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바람' 삶의 골짜기까지 불어닥친다

[포토에세이]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등록 2006.07.14 11:55수정 2006.07.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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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입구. ⓒ 안창규

서울 땅에서 '가장 낮은 곳을 어디냐'고 내게 묻는다면 난 서슴없이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라고 대답하겠다.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오늘날 부의 상징으로 알려진 타워팰리스와 그 맞은편에 포이동 266번지인 판자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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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그리고 타워팰리스. ⓒ 안창규

고도성장과 더불어 농촌이 붕괴되고,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서울로, 서울로 올라오면서 서울 판자촌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대회를 거치며 고도성장에 대한 성과를 세계에 자랑했지만, 그 이면에는 판자촌 역사의 어두운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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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그리고 그 안의 소외. ⓒ 안창규

미관상의 이유로 서울에 자리잡은 판자촌 사람들이 수난을 당했고, 특히 격렬하게 저항했던 서울 상계동 판자촌 사람들은 결국 정부의 강제 철거로 집들을 잃었다.

상계동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집을 잃고 명동성당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했던 상계동 사람들은 부천 고강동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건설했다. 하지만 이곳도 88올림픽 당시 성화봉송 주자가 지나가는 자리라는 이유로 무참히 빼앗긴다. 부천시의 철거 작업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이들은 결국 고속도로 옆길에 땅굴을 파고 생활했다.

가난에 대한 아픔이 있는 곳. 판자촌은 서울의 슬픈 역사이다. 포이동이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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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리를 잃어버림에 대하여. ⓒ 안창규

포이동 사람들은 군사정권 아래에서 많은 탄압 속에서 삶의 터전을 지켜왔고, 나름대로 가난한 사람들과 그 삶의 터전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강제 철거의 공포 속에서 하루를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경제성장'이란 명목 하에 많은 농촌 공동체들이 붕괴되었다. 그 결과 고향을 등진 사람들은 농민에서 도시의 빈민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성장의 그늘에서 살아가고 있는 포이동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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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 안창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왜 항상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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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 안창규

우리가 조금 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한미FTA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누군가 조금의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NAFTA를 체결한 멕시코의 농촌사회는 급속히 붕괴됐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어 거리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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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과 버거킹. ⓒ 안창규

성장도 인간을 위한 성장이어야 한다. 누군가를 희생하고 성장을 해야 한다면, 성장에 희생되고 소외 받은 사람들에게 그 희생의 대가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풍경을 바라보면 성장이라는 단어들이 무섭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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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인간을…. ⓒ 안창규

인간은 더불어 같이 살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이윤보다 인간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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