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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신숭겸묘와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을 다녀와서...

등록 2003.07.16 22:31수정 2003.07.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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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호수에서 한적하게 낚시를 즐긴다.

호수에서 한적하게 낚시를 즐긴다. ⓒ 이종원

사랑스런 가족과 함께 출발

북한강을 따라가는 드라이브 코스는 삶은 고단함을 덜어주는 생명길이다. 일상의 궁핍함에서 벗어나 마음이나마 풍요를 찾아 떠나본다.


차안에서 6살배기 정수는 무던히도 떠들어댄다. 유치원 친구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이러쿵저러쿵 봇물처럼 떠들어댄다. 흥에 겨워 노래까지 내 지르는 것을 보면 아이들도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았나보다. 그래서 가족여행이 좋은가 보다.

삼악산의 추억

철길과 물길이 한데 모이는 강촌을 지나면 등선폭포를 간직한 삼악산이 나온다. 그 산은 내게 많은 추억거리를 제공해주었다.

80년대 대학시절. 강촌은 젊은이의 도피처였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순이 왜 그리 눈에 거슬렸던지…. 밤새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다 술병과 함께 골아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새벽녘에 부시시 일어나, 삼악산 가슴 깊이 박혀진 등선폭포 물줄기를 보며 뜨거운 열정을 잠재웠던 기억도 떠오른다.

또한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단을 내린 곳이 바로 여기다. 제대 후 아내에게 청혼했고, 춘천의 성당에 가서 신부님의 축복까지 받았다. 3일 후 아내는 미국으로 공부한다고 날아가 버렸다. 삼악산은 '6년을 기다리겠노라'라고 선포한 장소다.


6년 후 나와 아내는 약속대로 결혼에 골인했다. 이렇게 삼악산은 사랑의 산이며, 약속의 산인 것이다. 10여년이 훌쩍 넘어 자식을 둘씩이나 데리고 이곳을 지나치니 어찌 감회에 젖지 않을 수 있을까? 아내도 미소를 가득 머금고 무엇인가 생각중이다. 물론 나와 같은 생각이겠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경춘가도의 시원스런 풍광도 좋지만 의암댐-춘천댐 사이의 호반을 따라가는 오밀조밀한 드라이브 코스는 가히 환상적이다. 유난히 호수가 많은 춘천은 가끔 안개의 도시로 돌변한다. 물안개가 올라오는 그 풍광은 프랑스 영화에 나옴직한 진득함이 묻어 있으며 어찌 보면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참 평온하고 아름답다. 호수가에 차를 세우고 그윽한 커피 한 잔 마신다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될 것이다.


a 묘역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시원스럽다.

묘역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시원스럽다. ⓒ 이종원

신숭겸묘지

호수의 멋진 풍광에 흠뻑 매료되어 자칫 '신숭겸 묘역' 푯말을 놓칠 수 있다. 그다지 표지판이 맘에 들지 않는다. 호반도로 입구에서 좁은 길로 5분 정도를 달려야 한다.

a 신숭겸 영정

신숭겸 영정 ⓒ 이종원

신숭겸은 평산 신씨의 시조다. 드라마 <왕건>에도 나왔듯이 처음 이름은 삼능산(三能山)이다. 고향은 전라도 곡성이라는데 지난번 태안사 갔을 때 신숭겸과 관련된 유적을 얼핏 스쳐간 기억이 난다.

그는 궁예가 세운 나라인 태봉의 기장으로 있었다. 궁예가 왕이 되고 나서 처자식까지 살해하고 백성을 혹사하는 등 폭정이 심해진다. 당시 복지겸, 배현경, 홍유등과 함께 궁예를 축출하기로 하고 왕건에게 점술가의 예언을 설명하면서 거사를 강력히 권한다. 결국 왕건은 천하를 얻었고, 그는 고려의 4대 개국공신이 되었다.

