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잡는 멸치', 가격 폭락에 어민 울상

생산자도 소비촉진 대책에 나서야

등록 2003.08.06 13:11수정 2003.08.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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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건조장 멸치.  건조장에는 선별작업을 기다리는 멸치가 수북하지만 가격폭락으로 시름만 깊다

건조장 멸치. 건조장에는 선별작업을 기다리는 멸치가 수북하지만 가격폭락으로 시름만 깊다 ⓒ 이상율

"울며 잡는 멸치." 잡으면 잡을수록 재고만 쌓이고 가격은 떨어져 시름만 짙어진다. 남해안 일대에서 멸치를 잡고 있는 기선 선인망 업자들의 푸념이다.

기선 선인망은 매우 규모가 큰 어업형태다. 여수에는 15개 선단이 있다. 조업하는 모선은 두 척, 어군탐지기를 탑재한 전파선 한 척, 잡은 멸치를 삶는 가공선 한 척, 운반선 한두 척 등 다섯 척 또는 여섯 척으로 1개 선단을 이루고 있다.

해상에서 조업하는 선원은 41명∼45명 정도, 육지에서 선별작업과 상품 마무리 작업 등에는 약 60∼70명이 투입된다.

a 멸치 운반선  조업현장에서 잡은 멸치를 공판장까지 운반하지만 멸치값이 제값이 아니어서 힘이 빠진다.

멸치 운반선 조업현장에서 잡은 멸치를 공판장까지 운반하지만 멸치값이 제값이 아니어서 힘이 빠진다. ⓒ 이상율

3년 전부터 이 선단들은 평균 600t의 멸치를 잡았고 못 잡아도 평균 400t으로 예년에 비해서는 두 배에 가까운 수치였다.

멸치 가격도 어획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중멸치의 경우 1박스(2kg)에 1만 7천원, 2만2,3천원선으로 매우 높았다.

그런데 금년에는 7,8천원, 1만1,2천원선으로 절반 가격으로 폭락한 것이다. 심지어는 수협의 위판 가격이 소멸치의 경우 1박스당 5-6천원, 중멸치 3천여원밖에 되지 않을 때도 있어 조업비용조차 마련하기 힘들어 시름에 잠길 수밖에 없다.

a 경매. 가격은 폭락해도 중매인들이 낙찰을 받기 위한 손길은 바쁘다.

경매. 가격은 폭락해도 중매인들이 낙찰을 받기 위한 손길은 바쁘다. ⓒ 이상율

6일 아침 여수수협 위판장의 입찰가격은 중멸치 1박스 5천원선에 머물렀다. 뿐만 아니라 골치를 썩히고 있는 것이 작년과 재작년에 잡은 냉동창고에 보관된 멸치다.


멸치 어황이 좋지 않을 때를 대비, 제값 받기 위하여 비축한 멸치가 금년에도 많이 잡히는 데다 가격은 폭락하여 미처 시장에 내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스란히 비싼 냉동 보관료만 물어야 해 경영 압박만 가중시키고 있다.


멸치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식단에 없어서는 안될 식품이었다. '칼슘'의 보고로 어린이의 성장에도 좋고 여자들의 골다공증을 방지하는 데도 매우 유익한 식품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멸치볶음은 학생들의 도시락 반찬에 귀한 메뉴였다. 멸치볶음을 가져온 그 친구의 주변에는 항상 다른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그만큼 멸치 볶음이 인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인스턴트식품이 일반화되면서 멸치가 영광의 뒤안길로 밀려나고 있다. 멸치의 쇠퇴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생산자들은 그저 멸치만 잡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멸치를 원료로 한 식품 개발을 소홀히 했고 군납 등 대량 소비처를 개발하지 못하고 유통구조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데다 정부의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남해안 일대 6월 멸치 어획량은 3892t으로 작년 같은 달 1742t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으며, 상반기 전체 어획량도 10만570t으로 작년 같은 기간(8만1998t)에 비해 22.6%나 증가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2㎏들이 박스당 1만원을 호가하던 산지 수협의 마른멸치 위판가격은 최근 5천원 대로 폭락했으며 시중 소비자 가격도 지난해 2만원 대에서 최근에는 1만원선을 밑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a 위판 대기  위판장 밖에까지 쌓여있는 멸치가 위판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위판 대기 위판장 밖에까지 쌓여있는 멸치가 위판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이상율

그러나 지금까지 가격 안정을 위한 비축량 매입 등 특별한 대책이 없다. 이제 생산자들도 단순히 멸치를 잡는 데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직접 판매에 나서야 한다.

우선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늘리는 등 유통구조 개선에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 전국 각지의 알뜰 장터나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여 보다 싼값에 공급해야 한다.

수협 위판장의 입찰 가격은 폭락했지만 소비자들은 평년과 같이 입찰가의 2∼3배 이상을 주고 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멸치를 부식 원료로만 생각하지 말고 멸치를 원료로 한 아이스크림, 과자 등 다양한 식품개발에도 투자해야 한다.

군납, 대형 단체 식당 등 대량 소비처에 대한 납품도 강화해야 한다.또한 정부도 가격안정화 외에도 국민 건강을 위한 소비촉진을 위한 전향적 정책개발에도 나서야 한다.

일본에서는 연중 서너 차례 초·중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멸치 주머니 달고 다니기 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멸치가 어린이들의 성장에 좋기 때문에 주머니를 만들어 멸치를 넣고 다니면서 평소에 먹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건강과 멸치의 소비촉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셈이다. 우리도 한번 생각 해볼 대목이다.

또한 북한 동포를 위한 범국민적인 멸치 보내기 운동 등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멸치. 울면서 잡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잡는 멸치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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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기자임. 80년 해직후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밥벌이 하는 평범한 사람. 쓸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것에 대하여 뛸뜻이 기뻐하는 그런 사람. 하지만 항상 새로워질려고 노력하는 편임. 21세기는 세대를 초월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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