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리빙스턴 시걸. 내가 이름을 지었다.느릿느릿 박철
그러니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은 건망증을 내 친구쯤으로 알고 지낸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한결 마음에 편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가 건망증으로 실수했던 이야기를 하면 재밌게 들어준다. 내가 건망증에 대해 학문적인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생생하고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으므로, 건망증에 관한한 한 가닥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건망증으로 크게 실수한 이야기는 잊어먹지 않고 다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것조차 다 잊어먹어야 건망증의 달인(達人)이 될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 그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건망증이 지독한 바보가 있었다. 정도가 어찌나 심한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어제 저녁에 벗어 놓은 자기 옷이 어디 있는지 찾는 일로 골머리를 앓곤 했다. 그러니 등교시간을 지키기도 힘들었고, 밤이 돼서도 다음 날 일어날 걱정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바보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메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