평산신씨의 유래

하루는 왕건이 장군들과 평주(평산)에 사냥을 나가는 도중에 기러기 세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누가 저 기러기를 쏘아서 맞힐 수 있는가?"하고 물으니 신숭겸이 자신이 맞추겠다고 하면서 "몇 번째 기러기를 맞출까요?"하며 물어보자, 세번째 기러기 왼쪽 날개를 맞추라고 하자 날아가는 세번째 기러기의 왼쪽 날개를 맞추어서 떨어뜨렸다. 태조가 탄복하고 근처 땅 300결을 하사하고 함께 본관을 '평산'으로 삼게 했다고 한다.

a 신숭겸 묘: 봉분이 3개다.

신숭겸 묘: 봉분이 3개다. ⓒ 이종원

왜 신숭겸의 봉분은 세 개일까?

이순신 장군도 그렇듯이 진정한 장군은 멋지게 죽어야 한다.

태조 10년 대구 공산성 전투에서 견훤에게 포위되어 전세가 위급하자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 신숭겸은 태조와 갑옷을 바꿔 입고 왕건을 탈출시킨 후 어차를 타고 적진으로 돌진하였다. 후백제군은 신숭겸을 태조로 오인하여 집궁 공격하였으며,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후백제군은 왕건의 목인 줄 알고 신숭겸의 목을 베어 갔던 것이다.

그 후 태조 왕건은 신숭겸의 공을 기려 순금으로 머리를 만들어 후하게 장례를 지냈고, 금두상이 도굴될 것을 두려워하며 춘천, 구월산, 팔공산에도 똑같은 묘를 만들게 되었다.

그것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지 이 곳에 봉분을 세 개나 만들었다. 그만큼 신숭겸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것이다. 지금도 어느 묘가 신숭겸의 봉분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신숭겸의 충성은 고려는 물론 조선 때까지 충신의 표상으로 받들어졌다. 고려 16대 예종은 신숭겸, 김낙 두 장군을 추모하기 위해 '도이장가'까지 지어냈을 정도다.

묘역

역대 신하 중에 이렇게 크게 묘역이 조성된 신하가 있을까? 김유신 장군은 봉분은 크지만 전체 규모면에서는 신숭겸보다는 작을 것이다. 사초지는 스키 슬로프의 중급자 코스만큼 길게 조성되어 있다. 양편에는 수백년된 소나무가 운치있게 자라고 있다.

봉분 끝에서 바라본 풍광이란...
아-공의 충성심이 흘러 흘러 호수를 이루었구나.


호수에는 중도섬이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고 저 멀리 춘천시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좌청룡, 우백호, 내산, 안산까지 완벽하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4대 풍수지의 하나라고 하는 말이 맞는가보다. 풍수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시원스런 눈맛을 맛본다.

봉분이 평지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비스듬한 경사지에 놓인 것이 불안해 보인다. 현지인에게 물었더니 대답이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천년의 세월동안 이 자리를 지켰는데 산 위에 내려온 토사가 쌓였겠지요."

그걸 막고자 근래 세워진 듯한 곡장이 봉분을 보호하고 있다. 오히려 눈에 거슬릴 정도로 화려하다.

저 봉분 3개 중에 하나가 황금 머리를 가지고 있겠지? 황금이 주는 이기적 마음은 접어보고 목이 잘려나감을 감수하고 신하의 도리를 다하는 님의 고귀함에 머리를 숙여본다.

a 장절사

장절사 ⓒ 이종원

장절사

신숭겸묘는 현재 평산 신씨 대종회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고즈넉한 종친회 건물이 공을 지키고 있다. 홍살문을 들어서면 충렬문이 있고 그 뒤에는 공의 넋을 기리는 '장절사'라는 3칸짜리 건물이 송림을 병풍삼아 서있다. 충렬문은 굳게 닫혀 있지만 옆쪽에 아이들이 들어갈 만한 조그만 문이 열려져 있다. 사당에는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렸다는 신숭겸 영정을 감상해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a 서상리 3층석탑

서상리 3층석탑 ⓒ 이종원

사당 입구에는 추사 김정희와 절친했던 신위의 친필 신도비가 우렁차게 서 있다. 주군을 향한 장군의 충절을 힘찬 필치로 그리고 있다. 글자를 해독할 실력은 없어도 한자 한자 더듬으며 공의 충절을 내 마음 속에 옮겨 본다.

