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로드맵 빠진 것 있다

등록 2003.08.02 17:17수정 2003.08.0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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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월부터 7월 사이에 ‘인사개혁 로드맵’을 비롯하여 ‘지방분권 로드맵’ ‘행정개혁 로드맵’ ‘재정·세제개혁 로드맵’ 등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청와대 뉴스에 의하면 ‘전자정부 로드맵’ 등 앞으로 추가되어야 할 로드맵이 몇 가지 더 있긴 하지만 총체적인 청사진은 완성됐다는 것이다.

로드맵은 정부조직에 의해서 실행되어진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조직의 행정시스템이 어떻게 설계될 것이냐가 중요하다. 행정시스템의 모습은 지방분권 로드맵과 행정개혁 로드맵에 의해서 구체화될 것이다. 만약 정부의 로드맵대로 실현된다면 그것은 지방분권적인 행정, 효율적인 행정, 봉사하는 행정, 투명한 행정, 함께하는 행정, 깨끗한 행정의 모습을 띄게 될 것이다.

이러한 행정패러다임들은 물론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들이다. 우리사회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21세기 환경의 특성으로서 너무나 명백하게 지적되고 있는 ‘급변’과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반영된 패러다임이라고 하기에는 좀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돌아보건대, 한반도에서의 국제정치환경은 북한 핵문제로 인하여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냉전과 패권으로 회귀되는 듯한 데다가 북한 핵문제는 아직도 그 해결의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서 사회내부 갈등의 골은 자꾸 심화되어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정치개혁도 정치·사회세력간의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글로벌화 되어 있는 경제환경 속에서 투자와 금융흐름의 방향은 가늠하기가 어렵기만 하고 노동시장도 구조조정과 경기불황 등으로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급속한 정보화의 진전과 기술의 혁신으로 행정수요 패턴은 더욱 복잡다양해지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계획과 집행이라는 전통적인 행정패러다임보다는 대응과 변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수평적이고 분권적인 행정구조와 유기적인 매트릭스 조직구조, 수요자 중심적인 행정기능과 자율적인 기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로드맵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물론 지방분권적인 행정과 효율적인 행정 그리고 함께 하는 행정이라는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주요과제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요소를 발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급변과 불확실성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과 탄력적인 변신을 강조한 행정개혁의 목표가 부각됐어야 한다고 본다.


‘급변’과 ‘불확실성’속에서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또 하나의 패러다임은 핵심기능 집중화와 동기촉진적인 행정이다. 이것은 민영화나 민간위탁을 통해 정부역할의 범위를 축소하되 목표설정과 정책개발 등 방향제시적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글로벌화 되어 있는 국제환경 속에서 정부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지만 동기형성 내지는 동기촉진의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로드맵에는 이러한 목표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민영화, 민간위탁, 정부와 기업간 협약 등은 작은 정부의 실현이라는 이념적 측면이외에도 현실적으로 정부가 안고 있는 역할의 과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비스 산출과 공급기능을 위탁하는 것이지 정부가 져야 할 사회적 책임까지 위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동기촉진적인 행정, 그것은 광의적으로는 사회발전을 위한 국가역할 중 본연의 역할만을 담당하고 그 밖의 것은 민간에 위임 또는 위탁한 후 사회전체적인 관점에서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의 동기를 함께 형성하고 촉진시켜나가는 것을 말한다. 협의적으로는 정부가 담당한 역할이라 하더라도 정부는 목표설정과 정책개발 등에 주력하고 서비스생산 및 공급은 민간부문에 위탁한 후, 민간부문의 동기를 촉발하는 것을 뜻한다.

이제 국정과제 추진이 본 궤도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그 실천과 함께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다듬는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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