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거닐어 보세요

예쁜 데이트 코스 다산유적지와 두물머리

등록 2003.07.24 17:20수정 2003.07.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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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3살난 아들과 둘이서 여정을 떠납니다. 아직 어려서 준비할 것이 많아요. 유모차, 기저귀, 우유병, 배낭 등 귀찮지만 아이에게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는 부모의 마음은 무엇보다 기쁘답니다. 좋은 것을 자주 보여주면 심성이 고와지겠지요. 넘어지고 무릎이 깨지고, 개울에 빠지고 심지어 응가까지 해서 난감했지만 사랑스런 아들과의 여정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a 팔당댐의 수문을 열어 놓았다.

팔당댐의 수문을 열어 놓았다. ⓒ 이종원

팔당댐

계속 내린 장마비 때문에 팔당댐이 수문을 개방했습니다. 운이 좋아 지나치다가가 보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물줄기가 내리 떨어지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한참을 쳐다보니 슬슬 물이 무서워지네요. 한강은 서울시민에게 생명수를 주지만 화가 날 때는 이렇게 표효합니다.

a 팔당호

팔당호 ⓒ 이종원

드넓은 호수

옛날 경안역을 지나 철길 밑에서 우회전하면 마현마을 가는 길이 나옵니다. 더울수록 사람은 옷을 벗어 던지지만 그럴수록 나무는 두둑히 옷을 챙겨 입습니다. 한 여름이라도 그늘 때문에 시원합니다. 입구에서 1.5KM 정도 들어가면 바다처럼 펼쳐진 호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넓은 호수는 우리에게 후덕한 마음을 선물합니다. 바라만 봐도 가슴이 탁 트입니다. 아무래도 다산의 따뜻한 심성은 이 호수로부터 배웠을 겁니다.

호수는 서학과 실학의 통로라고 할 수 있어요. 호수 건너 천진암에는 대학자 권철신이 머물렀고, 호수 주변엔 실학자들이 포진해 있답니다. 학자들은 나룻배를 얻어 타고 이곳저곳 다니며 학문을 키웠겠지요. 다산도 이 호수를 잊지 못했나봐요. 다산초당 옆에 천일각에서 본 그 구강포 바다가 바로 이 곳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아들에게 실컷 호수를 보여줍니다. 호수로부터 넉넉함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목책을 세웠더군요. 자업자득입니다. 물가에 발 담그며 놀고, 쓰레기까지 쌓이니 어찌하겠습니까? 우리가 마실 물인데 그 정도는 참아야지요.


a 저서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저서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 이종원

다산유적지

다산 유적지를 공원처럼 새롭게 꾸며놓았더군요. 천일각도 재현해 놓고, 거중기까지 야외에 세우고 탈도 전시했답니다.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이렇게 돌에 다산의 저서와 생애를 새겨 놓았습니다. 왼쪽의 기둥에는 다산이 남긴 좋은 글귀가 적혀있어 한 칸 한 칸 넘어갈 때마다 선생의 애민정신에 선생의 애민정신에 고개가 숙여질 겁니다.

a 정약용 생가

정약용 생가 ⓒ 이종원

정약용 생가

생가입구 현판에는 '여유당(與猶堂)'이라고 쓰여져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독서하기에 알맞고 좋다고 하여 '여유당'이라고 불렀답니다. 아쉽게도 원래 생가는 홍수 때문에 떠내려가고 1975년에 복원했다고 합니다. 이곳도 예전에는 개방을 했는데 훼손이 심해 굵은 자물통으로 잠가 놓았습니다. 담벼락으로 빼곰히 쳐다봅니다. 'ㅁ'자 집의 전통 한옥입니다.

이곳에서 다산이 태어나고 돌아가셨습니다. 젊은 시대의 황금기를 거쳐 40세에 유배를 떠나 57세가 되서야 고향집에 돌아옵니다. 아내의 얼굴을 어루만집니다. 그렇게 고왔던 얼굴에 주름이 패이고 하얀 머리로 변했습니다. 아비 없이 자식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어요.

57세부터 75세까지 이곳 마현에서 여생을 보냈답니다. 아마 일생을 통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일겁니다. 호수를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렸고, 가끔 운길산 수종사에 올라 차 한 잔 나누었겠지요. 사실 다산처럼 불행한 집안이 어디 있어요. 약전 형님은 흑산도로 귀양 가서 죽고, 약종 형님은 천주교에 목숨을 바치고... 당시에는 몰락한 집안으로 손가락질 받았을 겁니다. 그러나 후대의 평가는 정반대지요. 말 그대로 형제들은 용감했습니다. 후세에 정약전은 최고의 어류학자로 칭송 받았고, 정약종은 천진암에 묻힐 정도로 피의 순교자가 된 것입니다.

a 정약용 선생 묘소

정약용 선생 묘소 ⓒ 이종원

다산 정약용

천재는 외롭습니다. 약관의 나이부터 정조의 총애를 받을 정도로 학문이 깊었습니다. 실학자답게 거중기를 발명해 수원화성을 축조하면서 국고를 절약하고 공정을 대폭 단축하였답니다. 몇 년전 화성에 올라갔을 때 만리장성에 올랐을 때보다 더욱 감동 받았습니다. 너무나 견고하고 아름다웠거든요.

