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우린 탄광으로 간다

[추천 주말가족여행] 1일부터 <쿨 시네마 페스티벌> 등 열려

등록 2003.07.30 10:12수정 2003.07.3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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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암세상

8월 3일까지가 올 여름 휴가의 최대 절정기란다.

미처 지난주에 떠나지 못한 이들로 경부 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 등 전국의 도로가 휴가 차량들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단다. 가다 하루, 오다 하루다. 그렇다고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해서 만사 OK일까? 불행하게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어차피 넓지도 않은 계곡은 형형색색의 짧은 옷에 수박 몇 덩이 들고 머나먼 길을 떠나온 사람들로 꽉 들어찬 지 이미 오래다. 경포대, 해운대, 동해와 남해, 서해를 돌아가며 해수욕장이란 해수욕장 역시 사람들로 그득하다. 이건 인(人)수욕장이지 해수욕장이 아니다.

대목 만난 해수욕장과 유원지의 방값은 이미 천정부지이고, 여기저기서 부대끼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을 피하고 싶어 왔는데 여기서도 사람이라니. 지난 1년의 스트레스를 풀고 또 새 1년을 위한 충전을 위해 떠나온 휴가, 이 황금 같은 시간 동안 쉬기는커녕 사서하는 고생이라니…. 명절을 빼곤 다시없을 좋은 기회. 뭐 좋은 방법은 없을까?

올 여름엔 한 번 고정 관념을 깨보는 게 어떨까?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에 가서 여유 있는 휴가를 만끽하고, 또 자녀들이나 연인과 생전 해보지 못했던 체험도 할 수 있다면? 당신의 2003년 일기장에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기록할 수 있는 휴가지를 안내한다.

태백, 모기 없는 밤에 즐기는 영화와 문화 공연

a 멀리 철암 저탄장이 보인다.

멀리 철암 저탄장이 보인다. ⓒ 권기봉

해수욕장이나 계곡을 찾는 이유는 이 더운 여름에 시원한 물에 발 한 번 담가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 시원한 것은 물론 점퍼를 챙겨야 할 정도로 추운 곳이 있다. 강원도 태백으로 떠나보자.


강원도 남부 내륙에 위치한 태백은 여름에 모기가 없을 정도로 서늘한 고장이다. 태백산 '철쭉제'와 '눈축제'로 유명한 태백에서 오는 8월 1일(금)부터 8일까지 <쿨 시네마 페스티벌>을 연다.

벌써 7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 기간 동안 <살인의 추억>과 <니모를 찾아서> <동갑내기 과외하기> <매트릭스2> 등 영화 10편을 볼 수 있으며, 타악 퍼포먼스 그룹 <난타>의 공연도 볼 수 있다. 또 각종 마임 공연과 아카펠라 및 락(Rock) 공연을 즐길 수 있고, 간이 암벽타기와 외나무 다리 서바이벌 등의 게임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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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봉

이번 행사는 태백산 도립공원 당골광장에서 열리며, 입장료는 성인이 3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가 2000원이다. 문의는 태백시청 관광문화과(033-550-2081)로 하면 되며, www.coolcinema.net을 참고하면 좋다.

태백 석탄박물관, 우리나라 유일 부존 에너지 '석탄'에 대한 모든 것

한편, <쿨 시네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동양 최대의 태백 석탄박물관이 있다.

석탄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부존 에너지 자원으로 연탄 등 생활 연료와 각종 기간 산업의 동력원을 자임했으나, 요즘 들어 그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생산량도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다. 지음이야 이용되는 부분이 적지만, 한때 우리나라 일반 가정의 에너지원 대부분을 차지했던 석탄. 올 휴가 때 자녀들 손을 꼭 붙잡고 석탄과 그 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석탄박물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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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암세상

박물관을 찾으면 지질 구조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함께 석탄을 캐는 모습을 모형을 통해 직접 구경할 수 있다. 탄광촌의 생활상과 그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과 모형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대형 광산 채굴 장비 등도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특징적인 것은 국내의 주요 광산 사고와 구조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인데, 요즘 비단 석탄 부분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우리나라의 석탄 관련 정책의 변화와 석탄 개발로 인한 부작용 등도 함께 전시하고 있어 자연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

태백 석탄박물관에 대한 문의는 전화 033-550-2743을 이용하면 되고, 미리 'www.coalmuseum.or.kr'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쿨 시네마 페스티벌> 입장권을 샀다면 다시 석탄박물관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고, 같은 표를 가지고 태백산 등산도 할 수 있다.

