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교동에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곳으로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느님이 이 곳으로 보내주셨습니다. 하느님이 앞으로 이 부족한 사람을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일신상의 작은 변화나, 대수롭지 않은 일로 삐쳐서 이곳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마라토너의 심정으로 살겠습니다. 마라토너처럼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고 은근하게 달아올라 진리를 향하여, 삶의 참된 가치를 향하여 달려가겠습니다. 바람을 타고 윙윙거리는 대남방송 사이로 뻐꾸기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리고 있습니다. 조용한 아침입니다.”
3.
내가 가장 자주 가는 곳은 교동에 있는 산이다. 야트막한 산이다. 숲이라고 해도 좋다. 산속 나무숲에 들어가 있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 숲 속에 나를 맡기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세속의 모든 욕망이 사라진다. 숲 속에 들어가 있으면 가장 솔직한 기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의 실체를 거울 들여다 볼 수 있듯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