다산은 이벽을 통해 서학을 접했고, 형과 함께 세례를 받았습니다. 어쩌면 서학은 실사구시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노론의 눈에는 정조의 총애를 받는 그가 눈에 가시였겠지요.

한때 천주교 신자였다는 이유로 대학자는 18년 동안이나 긴 유배생활을 하게 되었다. 유배기간 동안 절망도 하지 않고 유유자적 시간만 때우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사상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로 삼은 것이지요. 무려 500권이라는 저서가 그걸 증명하고도 남습니다. 저술이 많다고 해서 내용까지 부실할까요? 조선사회의 현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여러 사상과 학문을 검토하여 조선 후기의 실학사상을 집대성하였습니다.

지역차별철폐, 세제개혁, 신기술도입, 중농, 중상정책 등 오늘날에도 눈 여겨봐야 할 혁신정책들이 가득합니다. 아마 선생도 뼈저린 아픔을 겪었기에 민초들의 입장에서 글을 썼을 겁니다. 오죽했으면 베트남의 호치민이 그의 책을 가까이 두고 읽었겠습니까?

a 다산기념관

다산기념관 ⓒ 이종원

다산 기념관

선생의 저서가 복사본이 있고, 마현마을과 강진유배지를 입체지도로 볼 수 있습니다. 수원성을 올릴 때 썼던 거중기도 복원되어 있답니다. 30분 간격으로 문화유산해설사가 다산선생님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니다. 꼭 들어보세요. 다산선생님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기회랍니다. (10시 -17시까지)

* 다산 유적지 여행메모

1) 버스
청량리역 앞에서 일반버스 8번이나 좌석버스 166번을 타고 능내역 앞에서 내려 15분정도 걸어가면 된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 청량리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능내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40분 정도 걸리며 1일 3회 통일호가 다닌다. (능내역 전화 : 031-576-7788)

2) 승용차
청량리역 쪽에서 갈 경우는 망우리고개를 넘어 쭉 직진하다가 도농삼거리에서 덕소방면으로 계속 직진하여 팔당대교, 팔당댐을 지나면 오른쯕으로 다산유적지 입구가 나온다. 올림픽대로를 이용할 경우는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 팔당댐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다산유적지 입구가 나온다.

3) 여행안내
연중무휴 개방하고 있으며 입장료, 주차비는 받지 않는다. 관람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겨울철은 오후4시까지 개방한다. 다산유적지 부근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강물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도록 한다.
다산유적지 안내전화 : 031-576-9300

환상의 데이트 코스.... 양수리 두물머리

몇 년 전 운길산 수종사에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내려본 한강은 참 아름답습니다. 저 멀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몸을 섞는 합수지가 보였습니다. 두 줄기 큰물이 합쳐지는 곳이라 해서 '두물머리'라고 부른답니다. 그것이 한문으로 '양수리(兩水里)'가 된 것이지요. '두물머리'란 우리말 어감이 훨씬 좋지 않습니까?

a 400년된 느티나무

400년된 느티나무 ⓒ 이종원

400년 된 느티나무

두물머리 마을에 도착하면 400여년 된 우렁찬 느티나무가 손님을 맞이할 겁니다. 높이만 26미터, 둘레만 6M가 넘습니다. 나무 그늘이 앉아 보세요. 강바람이 나뭇잎에 정화되어 코 속으로 밀려옵니다. 짜릿하답니다.

a 연인

연인 ⓒ 이종원

연인들의 천국이지요. 예전에 '첫사랑'이란 드라마를 이 곳에서 촬영했답니다. 누구나 이곳 나무의자에 걸쳐 앉으면 최수종과 이승연이 될 수 있어요.

a 예쁜 자갈길

예쁜 자갈길 ⓒ 이종원

예쁜 자갈길

양수리 읍내에서 두물머리 마을까지 가는 길이 참 아름답습니다. 마을은 양수리 읍내에서 1.8 킬로 안쪽으로 들어 갑니다. 차가 마을까지 들어가지만 입구에 공용주차장에 주차하십시요. 정말 멋진 자갈길이 나옵니다. 그 길을 따라 한적하게 걸어보세요. 아무리 콧대가 센 여자도 분위기에 압도되어 넘어갈 겁니다. 두물머리는 물과 물이 만나는 곳입니다. 남녀가 만나면 얼마나 잘 이루어지겠습니까?

a 생태 교육에도 좋습니다. 논에 오리를 풀어놓았더군요. 해충은 오리가 잡겠네요

생태 교육에도 좋습니다. 논에 오리를 풀어놓았더군요. 해충은 오리가 잡겠네요 ⓒ 이종원


두물머리 여행메모

1) 기 차 : 중앙선 3회 운행(06:30/16:00/19:00)
2) 일반버스 : 8, 8-1, 166번(청량리 출발)
3) 직행버스 : 상봉 터미널에서 수시 운행
4) 자가운전 : 올림픽대로-팔당대교-팔당댐-양수대교-양수리 (잠실에서 30분)

※ 양수리 시외버스 터미널 건너편 골목으로 따라 걸어 들어가면 두물머리에 이른다. (터미널에서 도보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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