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신도시에서 살 권리도 없는가

등록 2003.07.24 12:55수정 2003.07.25 09:41
0
원고료로 응원
“신도시 건설사업이 계속 진행중인데, 도시를 건설하려면 도로부터 뚫어야 하잖아요? 도로가 뚫리면 저희는 갈 곳이 없습니다. 갈 곳도 마련해주지 않고 어떻게 나가라는 말입니까?

자림원생들의 시위 모습
자림원생들의 시위 모습최인
사회복지법인 전주자림복지재단 소속 원생과 직원, 학부모 등 200여명은 24일 오전 8시부터 두시간여 동안 전주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주시 효자동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전주자림원’은 전주시가 추진하는 ‘서부 신시가지 조성 사업 부지’에 포함돼 있다. 더구나 자림원 부지안으로 신시가지 도로가 개설될 예정이다. 도로개설 사업이 착수되면 어김없이 자림원은 이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전할 마땅한 부지가 마련돼 있지 않다. 아니 부지가 없는 게 아니라 다른 시설은 이전 부지가 정해져 있지만 ‘자림원’만큼은 신도시 조성 부지안에 이전할 수 있는 부지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현재, 자림복지재단 산하 4개 기관이 자리잡고 있는 부지는 7200여평, 이마저 비좁아서 만약, 이전을 한다면 더 넓은 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주시의 서부신시가지 부지 안에는 장애시설이 들어설 부지가 마련돼 있지 않다.

자림복지재단측은 그동안 꾸준하게 자림원 부지의 신시가지 제척 요구를 해왔으며, 그렇지 않다면 신도시 조성 부지안에 자림원 이전 부지 확보를 전주시에 요청해왔다. 또 여러차례 협의를 요구했었지만 전주시측은 미온적인 입장만을 보였왔으며 이런 상태에서 10여년이 지났다고 자림원측은 말한다.

전주자림원 심옥남 사회복지국장
전주자림원 심옥남 사회복지국장최인
자림복지재단 심옥남 사회복지국장은, ‘전주시는 그동안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너무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으며, 그냥 담당자만 왔다가는 식으로 대책없는 행동으로 일관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8일에도 전주시청 앞에서 자림원 강제이전 결사반대 1차 시위를 가졌지만, 전주시는 그후에도 미온적인 반응만 보여왔다.

지난 23일에서야 전희재 전주부시장이 자림원을 찾아왔으나, 어떤 대안을 들고 온 게 아니었다. 앞으로 노력하자는 얘기를 하면서 자림원측이 새로운 땅을 찾아서 대안을 내놔봐라는 식였다. 전주시의 입장은 도시 외곽으로 나가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림원측이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왜 장애인들은 신도시에서 살 수 없는가?

자림복지재단 원생 170여명은 오늘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전주시청 앞으로 나와야 했다. 원생들은 ‘새도시 중심에서 살고 싶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자림원측은 서부신시가지가 조성되더라도 현재 위치의 고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경우 그 대안으로 신시가지내 이전 부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니며 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해 신시가지내에서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자림원의 입장이다.
심신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각종 문화시설의 접근과 편리한 이동권이 보장되는 좋은 환경을 갖춘 신시가지에서 함께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가의 추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전주시의 서부신시가지내 토지 용도를 볼때 이같은 자림원의 요구가 수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부신시가지내 사회복지 시설용지는 2000평에 불과하지만 자림원이 요구하는 토지는 8000여평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전주시의 배려가 없었던 것이다.

전주시가 서부신시가지 계획 당시부터 사회복지시설인 자림원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면 필요한 토지를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이미 환지 계획까지 끝난 상태에서는 추가 부지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주시의 자림원 대책은 신시가지 밖으로의 이전밖에 없고 장애인 권리를 내세우는 사회복지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가을과 어우러진 전주천 억새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