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투명한 유리컵에 냉수를 담아 얼음을 띄운다. 물에 녹아들며 새는 얼음의 숨소리가 더위에 막힌 숨통을 녹여낸다. 불쾌지수로 늘어진 혀에 서늘한 얼음이 스며드는 순간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단박에 씹어먹을지 천천히 녹여먹을지 고를 틈도 없이 혀에 닿은 얼음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는 계절. 톡 쏘는 맥주, 달콤한 팥빙수, 얼얼한 수박화채와 사람이 그리운 요즘 만약 얼음이 없다면 우리의 여름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다른 이들의 시원한 여름을 책임지기 위해 방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싸늘한 여름을 보내는 곳이 있다.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서강냉동얼음공장은 에어컨은 고사하고 그 흔한 선풍기 하나 없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급증한 매출로 고단함도 잊은 채 긴 옷을 겹겹이 껴입고 시린 손발을 불어가며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극심한 온도차에 처음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X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 를 치르며 통과의례를 거친다.
얼음의 단위는 '각' 으로 표현하며 한 각은 135Kg에 달한다. 5월부터 시작해 한참 성수기에 접어든 요즘 식용 얼음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하루에 150-200각 정도를 만들어낸다. 가공되지 않은 큰 관빙은 먹기 좋게 3cm로 규격 된 큐빅으로 잘라져 소비자들과 만난다.
얼음은 그 사용 목적과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빙수에 쓰이는 셰이브드 아이스(Shaved Ice), 세이크에 들어가는 크랙키드 아이스(Cracked Ice), 냉면에 넣는 조각 얼음 크러시드 아이스(Crushed Ice), 술에 낭만을 더하는 큐브 아이스(Cube Ice), 덩어리 얼음인 럼프 아이스(Rump Ice), 1Kg이상의 큰 얼음인 블록 오브 아이스(Block of Ice)등이 있다.
얼음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크게 입수, 냉동, 탈빙으로 나뉜다. 식용 얼음을 만들기에 정수 된 수돗물을 쓰고 얼음에 공기를 넣어 다 얼을때까지 계속 불순물을 걸러준다. 가공을 마치지 않은 큰 관빙엔 가운데 부분이 텅 비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공기가 불순물을 걸러주었던 흔적이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