"삶이란 너무 많이 소유할 필요가 없답니다. 필요 이상의 것을 소유하려는 그 순간이 욕심이라는 죄와 맞물리는 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지금 있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는데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의 것을 보지 않으면 결국 욕심이 죄를 낳고, 죄가 사망을 낳는 법입니다."

마음이 멍해집니다.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치를 부리고 있는데 여기에 또 무언가를 더 소유하려고하는 자신을 돌아보니 울컥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필요 이상의 것을 소유하려는 그 순간이 욕심이라는 죄와 맞물리는 순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 한탄하는 사도 바울의 탄식이 나의 탄식으로 다가옵니다.

a 제주시에서

제주시에서 ⓒ 김민수

어디에선가 씨앗은 흙을 만나 새로운 생명을 피우고 있겠죠. 그리고 그 곳이 어떤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때가 이르면 '나 여기 있어!'하며 손을 흔들겠죠.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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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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