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이장들 과반수 사퇴

전북도, '외부세력의 이장직 제출 강요' 논란.

등록 2003.08.08 09:40수정 2003.08.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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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이장의 절반이 넘는 이장 290명이 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부안 군민들의 핵폐기장 투쟁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전라북도가 '외부세력 개입'을 주장하며 반대투쟁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비민주적 행정거부 이장단 290명 사퇴(57.9%)

a 사퇴서명서를 들고 있는 이장단

사퇴서명서를 들고 있는 이장단 ⓒ 오두희

7일 부안군 이장단 290명(1차 서명자)은, "김종규의 핵폐기장 유치 신청이 주민들과 의회를 무시한 독단적인 행정행위로서 원천무효라고 선언하고, 이후 김종규씨와 함께 부안군민을 위한 행정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퇴한다"고 밝혔다.

또한 독단적인 행정행위로 평온하던 부안군을 혼란과 갈등속에 몰아넣고 경찰을 동원하여 150여명의 군민들을 폭행한 군수는 더 이상 군수의 자격이 없으므로 전체 군민들은 김종규씨를 소환하고 탄핵하기 위한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오전 10시 발족한 '김종규 부안군수 소환서명운동본부(본부장 김선곤 의원, 이정애 이장단대표)'는 범부안대책위와 사퇴 이장들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대표단 4명(부안읍 송사섭, 백산면 정병엽, 계화면 윤찬호, 김선곤 도의원)은 상경해 오후 4시경 행정자치부에 이장사퇴서를 접수했다.

군수소환 서명운동은 7일부터 1주일 동안 진행한 뒤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전라북도, 부안이장들에게 '외부세력 제출 강요 신고' 서한발송


a 6일 전라북도 자치행정국장이 부안 이장단에 보낸 서한문

6일 전라북도 자치행정국장이 부안 이장단에 보낸 서한문

a 이장에게 보낸 공문

이장에게 보낸 공문 ⓒ 오두희

전라북도가 지난 6일 부안군 이장 501명에게 일제히 서한문을 발송해 '외부세력의 사직서 제출 강요를 신고하라'고 호소한 사실이 밝혀졌다.

문명수 전라북도 자치행정국장 명의로 발송된 이 서한문에는 "이장님들 일부가 강요에 의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는 소식에 안타깝다"며 7일까지 진행된 이장단 사퇴 서명에 대해 외부개입설을 제기하며, "격렬한 반대시위는 현지 주민이나 단체라기 보다는 일부 외부세력이 주도"하고 있으니, "이들(외부세력)에 의해 주민 총의가 왜곡되어서는 안되며, 이장님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할 경우 신고하면 관계법에 의해 처벌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 서명운동본부 발족식

서명운동본부 발족식 ⓒ 오두희

"부안 민심 왜곡하는 어처구니없는 처사"

이 서한문의 기본적인 취지는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이지만, 서한문 전문에 따르면 사실상 부안 군민들의 20여일의 핵폐기장 반대투쟁이 부안 군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외부세력의 개입에 의해 격화되었다는 것이 전라북도의 입장이다.

이런 도의 처사에 대해 핵폐기장 백지화 전북대책위의 이정현 대변인은 "도가 동네 이장단들보다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며, "그간의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자발적인 주민들의 시위를 일부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매도하는 것은 부안 군민을 두번 죽이는 꼴"이라며 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8일, 도의 공개서한에 분노한 부안 이장 5명과 핵폐기장 백지화 전북대책위 소속 회원들은 자치행정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문명수 자치행정국장은 "(외부세력 개입설에 대해) 모 지역 일간지 사설을 참조했을 뿐이고 본인이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신분을 밝힐수 없는 누군가에게 몇몇 부안 이장들이 (이장 사퇴를) 강요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 국장은 "8월 15일까지 사실 여부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한 후 사과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비민주적인 행정 거부를 위해 이장직을 사퇴하면서

우리는 핵폐기장 유치를 주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고, 군 의회에서도 부결했으며, 군수 자신도 유치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공언해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종규씨는 부안 군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부안의 미래를 추락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몇 시간만에 혼자 독단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는 김종규씨가 부안 군민을 우습게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행위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거이자 독재라고 생각합니다.

김종규씨는 핵폐기장을 비롯한 여러 시설들이 절대 안전하며 지역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습니다만, 우리는 핵 관련 시설들이 세계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주민들을 위협해 온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또 "핵이 부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안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군민들은 무유형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 후손들에게 수 만년 동안 고통과 피해를 주어야 한다는 것은 진실로 면목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불과 며칠사이에 부안의 각계각층 사람들이 '핵폐기장 반대, 군수 퇴진'의 깃발 아래 모여들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의사들과 선생님들, 방범대와 조기축구회 회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도 등교를 거부하고 "핵을 반대한다!"고 함께 투쟁하는 것을 보며 벅찬 감동을 느낀 바 있습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의 지도자들로서 우리 고장을 지키고 군민들의 복지를 위해 앞장서야 하는 책임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 김종규씨의 잘못된 결정으로 부안 군민들이 고통받고 부안의 미래조차 암울해지는 현실에 눈감을 수 없어, 오늘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부안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운동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는 김종규씨와 부안의 행정을 함께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장직을 사퇴하고, 그의 퇴진만이 우리 부안의 희망을 지키는 일이라는 일념으로 군수 소환 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입니다.

한수원과 부안 군수의 집요한 공작을 막아내고, 우리들과 후손들이 함께 살아갈 '생거 부안'을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할 것입니다. / 부안군 사퇴 이장단 290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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