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여객 파업 한 달째...14개 노선 차질

노조측, "사측 노선 독점 배차 횡포...단체협약도 안지켜"

등록 2003.07.22 14:55수정 2003.07.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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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성여객 노조의 파업이 한 달 넘게 계속되면서 서울 동북부지역에서 도심으로 운행하는 20번, 34번, 34-1번 등 14개 노선의 버스 운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이용객이 많은 15번(하계동~북부지원), 34-1번(하계동~이대입구), 333번(하계동~미아삼거리) 등 3개 노선에 대해 주변 버스업체에 임시운행명령을 내려 파업 한달만인 지난 18일부터 임시버스 52대를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20번(상계역~서울역), 34번(상계동~이대입구), 720-1번(상계동~신곡동), 410번(창동역~상계8동) 등 4개 노선에는 22일 현재 버스가 한 대도 다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청계천 복원공사까지 겹쳐 시민들의 교통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노원구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15번, 34-1번, 333번 등 3개 노선에 임시버스를 투입함으로써 시민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본다"며 "20번, 34번 등 운행수입이 적어서 버스가 다니지 않고 있는 노선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운행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한성여객에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자 원직복직과 비정규직 철폐가 노사간 쟁점

한성여객 노조는 노동위원회의 중재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지난달 18일 새벽 4시부터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 △한정근로계약제 폐지를 통한 비정규직 철폐 및 정규직화 △2003년 단체협약 체결 △생활임금 보장 △비수익노선에 대한 운행률 제고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a 한성여객 노조는 파업현장에 대한 외부의 침탈을 막기 위해 본사정문과 후문에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다

한성여객 노조는 파업현장에 대한 외부의 침탈을 막기 위해 본사정문과 후문에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다 ⓒ 석희열

노사 양측은 지난달 27일 노동부의 중재로 파업 이후 첫 교섭을 가졌으나 노조의 핵심요구안 중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해고된 조합원 12명에 대한 원직복직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이날 노조측은 원직복직에서 한 발 물러나 해고기간에 대한 임금 보전과 해고 당시 퇴직금 손실분 보전을 조건으로 재입사 형식의 복직을 수정안으로 제시했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했다.

사측 교섭대표인 조장우 한성여객 사장은 "어떠한 형태로든 원직복직과 해고기간에 대한 임금 보전은 절대 불가하다"며 "금전적인 보상 없이 재입사하거나 퇴직금 손실분 총액의 1/2을 받고 재입사를 포기하는 선택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에 따르면 한성여객은 시내버스 168대에 운전기사 등 직원이 323명으로 이 중 조합원이 200여 명이다. 나머지는 비정규직(60~70여 명)이거나 비조합원들이다. 현재 110여 대의 버스가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20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일 노조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상규 비상대책위원장은 "파업기간 중 불투명한 행보로 조합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전 노조위원장과 사측이 결탁하여 조합원들을 회유·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사측은 조합원에 대한 공작을 중단하고 노조의 교섭 요구에 성실히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성여객 노조는 구사대와 공권력 등의 외부 침탈에 대비하여 대학생 연대단위 등과 함께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조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등 쌍방간에 민·형사상 고소·고발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파업 후유증으로 인한 진통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성여객 경영진, 노원구 시내버스 노선 90% 장악...운행률은 60%도 안돼

지난해 1월 한성여객 공동대표로 취임한 조성봉, 조장우 부자(父子)는 한성여객 외에도 삼화상운과 흥안운수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 조씨 부자는 노원구 시내버스 노선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노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함으로써 다른 회사와의 경쟁이 불필요해진 한성여객은 자연히 비수익노선에 대한 배차간격을 늘리게 되고, 이로 인해 기사들의 불법 난폭운전 등 승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용객이 많지 않은 한성여객 20번 시내버스의 경우 운행대수가 하루 평균 1.5대 미만으로, 이는 인가대수가 28대인 것을 감안하면 운행률이 5.4%도 채 안되는 수치다. 평균 배차간격도 3시간에서 3시간 30분이나 돼 시민들의 불편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여객 전체 운행률도 59.3%에 그쳐 서울시 57개 버스회사 전체 평균 운행률 85.6%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형편이다.

a 2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흥안운수 본사 앞에서 조합원과 대학생 등 100여명이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흥안운수 본사 앞에서 조합원과 대학생 등 100여명이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한성여객 노조

평소 한성여객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아무개(노원구 상계동)씨는 "지난해부터 20번 버스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일은 예삿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죽하면 손님들 사이에서 20번 버스를 '천연기념물'이라고 부르겠느냐"며 "이는 독점기업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문규 한성여객 노조 교육부장은 "사용자측이 승객의 불편은 뒷전인 채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어차피 한성여객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다보니 부족한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재직 중인 노동자들은 더 많은 노동을 강요받게 되어 승객은 승객대로 종사원은 종사원대로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에서 인가해 준 대수보다 적은 대수를 운행함으로써 차고에 방치되는 버스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자연적으로 배차간격은 길어지고 버스 노동자들은 배차간격을 줄이기 위해 신호위반과 과속, 무정차 등의 불법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성여객 관계자는 "운행률이 낮아 보이는 것은 지난해 부도난 한성버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서류상으로만 남아 있는 인가버스를 떠안아서 생긴 일"이라며 "실제로는 서울시 버스회사 전체 운행률과 별 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성여객을 인수한 뒤 고의적으로 배차간격을 늘리거나 운행대수를 줄여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그렇게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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