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 부처님안병기
평평한 냇돌이 촘촘히 박힌 길을 올라가다보면 돌축대와 돌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올라섰다. 뭉개구름이 낀 하늘과 그 아래 염소뿔처럼 솟아오른 울금바위가 두 눈을 가득 채운다. 나는 지금 1300년 백제 고찰인 능가산 개암사에 도착한 것이다. 개암사는 백제 무왕 35년(634년)에 왕사였던 묘련 스님이 변한에 있던 궁궐을 고쳐 절로 바꾸면서 묘암의 궁궐을 묘암사, 개암의 궁궐을 개암사로 부른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돌계단을 올라서면 왼쪽에 아담한 조립식 건물이 있다. 죽염의 기원지로 이름난 개암사의 각종 죽염을 전시, 판매하는 곳이다. 죽염은 대나무속에 천일염을 넣고 황토로 입구를 막은 뒤 높은 열에 아홉 번을 구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천일염의 유해 성분이 걸러지기도 하고 대나무와 진흙의 기운이 소금에 배어 들어 사람에게 매우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책에선가 '시중에서 파는 소금엔 바지락이 죽어버리지만 죽염이나 천일염엔 바지락이 춤을 추며 놀더라'는 우스개 섞인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절에서 죽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그 역사가 꽤 오래 됐다고 한다. 일일불작(一日不作)이면 일일불식(一日不食)이라,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라는 백장선사의 가르침인 백장청규(百丈淸規) 정신이 여기 이르러 오롯히 꽃을 피웠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