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학교급식조례제정연대회의 이은순 집행위원장, 익산대 농업경영학과 송춘호 교수,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양병우 교수, 전라북도 교육위원회 최규호 의장.
이은순 집행위원장은 학교급식의 현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학교 현장에 있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재의 학교급식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고 한다. 우선 급식의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를 아무도 모른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먹고 있는 불고기가 국내산으로 둔갑한 수입산 쇠고기는 아닌지, 잘못 먹고 식중독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한다.
자신들이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음미할 시간조차 없다. 그 음식의 원재료인 농산물과 농업, 농민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말 그대로 ‘허겁지겁’ ‘총알같이’ 쑤셔 넣고 사라져야 한다.”
이은순 집행위원장은 반문한다. ‘이렇게 시행되는 교육도 있는가? 말이 좋아 '교육의 일환’이지 학교 급식의 현실은 교육으로서의 최소한의 운영원칙도 부재하다고 지적한다.
이 위원장은 국가와 지자체가 학교급식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서 학교 급식에 대한 안전한 우리 농산물이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을 맺었다.
세미나의 초점은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 재료로 공급해,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맞춰졌다.
익산대학교 농업경영과 송춘호 교수는 그 유통 방안으로, 현행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 구조를 개선해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일반 식자재 유통업체 대신 지역 농협을 식자재 공급 사업단 체제로 일원화하면 친환경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 재료로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WTO 규정도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WTO 체제 아래에서 날로 피폐해져 가는 우리 농촌, 농업을 유지 발전시켜 갈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주제발표를 한 전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양병우 교수는,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 재료로 공급할 때 WTO 무역 규범에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현행 학교급식 조례 제정 방향이 우리 농산물 사용 의무화 규정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WTO 눈치를 살피는 정부 관료나 지자체 관계자들의 거부감만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에 앞서 학교 급식에 국산 농산물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급식을 공교육 원칙에 입각해서 정부 조달 공급체계를 구축해야만 WTO 무역 규범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정부조달 공급체계에 대한 법조항이 제정된 이후에는 별 무리없이 국산 농산물 사용 의무조항 제정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양 교수는 ‘정부조달은 내국민 대우 의무에서 제외돼 있고, 정부조달과 관련해 국산 농산물에 대한 우대조치와 특혜 조치가 가능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학교 급식 식재료의 정부조달이 실현되면 국산 농산물의 사용이 WTO 내국민 대우원칙에 위배된다는 걸림돌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북지역에서는 오는 9월 안에는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급식 지원조례가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농산업발전포럼 공동대표면서, 전라북도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최규호 의장은 다음달(8월), ‘8월 19일과 20일 쯤, 도교육위원회 임시회에서 교육위 의원발의로 학교급식 조례를 제정해서 도의회로 넘기면, 전라북도의회는 8월 26일 상정, 가결시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의회는 도교육위원회가 조례안을 도의회에 보내오면 조례안을 가결시킨다는 입장이다. 올해안에 조례를 만들지 못하면 영영 만들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역시 전북농산업발전포럼 공동대표인 전라북도의회 김영근 산업경제위원장은 “올해 안에 조례 만들지 못하면, WTO 협정에 위반되기 때문에 예산은 나중에 반영하더라도 우선 조례를 만들자는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650만명의 학생들이 먹는 학교급식은, 무엇보다 식품의 안전성이 최우선일 것이다. 당연히 우리 농산물을 공급할 수만 있다면, 우리 농산물의 소비 촉진과 함께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산물 공급을 통해 학생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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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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