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택시 '파업' 어디로 가나?

파업29일째.. 협상 결렬에 노노갈등까지

등록 2003.08.06 22:47수정 2003.08.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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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달 8일 0시를 기해 강릉 '민주택시노동조합'은 ▲사납금 철폐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의한 완전 월급제 등을 요구하며 29일째 천막농성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달 8일 0시를 기해 강릉 '민주택시노동조합'은 ▲사납금 철폐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의한 완전 월급제 등을 요구하며 29일째 천막농성을 감행하고 있다. ⓒ 김경목

지난 5일로 파업 29일째 접어든 강릉 '민주택시노동조합'(본부장 서성신, 이하 민택노조)의 파업 사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강릉시는 5일, 4개 회사 사업주들과 만나려 했으나, 대표이사들의 거부로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게다가 중재를 자청하고 나선 시장까지 여름휴가(4∼9일)를 떠나, 노사는 얼굴조차 맞대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노사는 지난달 25일 실무 협상을 통해 "근로형태는 1인 1차제"로 시행하자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노사간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했으나 지난달 28일 갖기로 한 3차 협상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거부해 결렬됐다.

사측의 이같은 태도에 강릉시청 김세환 교통과장은 "지난 23일 노사정 간담회에서 노동자들의 과격한 언행 및 인신공격 자제 당부의 약속을 노조가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이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세환 교통과장의 주장에 노조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에 각 회사 대표이사들의 집 앞 투쟁을 전면 중단하고, 도심집회 등에서도 노조원들의 입조심을 당부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성실교섭에 임하라"는 노조의 주장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도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묵묵부답하고 있어 장기 파업의 불을 지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청 비난 욕설에 불붙는 노노갈등?


이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택시 파업이 '노노'갈등까지 빚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택시 노동자와 공무원 노동자간에 미묘한 감정의 골은 지난 1일 밤사이 시청사 입구 벽면에 시장과 시청 공무원들을 비난하는 욕설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새겨진 날부터 깊어졌다.


이 사건은 그 동안 택시 노조의 시청 앞 천막농성과 시위로 날카로워진 공무원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꼴이 됐고, 공무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강릉시 공무원 노동조합 인터넷 게시판 '자유발언대' 에선 서로를 비난하는 설전이 계속됐다.

네티즌 '참고'씨는 '노조 탈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공공 시설물을 파괴하는 짓은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이 없다"라며 "민주택시 노조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택시 노조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이디 '조합원'씨는 "이기심을 버리고, 지난해 연가 파업을 생각해 역지사지로 동지들을 바라보자"라고 글을 올렸으며, 아이디 '가까이서'씨는 "서로를 비판하는 글도 관심 있게 읽어보고, 나와 좀 다른 생각의 글이 오른다고 구구절절 비판한다면, 그것도 버려야 할 행동 중의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청사 내 분위기는 "택시 노동자들이 밖에서 고생할 때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자성의 목소리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노노갈등의 전선이 어디로 이동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렇듯 상황이 난관에 부닥치게 되자, 경실련을 비롯한 제시민사회단체는 "더 이상 이들의 생존권 위협을 묵인할 수 없다"며 사태 해결 위해 이번 주 내로 '택시파업해결대책협의회'(가칭)를 만들 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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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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