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동생 채용문제로 노사대립

강진의료원노조, ‘2분만에 인사위 의결 특혜 ’주장

등록 2003.07.11 09:12수정 2003.07.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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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회의원 동생이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입사한 것을 두고 병원측과 노조간 갈등을 빚고 있다. 전남도가 운영하는 지방공사 강진의료원 노사양측이 대립하게 된 계기는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강진읍에 있는 지방공사 강진의료원
전남 강진읍에 있는 지방공사 강진의료원정거배
의사와 간호사 등 전체 직원이 90여명인 강진의료원은 지난 3월초 총무팀에서 필요한 직원 1명을 채용했다. 채용 규정에 따라 5명의 응시자에 대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한아무개(27)씨가 선발됐다.

한씨는 현직국회의원 이복동생으로 목포에서 대학을 나왔다. 강진의료원 인사규정에 따라 한씨는 3개월간 일용직(조건부 임용)을 거친 뒤 재심사 과정을 거쳐 근무성적이 양호할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되게 돼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월 한씨가 응시원서를 접수한 이후부터 병원 내에서는 현직 국회의원 동생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한씨가 제출한 이력서의 호주 기록란에는 큰형인 현직 국회의원 이름이 적혀 있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씨, 입사 직후 노조간부와 마찰

그러나 한씨가 최종 선발돼 3월 5일부터 정식 출근하면서부터 노동조합과 마찰이 발생했다. 출근 1주일을 넘긴 3월 13일 사무실에서 당시 강진의료원 노동조합 부지부장인 전아무개(여)씨와 언쟁이 있었다. 한씨는 직장선배인 전씨와 말다툼 과정에서 폭언을 퍼부었다는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현직 국회의원 동생이 시골의 병원에 입사한 것도 의아스럽게 여기던 노조는 신입사원이면서 출근 한달도 안돼 선배직원에게 폭언했다는 이유로 한씨에 대해 조합원 제명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한씨는 “선배직원과 언쟁을 하고 의자를 밀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노조가 소명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명한 것에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 병원노조 이정애 위원장은 “누구나 다 아는 여권중진 의원의 친동생인 한씨가 입사한 것은 뭔가 고위층으로부터 언질이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형을 믿고 언행을 함부로 하는데도 병원측에서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간 갈등이 골이 깊어지게 된 것은 한씨 수습기간 3개월이 다될 무렵인 지난달부터다.


노조, 한씨 정규직 전환 반대

강진의료원은 지난달 26일 한씨에 대해 정규직 임용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인사위는 업무팀장,총무팀장,임상병리팀장 그리고 방사선팀장과 노조위원장 등 모두 6명이 참여하며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

인사위를 통과하면 의료원장이 최종 승인함으로써 정규직 발령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날 한씨에 대한 그동안 근무실적 등에 대해 심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 10여명이 회의실로 들어와 한씨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며 항의했다. 이렇게 되자 인사위원회는 결론을 짓지 못한 채 다시 연기됐다.

노조가 한씨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 이유는 △상사인 선배직원에게 폭언을 했고 △노동조합이 집회를 열 경우 사진촬영을 하는 등 감시했을 뿐 아니라 △당사자에게 불리한 일용직 계약서를 임의로 작성해 강요하는 등 부적격자라는 것이다. 특히 한씨보다 입사가 빠른 간호원 6명도 일용직으로 있는 마당에 한씨에 대해서만 정규직 전환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수습기간 근무성적이 불량할 경우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인사규정을 근거로 내밀었다.

노조측 인사위원 지각하자 의결

이런 가운데 한씨의 정규직 전환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 7월 2일 열린 인사위원회가 사건을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병원측은 이날 오후 2시 정각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노조측 인사위원이 미처 참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2분만에 한씨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해 버린 것이다.

강진의료원 박득진 총무팀장에 따르면 이날 병원측 인사위원 4명만 참석해 만장일치로 한씨의 정규직 전환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러자 노조측에서는 ‘인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더구나 원장이 1년 전부터 일용직인 간호사들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날치기 인사위원회’는 무효라며 항의했다.

반대로 병원측에서는 한씨를 채용하는 과정에서부터 관련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원장, 한씨 정규직 발령 못해

강진의료원 인사담당 직원인 한명국씨는 “한씨가 그동안 다른 직원보다 일찍 출근해 청소도 하는 등 모범을 보여 온 만큼 정규직 전환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또 “병원 직제상 간호사 정원은 34명이어서 더 이상 정규직을 늘릴 수 없다”며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강진의료원은 그러나 지난 2일 인사위원회에서 정규직 전환 결정이 났지만 원장이 아직 한씨에 대해 일주일이 넘도록 인사발령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와 병원 간에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선뜻 인사위원회 결정을 승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특히 한씨가 지난 3개월 동안 일용직 계약서를 임의로 만들고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강요하는 등 총무팀장이 해야 할 중요한 업무를 일용직 신분으로 하고 있어 사실상 병원의 실세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씨, 특혜 받은 적 없다

이에 대해 한씨는 “일용직 근로계약서는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에 대해 보완하기 위해 총무팀장의 지시로 했고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고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또 “지난 2월 목포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사원모집공고를 보고 응시했다“며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인 형을 이용한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측이 자신에 대해 좋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은 다분히 개인감정 때문이라며 명예회복차원에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씨를 둘러싼 강진의료원 내부 갈등과 관련 한아무개 의원실 비서관은 “그런(특혜) 것이 있었으면 동생이 시골동네에 취직을 했겠느냐”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치단체가 직영하는 한 지방의료원에서 현직 국회의원 동생이 입사한 것을 계기로 벌어지고 있는 노사갈등, 앞으로 어떻게 해소 될 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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