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나무 아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월정사 전나무 숲

등록 2003.07.21 16:43수정 2003.07.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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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동쪽 계곡의 울창한 수림 속에 자리잡고 있다. 월정사를 품고 있는 오대산은 자연 조건이며 풍광이 빼어날 뿐더러 예로부터 오만 보살이 상주하는 불교성지로서 신성시 되어 왔다.

20일 이미 지나치게 상업화된 듯한 정동진을 떠나 고즈넉한 월정사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강릉을 지나 진부에서 월정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오대산호텔과 한국자생식물원을 지나 국립공원 오대산 관리사무소에서 입장료를 낸 후 월정사에 도착하였다. 입구부터 시원한 계곡소리가 들려 피곤에 지친 마음과 몸을 녹여준다.

월정사는 오대산의 중심 사찰로서 신라 때부터 지금까지 1400여년 동안 개산조 자장율사에서부터 근대의 한암, 탄허스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름난 선지식들이 머물던 곳이라고 한다.

2003년7월20일 월정사
2003년7월20일 월정사공응경
입구에서 월정사와 전나무숲이 갈라진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이곳 전나무 숲길로 먼저 발길을 내딛었다. 좌우에 큰 전나무는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화려했다.

2003년 7월 20일 월정사가는 다리
2003년 7월 20일 월정사가는 다리공응경
이 숲길은 다시 걷고 싶은 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힌다고 한다. 장대한 숲의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월정사 전나무 숲에는 재미난 전설이 있다고 한다.

고려 말 나옹선사가 북대암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나옹은 매일 콩비지로 부처님 전에 공양을 올렸다. 어느 겨울 월정사로 가는 길에 길가의 소나무가 가지에 얹혀 있던 눈을 콩비지 위로 떨어뜨렸다.


나옹이 "이 산에 살면서 부처님 은혜를 입고 있거늘 이 무슨 무례한 짓이냐"며 호통을 쳤는데 그 뒤 소나무는 모두 오대산을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소나무와 전나무는 생김새는 사촌이지만 성질이 다르다. 소나무는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이고, 습한 데서도 잘 자라는 전나무는 음수이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소나무는 토질이 척박한 위쪽에 있고, 전나무는 산기슭이나 계곡쪽에 있다고 한다.


한적한 숲길을 걷다보면 다람쥐와 도룡룡, 그리고 한쌍의 나비를 볼수 있다. 그늘 아래 펼쳐진 버섯들과 이름모를 야생화들은 그 멋에 더욱 취하게 만든다.

2003년 7월 20일 표지판
2003년 7월 20일 표지판공응경

2003년 7월20일 전나무숲길
2003년 7월20일 전나무숲길공응경

2003년 7월 20일 전나무숲
2003년 7월 20일 전나무숲공응경

길을 걷다 잠시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뭇가지 사이에 내려오는 햇살은 만화 <빨강머리 앤>에서 앤이 숲길을 지나 집으로 가던 길을 연상케 한다. 마차를 타고 숲길을 지날 땐 하늘은 갖가지 색의 잎들이 바람과 함께 춤을 추며 하늘을 풍성하게 만든다. 잠시 나도 똑같은 꿈을 꾸어 본다.

전나무숲과 함께 이어진 계곡은 넓고 그 소리가 우렁차서 듣고만 있어도 시원해 지는 느낌이었다.

2003년 7월 20일 전나무숲 계곡
2003년 7월 20일 전나무숲 계곡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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