서상리 3층 석탑

햇빛에 그을린 호수 빛이 아름답다. 이렇게 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호수에 가득 담겨진 너른 물은 왠지 넉넉함을 던져준다. 나는 그것 못지 않은 또 하나의 선물을 받았다.

높이 3미터가 된 화강함 삼층석탑이다. 경주의 황복사지 삼층석탑과 형태가 비슷하다. 그렇다면 통일신라시대 탑일텐데….

유난히 많은 검은 이끼가 천년의 세월을 말해준다. 추녀의 날렵한 곡선미는 천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짐을 말해준다. 감자밭 사이에 탑이 솟아 오른 모습이 더욱 감동을 준다. 삶의 터전에 함께 공존해 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신라시대 양화사 절터가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집다리골 자연휴양림

a 집다리골 계곡

집다리골 계곡 ⓒ 이종원

나는 휴양림을 좋아한다. 특별히 공부할 부담도 없이 돗자리 깔아놓고 물소리 들으며, 즐거운 생각에 빠져보고, 그것도 지치면 책을 꺼내 읽으며 마음껏 호사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고프면 삼겹살 몇 점 구워먹고 짙은 숲에서 꾸벅꾸벅 졸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신선이 따로 있을까?

서울 근교에는 여러 삼림욕장이 있다. 가까이는 서울대공원도 있지만 왠지 서울과 담을 싸고 있어 꺼려지고. 유명산이나 중미산, 산음도 나름대로 특성들은 가지고 있다.

대다수가 침엽수지만 이곳 집다리골은 활엽수다. 나무 자체만 보겠다면 밋밋해 보일 수도 있다. 대신 울창한 숲을 느끼길 원한다면 집다리골을 추천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격언은 이럴 때 사용하는가 보다.

명색이 강원도라서 그런지 화악산 첩첩산중을 깊숙히 들어가야만 이 숲속을 접할 있다. 이곳 집다리골 휴양림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시원한 계곡물이다. 화악산 응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 시원한 계곡을 이루고 있으며 그 계곡길 한 편에 차를 대고 돗자리를 깔면 그걸로 준비 끝이다. 단 휴가 시즌에는 아래 주차장에다 차를 대고 짐을 메는 수고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a 콘도식 산막

콘도식 산막 ⓒ 이종원

부대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통나무집과 콘도식 산막은 낭만을 즐기기에 충분하고 매점과 식당까지 딸려있어 이용에 불편이 없다. 숲속의 집은 3만원에서 5만원 정도 한다. 단체 투숙객을 위해 10만원 하는 대형방도 있다. 야영장과 족구장 잔디광장도 있어 단체가 와도 다양한 행사를 치를 수 있다.

산책로를 거닐고 나면 나무향이 오랫동안 가슴에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코스도 다양하여 30분, 40분, 90분 코스가 있다. 걷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줄은 몰랐다. 땀을 흘려본다. 물론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코스도 있다. 왕복 6시간 정도 된다고 한다.

a 목조다리가 참 아름답다.

목조다리가 참 아름답다. ⓒ 이종원

출렁다리가 참 아기자기 하게 만들었다. 그 밑에 흐르는 물은 어찌나 맑은지 그냥 마셔도 된다.

a 시원한 계곡물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시원한 계곡물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이종원

급기야 물 속으로 뛰어든다. 날씨가 추운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몇 시간을 놀았는데…. 물 속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서울서 보기 힘든 청개구리도 만져보고, 소금쟁이, 올챙이를 보고 너무나 신기해한다. 산 교육이 이런 것이 아닐까?

여행메모

1) 자가차량 이용
춘천가도(46번국도)를 따라 강촌을 지나면 삼악산 입구를 지나 화천쪽으로 진입하면 의암댐이 나온다. 여기부터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전개된다. 이곳에서 춘천댐을 지나고 계속 직진하면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의 푯말이 나온다. 이곳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매표소가 나온다. 363번 지방도, 147번 지방도 이용

2)대중교통 이용
지암리행 시내버스 이용 (1시간 소요)
06:00-21:00, 1일 5회 운행

3) 입장료
어른: 2천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천원
주차비: 2천5백원
통나무집 이용료 : 단체 20명수용(100,000원), 6~7명(40,000원)

관리사무소 033-243-1443 /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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