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민의 분노, 특수진압부대로 막을 수 없다

경찰력 등에 업고 핵폐기장 밀어붙이려는 노무현 정부

등록 2003.07.29 20:21수정 2003.07.3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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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2일 군청으로 향하는 한 부안군민의 얼굴을 향해 전경이 방패로 찍고 있다.

22일 군청으로 향하는 한 부안군민의 얼굴을 향해 전경이 방패로 찍고 있다. ⓒ 김보리

출범 5개월밖에 되지 않은 노무현 정부가 잘못된 정부정책에 항의하는 국민의 외침에 벌써부터 방패와 곤봉으로 화답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1만2천명의 부안군 주민들이 참여한‘핵폐기장 유치 반대 부안군민대회’에 정부는 1001-1003 등 근거리 공격형 진압부대를 앞세워 폭력진압으로 대응했다.

이날 하루에만 100여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왔으며, 29일 현재까지 30여명이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부상자의 대부분이 50-60대의 노인, 여성 등 약자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분노를 더욱 사고 있다.

26일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산자부와 행자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군청 진입 시도를 하던 주민들에게 경찰은 분말소화기를 뿌리며 방패와 곤봉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문규현 신부가 갈비뼈를 다치고, 85세의 할머니가 머리를 곤봉으로 맞아 병원에 입원중이다.

이러한 경찰의 폭력은 지난 18일 국무총리가 주재한 11개 부처장관회의에서 핵폐기장 유치에 따른 부안 주민의 시위에 단호히 대처키로 결정하고, 이어 22일 당일 노무현 대통령이 엄정대처하라고 지시한 직후 이뤄진 일로 정부가 부안주민들의 핵폐기장 반대 운동에 대해 사전에 강경진압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직후 경찰이 기다렸다는 듯이 ‘핵폐기장 유치 반대 부안군대책위’의 지도부 21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곧바로 발부하고 검거에 나선 점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경찰, 22일 군민대회 '폭력 조장'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불교환경연대 등 종교사회단체 대표단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고 24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일은 국가가 부당하게 위력을 사용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도리어 폭력과 갈등을 조장한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대부분 노인 여성 어린이 등 약자들이 참여해 이뤄진 평화집회에 1001-1003 같은 공격형 진압부대를 앞세운 것은 경찰이 이번 집회를 강경진압할 계획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는 주민들의 반대운동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강경진압을 통한 사법처리를 준비한 것”이라며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의 치료 등을 요구했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주민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의회의 의견도 무시한 채 진행된 김종규 부안군수의 돌연한 핵폐기장 유치신청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한 행위로 이미 부안군 주민들의 거센 저항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부안주민들의 예고된 저항에 폭력진압의 각본을 써놓은 것이다.

이는 지난 6월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경찰투입과 네이스 반대투쟁에 대한 전교조 위원장 구속에 이은 국민의 저항권에 대한 탄압으로 희망의 돼지저금통으로 상징되는 기대 속에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출범 5개월만에 경찰력에 기댄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으로 빠르게 전환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인권을 억압하는 국가권력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국가권력은 오직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만 사용돼야 한다. 인권보장이야말로 권력이 존재하는 목적이자 이유이기 때문에 국민은 인권을 억압하는 권력에는 언제든지 저항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현재 부안군 주민들의 절규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부안 일대에 경찰병력을 증가해 인구 3만2천여명의 부안읍 내에 5000여명의 전투경찰이 상주하고 있다.

부안군 주민들이 지금의 상황을‘80년 5월 광주’와도 흡사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도 결사항전을 다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생존이 걸린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경찰병력 증파가 아니라 이러한 절박한 주민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잘못된 정책결정을 되돌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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