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물이 불어나 계곡물이 박진감있게 휘몰아친다우동윤
아버님 생신으로 한자리에 모인 형제들과 사촌들이 가족 야유회를 가기로 했고, 장소는 옥산서원이었다.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여름휴가가 있지만 각자 사정으로 같이 휴가를 즐기지 못하니 짧으나마 일요일 한나절을 함께 보내기로 한 것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을 제향하고 후학을 교육하기 위한 옥산서원. 유적지라는 선입견 때문에 가족 나들이 장소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속으로 장소 선정에 대한 불만을 가졌지만, 도착해서 본 그 곳은 그야말로 기대이상이었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기다렸다는 듯이 뜨거운 햇살과 습도 높은 기후로 짜증을 느끼고 있던 차에 이리저리 휘몰아치며 바위 사이를 질주하는 시원한 물줄기에 그동안의 짜증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 했다.
사실 나만 몰랐지 포항, 안강 등지에 사는 사람들에겐 꽤 유명한 곳이라 했다. 출발 전에 비가 와서 망설였지만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가족 나들이란 생각에 계획대로 강행하기로 했던 것이 주효했다.
간간이 이슬비가 내린 탓인지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키 큰 나무로 숲에 들어가 자리를 펴고 앉으니 그까짓 이슬비 따위야 감히 범접하지 못했고, 정오 무렵이 지나면서부터는 날은 개었지만 해는 나오지 않는, 그야말로 한 여름 중간에 가을 같이 선선한 날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