철암 - 국내 최대의 저탄장과 광부들의 식당과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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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암세상

그런데 왠지 떨떠름하다. 태백의 찬 공기를 가득 안아보기도 했고 석탄박물관에서 석탄에 대한 공부도 했지만, 진정 탄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태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철암과 사북, 고한이 있다. 우리나라 석탄 생산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이곳 탄광들은 현재 상당수 문을 닫은 상황이다. 지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탄광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으니 별다른 생산 시설이 없는 실정에서 지역 경제가 피폐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철암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석탄 채굴이 시작되어 이미 1940년 8월 1일 철암선이 개통되는 등 석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는 철암이지만,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지난 1993년 강원산업이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그저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철암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철암역 근처 시장이라고 특별하지 않아 흥정하는 사람은커녕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고, 간혹 보이는 이들의 얼굴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a 을씨년스런 철암의 시장

을씨년스런 철암의 시장 ⓒ 권기봉

우리는 여기서 쓸쓸히 퇴역한 한국 석탄 산업을 목격할 수 있다. 즉 일제시대 당시의 석탄산업시설이 일부 남아 있어 그 길었던 역사를 말해주고 있으며, 국내 최대의 저탄장과 선탄장도 있다. 특히 광부들의 숙소인 사택촌, 광부들의 식당인 함바집 등은 그네들의 삶을 비록 간접적이나마 이해하는 데 단초 역할을 한다.

기증과 자원봉사 - 올해는 보람있는 여행이 어떨까요?

그러나 희망의 빛이 차츰 사라져가는 마을에 가서 '여행의 여유' 운운할 일은 아니다. 태백에서 식힌 몸과 마음으로 비록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을 당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자원봉사와 기증이다.

지난 1998년부터 철암에서는 철암지역건축도시작업팀 등을 주축으로 공동체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크게 다 쓰러져가는 집을 수리하거나 아예 새로 지어주는 일과 어린이 도서관을 철암 지역에 세우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이 중 올해 2회째를 맞는 철암 집짓기 프로그램은 오는 3일을 목표로 마지막 작업에 한창이다. 이미 자원봉사자 모집도 끝났고 프로그램도 거의 끝나가지만 신청을 하면 일할 자리가 있다고 하니 자녀들과 작은 손이나마 한번 거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열심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는 것도 올 여름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또 철암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에 책을 기증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교육 환경이 도시에 비해 열악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뜻있는 이들이 보내주는 책 한 권은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태백 여행에 나섰다면 이미 읽고 더 읽지 않는 책을 한 가득 안고 철암 어린이 도서관에 가보는 것도 아름답지 않을까.

철암 집짓기 프로그램 및 어린이 도서관과 관련한 문의는 '철암세상'의 홈페이지 www.cholam.org 나 02-745-6141로 하면 된다.

a 철암 어린이도서관

철암 어린이도서관 ⓒ 권기봉

해운대도 좋고 경포대도 좋다. 설악산도 좋고 지리산도 좋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교통이다. 또 가는 과정에서 괜히 받게 되는 스트레스다. 태백을 거쳐 철암에 가는 길은 그러나 여유 있는 여정이다.

한 봉지에 2-3000원하는 찐 옥수수를 먹으며 가는 길은 어쩌면 내 고향 가는 길과 같을지도 모를 일. 지역 인심도 모나지 않아 나물을 사고 과일을 사는 데도 에누리가 통한다. 도회지에서는 맛보기 힘든 우리네 따뜻한 삶의 모습.

자, 이번 여름 휴가는 석탄과 탄광으로 테마를 잡아보자. 아이들에게는 낯선 연탄과 탄광에 대한 추억. 이번 여름에는 그저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닌 공부도 하고 자원봉사에 뜻깊은 베품까지 할 수 있는 여행을 해보자. 이번 여름엔 물보다 사람이 많은 해수욕장보다는 탄광으로 가련다.

<쿨 시네마 페스티벌>과 태백 석탄박물관 가는 길
모기도 없고 시원한 태백으로 오세요!

▲ <쿨 시네마 페스티벌>과 태백 석탄박물관 가는 길
ⓒ쿨 시네마 페스티벌

제7회 <쿨 시네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과 태백 석탄박물관은 서로 가까이 있다.

1. 서울에서
동서울에서 태백으로 가는 버스가 아침 6시 10분부터 오후 6시 30분가지 21회 있으며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기차는 청량리역에서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총 6회 운행되며, 역시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2. 대구에서
대구(북부)에서 가는 버스는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 11분까지 있으며 4시간 40분 걸리고,
기차는 동대구역에서 아침 5시 40분부터 오후 3시 35분까지 있고 4시간 45분 걸린다.

3. 부산에서
부선에서 태백으로 가는 기차는 오전 9시 10분에 딱 한 편이 있으며 6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한편 철암이나 태백 모두 숙박 시설은 충분한 편이다. 다만 태백 석탄박물관의 경우 태백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관계로 숙박이 쉽지 않으나, 태백 시내에서 멀지 않은 관계로 그리 문제는 없다 / 권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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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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