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 마을 민박집의 띠살창. 상 중 하로 3개, 5개, 3개의 살대가 가로로 끼워져 있다박태신
마을에 혼례가 있는 날, 신방의 창문의 창호지는 호기심 많은 동네 아낙네들에게 수난을 당합니다. 여름날에는 아예 대청을 향해 문을 들어 올려 열기도 합니다. '들어열개 창호'라고 합니다.
한옥 창문의 창호지 즉 한지는 햇빛이 풍부한 우리 나라에는 아주 효율적입니다. 안의 모습을 가릴 수도 있으면서 햇빛이 잘 들어오게 합니다. 해가 지면 활동을 멈추고 해가 뜨면 활동하던 시대에 창호지로 스며드는 햇빛은 자연스레 자명종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지난해 5월 안동의 하회마을에 느즈막한 시간에 들어가 한 한옥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물건이 쌓인 마루에 앉아 덕담을 나누고, 창호지를 바른 띠살문을 열고 문턱을 넘어 들어가, 장작불로 뜨끈해진 아랫목에서 잠을 잤습니다. 역시 창호지로 된 띠살창에서 아침 햇빛을 받았습니다.
산책을 돌고 돌아와 방에 들어가기 전 내가 잔 방의 창을 바라보았습니다. 밖에 돌쩌귀가 달린 밖여닫이창입니다. 살대가 부러져 나가고 창틀 나무 부분에는 더께가 앉았으며 창호지는 바래졌습니다.창호지가 틈으로 삐죽 나온 것은 살바람을 막기 위해서이겠지요.
이 주인집 내외는 벌써 일하러 나가고, 한가로운 사람은 아침의 게으름에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