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07

인과응보(因果應報) (4)

등록 2003.08.14 12:15수정 2003.08.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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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에도 소문은 돌기 마련이다.

최근에 돈 소문 중 가장 세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마선봉신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배루난도 이회옥에 대하여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처럼 젊은 청년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추호도 서슴지 않고 그의 멱살을 잡아끌었던 것이다.


이회옥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배루난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네놈은 근무시간에 성밖으로 나가 술을 마시고 해롱거렸다. 이는 근무태만과 더불어 임지 이탈의 죄를 범한 것이다."

근무태만으로 지적 받으면 장 이십에 한 달 복무 연장이다. 게다가 임지 이탈 역시 장 이십에 한 달 복무 연장이다.

따라서 곤장 사십 대에 두 달이나 복무기간이 늘어난다 생각한 배루난의 안색은 흙빛이 되었다.

"허억! 부, 부당주님…!"


이회옥은 배루난의 누렇게 뜬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또한 철마당 부당주인 본좌의 멱살을 잡았으니 하극상의 죄를 범했다."


하극상은 최하가 곤장 일백 대에 복무기간 삼 개월 연장이다. 죄질에 따라 아예 참수형으로 다스리기도 한다.

따라서 위의 죄만 가지고 따졌을 때 최하 곤장 일백사십 대에 복무기간 팔 개월 연장이라 생각한 배루난은 정신이 없어졌다.

말이 팔 개월이지 팔 일만 더 복무하라해도 살인을 낼 판이었다. 그만큼 지긋지긋하다 생각했던 것이다.

"아, 아이고, 부당주님! 속하가 눈이 삐어 그만… 흐흑! 하늘같은 부당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요. 흐흑! 속하를 용서해주십시오. 흐흐흑!"

"흥! 거기에 무적검을 분실한 죄를 추가한다."
"예, 예에…? 아, 아이고 부당주님! 속하를 용서해 주십시오."

무적검 분실은 복무기간이 무려 오 년이나 늘어난다.

다른 죄에 비하여 형벌의 형평이 맞지 않는 이유는 무림천자성 이외에는 가질 수 없는 병기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소중히 다루라는 의도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다.

"흥! 네놈은 선무분타에 근무할 때 사고를 쳐 본성의 명예를 더럽힌 놈이다. 그러고도 반성하기는커녕 근무태만에 임지이탈, 게다가 하극상에 무적검 분실이라는 죄를 추가로 지었으므로 본좌는 네놈을 팔열지옥갱에 하옥시킬 것을 요구할 것이다."

"허억…! 팔열지옥갱이요? 아, 아이고… 부, 부당주님! 흐흑! 속하에게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고…"
"흥! 어림도 없는 수작! 네놈이 무슨 소리를 하건 반드시 팔열지옥갱에 하옥시킬 것은 즉 그리 알고 있어라."

말을 마친 이회옥이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보자 배루난은 그의 발 앞에 엎어지며 애원하였다.

"아이고, 부 당주님! 속하를 용서해주십시오. 제발… 흐흑!"

의천문 앞에서 이십사 정의 수호 대원과 손속을 나눈 이후 이회옥은 보무도 당당하게 입성한다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철마당주 뇌흔이 즉각 철마당 부당주에 임명하였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이의를 달지 못하였다.

말 다루는 솜씨는 물론 무공으로 따져도 당주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하였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철기린은 물론 제일호법인 무영혈편 조경지 등이 보는 앞에서 멋진 봉술 시범을 보여 봉신이라는 외호을 얻었다.

이날 철기린이 베푸는 연회에 불려간 이회옥은 선무분타 분타주 하보두가 자신에게 오해를 품고 있기 때문에 오랜 동안 복귀할 수 없었다고 설명하였다.

사실 선무곡을 떠나 무림천자성이 있는 무한에 당도하기까지 이회옥은 수없이 나붙은 방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엔 무림살생부에 기록된 무면호리(無面狐狸)와 내통한 이회옥을 생포하도록 밀고하는 자에게는 은자 삼천 냥을 준다는 글귀와 더불어 용모파기가 그려져 있었다.

현 세상은 가히 금권(金權)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나 마찬가지인 시대이다. 따라서 은자만 있으면 쥐뿔이나 처녀 불알도 살 수 있고, 귀신 틀니도 살 수 있다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막대한 현상금이 걸린 수배범이 혹시 눈앞에 나타나지 않나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듯 느껴졌다.

그렇기에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객잔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하여 풍찬노숙(風餐露宿)을 일삼아야 하였다. 그러다가 정 배가 고프면 어쩔 수 없이 주청을 이용했는데 출입하기 전에 원래의 용모인지 아닌지를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였다.

선무곡을 떠날 때 비접나한이 남긴 여의안면변형술로 수시로 얼굴을 바꾸었기에 때로는 원래의 용모인지 아닌지를 깜박하여 하마터면 수배망에 걸릴 뻔한 경우도 종종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설명을 들은 철기린은 파안대소를 터뜨리며 이회옥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하! 세상을 살다보면 때때로 아무런 죄도 없건만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도 있지. 본좌는 자네의 결백함을 믿네. 따라서 이 순간 부로 자네는 자유의 몸일세. 핫핫! 자, 술이나 한잔하게."

말을 마친 철기린은 술을 권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몸과 마음으로 고생한 것에 비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간단한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끝났다.

모든 혐의가 사라졌음은 물론 그동안 그토록 집요하면서도 지긋지긋하던 수배 또한 해제된 것이다.

만일 백안무발 하보두가 또 다시 이회옥의 혐의를 거론한다면 설사 진짜 죄가 있다 하더라도 먼저 항명죄로 엄히 다스려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차기성주의 권위가 얼마나 지엄한 지를 가늠하는 좋은 본보기로 세상에 공개될 것이다.

아무튼 자유의 몸이 된 이회옥은 철마당 부당주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한편 가까이 있는 철마당주 뇌흔과 철검당주 방옥두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폈다.

그러는 동안 철마당주와 철검당주 등 팔대당주들은 자신들보다 아래 직급이건만 노골적인 호의를 보였다.

이회옥이 철기린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무림천자성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당주급들 조차 내원 구경을 못해본 사람이 수두룩한 데도 이회옥은 무시로 내원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기린원에 불려가곤 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기린이 성주가 되면 이회옥에게 중임(重任)이 맡겨지게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만일 그 자리가 철마당주나 철검당주가 아닌 감찰당주(監察堂主)가 된다면 이야기가 많이 틀려진다.

이 자리는 무림천자성 사람들이 직, 간접으로 연관된 모든 비리를 조사할 권한이 있는 자리이다.

조사대상은 성주 일가를 제외한 모든 직급이었다. 당주급이지만 전주나 원주, 호법이나 장로까지도 조사할 권한이 있는 막강한 자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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