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동 교수와 함께 한 일본 속 한국근대사 현장답사안창규
목적지는 히다카시. 그곳에는 1000년 전 고구려인들이 정착하여 그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전철 안에서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는데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천년 전 이 일본 땅을 찾아 먼길을 나섰던 선조들, 그 하늘을 그대로 쳐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머문 자리에는 흔적들이 남는다고 합니다.
내가 태어나기 1000년 전 어느 맑은 날, 이국의 맑은 하늘을 보면서 그들은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요? 지금이야 기술 발달로 이웃나라인 일본으로 건너오는데 비행기를 타고 2시간 정도면 가능하지만 1000년 전 그 험난한 바닷길을 건너왔던 사람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 있었을지 궁금해 지더군요.
이국 하늘 아래서 새로운 터전을 잡고 나름대로의 삶을 열심히 살았을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국의 하늘 아래 있는 나의 모습을 되새겨 봅니다. 생각에 잠긴 지 1시간 남짓, 목적지인 코마에키(高麗驛)에 도착했습니다. 전철이 멈추고 문이 열리는 순간 낯익은 한자가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高麗. 우리는 고려라고 읽지만 일본어로는 '고마'라고 불립니다. 일본의 한 지역 이름이 "고려"라는 것에 놀라운 마음이 들더군요. 고마역은 한국 어느 시골마을의 조그마한 역을 닮아 있었습니다. 역 앞 광장에 세워져 있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등 빨간 장승도 한국의 어느 경치와 닮아 있더군요. 일행들 모두가 정겨운 풍경에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