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선정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

동양적 사유의 표상... 관객 큐레이터 도입

등록 2003.07.28 08:29수정 2003.07.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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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강성관

5회째를 맞는 2004년 광주비엔날레의 전시 주제와 주요 일정 등이 확정됐다.

25일 이용우 (재)광주비엔날레(이사장 김포천) 예술총감독은 기자회견을 갖고 "5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주제는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이다"고 밝히고 "이는 동양적 사유의 담론을 바탕으로 21세기의 새로운 사회적·문화적 질서를 해석하고자 하는 동양정신을 부각시키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날 이용우 감독은 "전시 작품에 대한 미학적 평가의 다변화와 대중성 확보를 위해 전문 큐레이터 뿐 아니라 관객 큐레이터를 참여시킬 계획"이라며 전시의 큰 방향을 밝혔다.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 선정 배경

5회 광주비엔날레 전시주제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은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하는 동양적 사유의 담론을 안내하는 하나의 '표상'으로 설정됐다. 이는 자연적 생명현상과 질서의 생태학적 해석을 의미한다.

'먼지 한 톨과 물 한 방울'은 아주 작지만 생성과 소멸을 설명하는 생명현상의 중심에 있으므로 가장 큰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이자 담론이라는 것.

이에 대해 이용우 감독은 "서양적 수단을 동원해서 동양을 바라보는 것을 지양한다는 측면에서 전시주제는 동양적 사유의 담론을 부각시키고자 했다"면서 "이는 5회 비엔날레가 광주비엔날레의 10년이라는 기념적 특징도 있어 그 정체성을 되돌아보자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감독은 "먼지는 소멸, 네거티브의 상징이다"면서 "오늘날 문명사회, 산업사회, 소지 자본주의가 내뱉는 소음들을 상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물은 생명이 생성되는 소생의 상징"이라며 "이들은 대단히 작은 것이지만 생명학적 질서를 유지하는 거대담론이며 물질이 아닌 정신적 담론이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먼지를 `톨'로 규정한 것은, 그것이 소멸의 속성을 지닌 무생물적 분자이지만 물과 섞여 다시 생명체로 생성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생성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낱알'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물 한 방울'은 생명의 상징이므로 '기'(起)요, '먼지 한 톨'은 사라져 가는 것들의 매체이므로 '멸'(滅)이다. 동양적 세계관이 지시하듯, 삼라만상 속에 기와 멸이 없는 것은 없으며 기도 멸도 과정상 존재하는 것이므로 어느 한 쪽도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하나의 교차현상으로서의 기와 멸은 모두 과정에 불과하다.

이용우 감독은 "3가지 키워드는 먼지, 물, 하나라는 것"이라며 "하나는 개수가 이니고 측량단위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하나'는 출발점을 뜻하는 최초의 것이자 총체성을 의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회 광주비엔날레는 모더니즘의 쇠퇴 이후 이른바 진취적이고 생상적 내용보다는 서구적 모델을 동원한 해체적 담론과 탈 중심화 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라며 "동양적 사유의 문법은 해체와 대결보다는 생태적, 유기적이며 통합이다"고 동양적 담론을 주제로 설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우 감독은 "동양성이 광주비엔날레의 하나의 표상으로 설정되고 동양적 실천을 담아내는 것이지 대립구도로서 동양성을 설정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비엔날레 다시보기' 시도...관객큐레이터 도입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광주비엔날레는 전시주제와 함께 전시의 주요 방향과 일정 등도 밝혔다.

이용우 예술총감독
이용우 예술총감독오마이뉴스 강성관
(재)광주비엔날레는 "전시주제가 2004년 광주비엔날레의 방향과 관련 많은 변화와 참고자료들을 생산할 것"이라며 "특히 비엔날레를 수행하는 생산자로서 큐레이터와 참여작가, 그리고 소비자로서의 관객 사이 전통적 관계규정을 재설정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시주제에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광주비엔날레 되돌아보기'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전시 방향과 관련 "2004년 광주비엔날레의 전시구성은 주제를 포괄하는 '종합전시'와 주제를 세분화하고 재해석하는 '소주제 별 전시'로 구분된다"면서 "종합전시는 비엔날레의 5개 전시관에서 열리며 소주제별 전시는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한 주변공간과 광주시내의 현장들, 공공건물, 그리고 대안공간 등에서 열리게 된다"고 밝혔다.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리는 '종합전시'에는 수십 명의 큐레이터를 초빙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는 '관객 큐레이터'를 절반 정도 영입하여 전문큐레이터와 더불어 예술의 생산과 소비구조에 대한 적극적 재해석과 다변화를 실현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용우 감독은 "관객 큐레이터는 기존 전시기획의 관례화, 권력화, 파편화를 깨고 관객의 시각과 미학적 희망들을 드러내줌으로써 보다 친근한 비엔날레문화를 창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관객 큐레이터들의 비전문적 지식 등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비엔날레와 전문가 집단과의 워크샵 등을 통해 해결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관객 큐레이터 모집과 그 대상에 대해 "구체적인 모집 방식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를 통해서 확정할 것"이라며 "관객의 지위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대상이 될 것이며 전시기획 등에 경험이 없는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포함될 것이다"고 말했다.

'소주제별 전시'는 비엔날레 전시관 외의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며 그 대상은 과거 비엔날레의 기획전시에 참여하였던 공공장소나 미술관, 대안공간, 특정한 사이트(site) 등이 해당된다. 지난 1회에서 4회까지의 전시기획 관계자들을 참여시킬 예정이다.

한편 이용우 감독은 전시주제의 영어표기와 관련 "'물 한 방울'은 'a drop' 등 다양하게 표기할 수 있고 '먼지' 또한 그렇지만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고민"이라며 "내부 논의를 통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5회 광주비엔날레는 2004년 9월 10일부터 11월 13일까지 두 달 동안 개최되며 (재)광주비엔날레는 올 9월말까지 전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12월 참가작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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