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이 아저씨의 보람찬 휴가 나기

레크레이션 강사 처남과 해맑은 아이들이 함께 보낸 여름성경학교

등록 2003.07.28 15:32수정 2003.07.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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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뽀빠이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이 별명을 붙여주면 사랑한다는 표시기도 합니다.

뽀빠이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이 별명을 붙여주면 사랑한다는 표시기도 합니다. ⓒ 김민수

'뽀빠이 아저씨'는 우리 교회 아이들이 처남에게 붙여 준 별명입니다. 작은 이벤트사를 하면서 생음악카페에도 출연하는 처남이 여름휴가를 저의 집에서 보내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는 소포를 세 상자나 보내왔습니다. 휴가 오는 데 무슨 짐이 그렇게도 많은지 공항까지 마중을 나오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교회로 치면 가장 바쁜 시기에 목회를 하는 매형집으로 휴가를 오는 것도 그런데, 짐까지 많이 부쳤다고 하니 철없는 처남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오해입니다.


소포상자를 하나하나 열어보니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하는 아이들에게 줄 선물들과 장난감들, 놀이기구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레크레이션 전문가인 처남이 올 여름휴가는 매형이 섬기고 있는 작은 농어촌교회의 여름성경학교를 지원하는 일로 보내겠다고 바리바리 용품들을 싸 보낸 것입니다.

a 내꺼는 거의 다 먹어가는데 왜 넌 안 먹니?

내꺼는 거의 다 먹어가는데 왜 넌 안 먹니? ⓒ 김민수

여름성경학교 첫째날, 처남은 아이들을 순식간에 휘어잡고는 '뽀빠이 아저씨'로 인기가 수직상승을 합니다. 처남과 내가 닮은 점이 있다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너는 왜 아이들을 좋아하니?"하면 처남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 좋아요"합니다.

저는 교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담기에 분주합니다. 처남은 자기가 가진 장기와 준비해 온 물품들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해맑은 웃음을 선사하며 연신 땀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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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 저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동시에 해맑은 웃음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어른들의 횡포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크로즈업이 되면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농어촌의 아이들은 문화적인 혜택에서 멉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삶과는 전혀 다른 세상들에 대한 허상들만을 보면서 자라게 됩니다. 시골에도 입시위주의 교육이라는 망령이 아이들을 옭아매고 있어 그 아름다운 자연을 곁에 두고 즐길 수 없고, 친구들과 함께 도와가며 살아가기보다는 어려서부터 경쟁관계로 만나고 있습니다.


이 예쁜 아이들이 열심히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면서 땀흘리면 다 행복해 질 수 있는 세상, 그것은 꿈속에나 있는 세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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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아이들의 얼굴 하나하나에 예쁜 그림을 그려주니 예쁘던 얼굴이 더 화사해 집니다. 처음에는 사진 좀 찍자면 피하던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바로 포토샵 작업을 조금 해서 컬러 전용 OHP필름에 인쇄를 해서 보여주니 그 이후로는 너도나도 모델이 되겠다며 나섭니다.


"목사님이 사진 찍어주는 거 영광으로 알아라이~ 목사님은 웬만해서 인물사진 안 찍는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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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땀을 흘린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주며 더위를 달래라고 합니다. 팽나무 아래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느껴집니다.

"애들아, 재미있냐?"
"예!"
"이렇게 재미있게 놀아봤냐?"
"아니요!"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다니 다행입니다. 이렇게 작은 농어촌교회의 여름성경학교 첫째 날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속에서 지나가고 있었고, 처남의 여름휴가도 그렇게 하루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땀을 흠뻑 흘린 처남과 모든 활동을 마치고 오징어 낚시를 할겸 바다에 나갔습니다. 바람이 세서 오징어 낚시는 하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분주한 휴가, 자신만을 위한 휴가보다 얼마나 시원한 휴가인지 모릅니다.

이런 휴가, 이웃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휴가를 보내고 나면 우리의 육체만 시원해 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까지도 시원해 지는 것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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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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