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사운드트랙 중 'Hable con ella'

[나의승의 음악이야기 27]

등록 2003.07.23 14:49수정 2003.07.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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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영화 '그녀에게' OST

영화 '그녀에게' OST

"그는 수많은 긴긴 밤을 술로 지새웠다 하네/ 밤마다 잠 못 이루고 눈물만 흘렸다고 하네/ 그의 눈물에 담아낸 아픔은 하늘을 울렸고/ 마지막 숨을 쉬면서도 그는 그녀만을 불렀네/ Ay ay ay ay ay 노래도 불러 보았고 웃음도 지어 봤지만/ 뜨거운 그의 열정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네/ 어느 날 슬픈 표정의 비둘기 한 마리/ 쓸쓸한 그의 빈집을 찾아와 Cu cu ru cu cu 노래했다네/ 그 비둘기는 바로 그의 애달픈 영혼/ 비련의 여인을 기다린 그 아픈 영혼이라네/ 울지 말아요 비둘기/ 부질없지 않아요 비둘기/ 사랑을 알게 되었지요/ 이제 그만 울어요 비둘기"

이것은 '꾸꾸루 꾸꾸 빨로마(cu cu ru cu cu paloma)'라는 라틴 민요의 노랫말이다. 슬픈 사랑의 노래이기도 하고 일종의 진혼곡이기도 하다.


좋은 클래식 '가수'들에게는 좋은 '반주자'가 있어서 노래를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Screen wrighter)과 영화 음악을 만드는 사람(Music Maker)의 관계 속에는 그런 것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스페인의 대표감독 뻬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var)와 '알베르또 이글레시아스(음악, Alberto Iglesias)'의 영화 <그녀에게>(Hable con ella)에서 그들은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일단 노래를 듣게 되면 언어와 상관없이 '꾸꾸루 꾸꾸'라는 말이 비둘기의 울음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을 대개는 알게 되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노래가 무척 슬픈 노래며 비둘기 울음소리의 의성어가 슬프게만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a 영화 '그녀에게'에 출연해 노래 부르는 까에따노 벨로수

영화 '그녀에게'에 출연해 노래 부르는 까에따노 벨로수

영화의 백그라운드가 되어주는 다수의 음악들과 다르게 영화에서 '까에따노 벨로수'가 부르는 그 노래는, 아예 그 안에 들어가 앉아서, 등장 인물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있다.

브라질 최고의 작곡가요 가수인 '벨로수'는 마치 자신이 불쌍한 비둘기가 된 듯 혹은 비둘기의 친구가 된 듯이 애절한 마음을 담아 노래한다. 어쩌면 그는 득음의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60을 넘긴 나이다.


영화속에 들어앉아서 영화속 사람들의 초현실을 보여주는 장치로 또 다른 것도 있는데 독특하고 인상적인 무대와 모던발레의 '안무(coleograph)'는 우리에게 짧게 노출되었지만 긴 시간 동안 기억에서 지우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 무대를 지켜보았던 슬픈 비둘기 중 한 마리이자 "그녀"의 극진한 간호사인 '베니그노'는 병실에 돌아와 그녀에게 말한다."내 옆에 앉았던 40대 남자는 자기 감정에 복받쳐서 눈물을 흘렸어"


"스물 다섯 살에 죽었고 아름다우며 바흐, 모짜르트, 비틀즈, 그리고 나를 사랑한 그녀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할까요?" 라는 말로 시작되던 '러브스토리(Love Story)', 그것을 말하고 있는 음반 속의 평론, 그것을 읽고 영화를 본 나는 '알모도바르'의 영화 '그녀에게'를 고전적 사랑영화의 반열에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a 두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

두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와 음악가 '니노 로타'(68년), <러브 스토리>에서 감독 '아서 힐러'와 음악가 '프란시스 레이'(70년), 39년과 57년에도 있어 왔지만 94년 감독 '글랜 고든 캐런'과 '엔리오 모리코네'의 영화와 음악들을 떠올려 보면서 51년생의 감독 '알모도바르'와 55년생의 음악가 '이글레시아스'에게도 기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의 제목과 같은 제목의, 특히 인상깊은 음악 '아블레 꼰 에이야'는 볼레로와 플라맹꼬를 섞어 놓은 듯 하고 거기에는 김소희 선생의 '구음'처럼 들리는, 플라맹꼬 특유의 구음(口音)이 구성지며 듣고 나면 오래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흘린 지갑을 되찾아주면서 시작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첫 만남은 우리들 삶의 변두리에 흔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존재할 수 있는 일에 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그들의 사랑과 죽음은 결코 흔하지 않으며 오히려 치명적이다. "영화이니까"라는 말을 필두로 해서 이해를 해야 한다면, 뭔가 서운하다. "사랑 이야기"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한 이해는 거기서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만 같다.

마따도라(Matadora/여성 투우사)인 또 한 마리의 비둘기는 세상을 떠나고 '그녀에게'라는 이름의 영화 속 '그녀'는 '베니그노'라는 가여운 이름의 비둘기에 의해서 죽음에서부터 되살아오지만, 비둘기는 '그녀'가 생명을 되찾은 줄도 모른 채 절망감에 빠져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끝 곡 'Let Me Weep'(나를 울게 해줘)을 들을 때면 "아 내가 아름다운 비극을 봤구나"라고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을 어쩌지 못해 힘들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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