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구속은 면했지만 지역 이미지는 추락

공무원노조 석방탄원서 제출 논란 일기도

등록 2003.07.17 22:00수정 2003.07.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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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남 신안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청직원과 군 의회에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지역에서는 논란이 있었다.

전남 목포에 있는 신안군청 군수실 입구
전남 목포에 있는 신안군청 군수실 입구정거배
고길호 신안군수는 태풍 피해복구공사 수의계약과 관련 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2일 새벽 검찰에 긴급체포된 뒤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러자 신안군 공무원 일동 명의로 13일 “고길호 군수가 취임 후 다면평가제 실시와 기자실 폐쇄, 주민계도지 폐지, 촌지상납관행 차단 등 군정개혁에 힘써 온 사실”을 근거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제출됐다.

법원은 지난 14일 오전 열릴 예정이던 고 군수에 대한 영장실질 심사를 오후로 연기했고, 이날 밤 늦게 구속영장 기각결정을 내렸다. 고 군수 영장기각 이유에 대해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며칠 사이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던 고 군수는 이날 밤 늦게 풀려나 15일 자정이 넘어서 집으로 귀가했다.

신안군수, 천신만고 끝에 풀려나

지역에서는 고 군수가 구속을 면하게 되자 탄원서 제출을 주도한 신안공무원 노조와 신안군의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부정부패 감시와 척결을 최우선시 해야 할 공무원 단체나 지방의회가 비리 공직자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는 등 제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15일 공무원노조 신안군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공무원노조의 배신행위’라며 탄원서 제출을 강하게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목포경실련도 "탄원서 제출은 영장발부 여부를 공정하게 판단해야 할 법원에 영향을 미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탄원서 제출을 주도한 황재훈 공무원노조 신안지부장은 “탄원서 내용에 명시한 것처럼 수사는 엄정하게 하되 군정차질을 막기 위해 불구속을 요청한 것”이라며 일방적인 매도 분위기를 반박했다.


황 지부장은 “전적으로 양심에 따른 것”이라며 “군수가 구속되면 결국 신안군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지역에서 이처럼 신안군수 비리혐의 수사에 민감한 이유는 민선 2기 최공인 군수도 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4월 구속돼 퇴임식을 치르지 못한 불명예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민선단체장 선출 이후 말 많은 수의계약 비리에 대한 실체가 드러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공직자와 건설업자 그리고 신안군을 출입하는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연루여부까지 관심사가 돼 왔다.

민선 2기 당시 군수 구속 불명예

검찰은 3개월 전부터 신안군이 지난해 태풍피해 복구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면서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본격 수사를 벌여왔다. 현재 건설업자와 신안군 박모 과장 등 4명이 구속된 상태다.

당시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일각에서는 ‘과연 고 군수까지 번질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고길호 군수 본인도 검찰의 수사가 자신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고 군수는 ‘잘해 보려고 하는데 기득권 세력과 일부 인사들이 반발한다’고 받아들였다.

'황금알’수의계약 몸통 관심 쏠려

결국 고 군수에 대한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군청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 군수의 비리가 없다고 단정 할 수 는 없지만 검찰은 앞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이나 보강수사 뒤 영장재청구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신안군 수의계약 비리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애초부터 고 군수를 겨냥했다는 시각이 그동안 정황을 볼 때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군수가 태풍복구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 이기때문에 이미 구속된 박모 과장 등 부하직원들의 비리를 묵인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은 3개월 넘도록 건설업자와 관계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면서 신안군 일부 간부들과 신안군 공무원노조 관계자들도 불러 고 군수의 이른바 ‘평판’에 대해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신안군 간부나 노조 관계자들은 바닷모래 채취중단과 인사 잡음제거 등 고 군수의 군정개혁 의지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 군수 비리의혹에 대한 상당량의 자료를 갖고 있고 사법처리 의지가 높았던 검찰의 분위기와는 배치된 셈이다.

특히 지난 11일 오후 4시 고길호 군수가 자진출석 행태로 출두하자 조사 9시간 만인 12일 새벽 1시쯤 긴급체포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1차 조사에서는 혐의사실에 대한 고 군수의 해명청취 등 사실 확인을 거친 뒤 돌려 보내고 나서 2차로 소환해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검찰, 수사 장기화 부담 속전속결 진행

그러나 이런 예상은 빗나가고 고 군수 구속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수사 장기화에 부담을 안고 있던 검찰은 속전속결 의지를 보였다. 고 군수의 긴급체포와 영장청구 그리고 탄원서 제출과 법원의 영장기각 과정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이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14일 영장을 기각하면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뿐 만 아니라 ‘범죄성립 여부와 관련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밝혔다.

법원, ‘범죄성립 신중한 검토필요’

광주지검 목포지청이 고 군수가 건설업체 대표 이모(42)씨에게 태풍피해 복구공사를 맡기는 조건으로 알고 지내던 여인에게 1억6600만원을 건네도록 하는 등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법원은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

군수 공식 사과 여론

이번 사건을 두고 지역일각에서는“군수가 탄원서 덕분에 구속을 면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신안군정을 책임지고 있는 군수가 이번 불미스런 일을 계기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신안군 흑산면 정모(42)씨는 “군수의 비리연루 의혹은 사실여부를 떠나 신안군민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씨는 또 “영장기각이 무죄가 아닌 이상 군민들에게 불미스런 사태의 책임을 지고 공식 사과와 함께 새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민선 2기 최공인 군수가 임기 중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기억을 갖고 있는 신안 주민들의 뇌리에는 지금도 ‘청산되지 못한 유산’에 대해 불안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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