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08

인과응보(因果應報) (5)

등록 2003.08.15 11:03수정 2003.08.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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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패한 상황이다.

청렴결백하고 고고한 척하는 사람들이 하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대부분은 바보 소리를 듣는 세상인 것이다.


무림천자성의 당주들 또한 적지 않은 비리를 저질러 제법 은자를 모아두고 있었다.

개인적인 치부(致富)를 위해 축적한 것도 있지만 장차 있을 승차를 대비해 뇌물용으로 축적한 것도 상당수 있다.

이것이 발각되면 전 재산은 몰수당할 것이고, 가까운 일가는 노비로 전락될 것이다. 게다가 팔열지옥갱에 하옥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뒤가 구린 자들은 이회옥에게 접근하여 노골적인 아부를 해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두뇌 명민한 이회옥은 왜 당주급 이상 되는 상관들이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지를 금방 깨달았다. 하여 그들이 다가올 때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


소리장도(笑裏藏刀), 즉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 칼을 갈게 만드는 두 사람이 있었다.

태극목장을 공중 분해시킨 철마당주 뇌흔과 철검당주 방옥두가 그들이었다. 둘은 철기린의 명을 받아 움직인 하수인이었고, 깃털이었지만 직접적으로 병장기를 휘두른 장본인들이기에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철천지원수인 것이다.


따라서 그들을 척살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공식적인 자리 이외에서는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조만간 있을 북선무곡에 대한 대대적인 선제공격을 준비하느라 워낙 바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음모의 주모자이자 몸통이라 할 수 있는 철기린도 마찬가지였다. 차기성주로서 천하의 정세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늘 철룡화존에게 불려가 있곤 하였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제세활빈단의 조사가 정확하다는 것이다. 철기린의 주위에는 십팔호천대와 오십사 명에 달하는 특급 호위무사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철기린이 빙기선녀 사지약과 운우지락을 나눌 때에도 곁을 떠나지 않는데 늘 삼 장 이내의 간격을 유지한다 하였다.

좀처럼 원수를 갚을 기회를 찾지 못해 노심초사하던 이회옥은 각당 부당주들의 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주루에 들렀다가 우연히 배루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정의수호대원들은 웬만해서는 배속된 임지를 바꾸지 않는다.

한 군데 오래 있어야 그곳을 정확히 파악하고 만일 어떤 상황이 발생될 경우 이에 가장 적절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지에서 사고를 쳐 현지 사람들과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을 경우는 다른 곳에 배속시키기도 한다.

아주 가끔 총단으로 불러들이는 경우도 있다. 다른 임지에 배속시켰는데도 그곳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또 다른 사고를 쳤을 경우가 그렇다.

아무튼 평상복 차림으로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이회옥 일행은 술에 잔뜩 취해 소란을 피우는 일단의 무리를 보았다.

그들은 여섯 명이었는데 모두들 나이도 있어 보였고, 정의수호대원으로서의 생활에도 이력이 난 듯한 자들이었다.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시중을 들던 시비의 둔부와 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쥔 자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것이 고통스러웠는지 시비가 눈물을 흘리며 사라지자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웃던 그들은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인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거나하게 취해갔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살이 찌푸려질 일이었으나 부당주들은 으레 그러려니 하는 듯 별 신경을 안 썼다.

참다 못한 이회옥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동석했던 부당주들이 각기 한 마디씩 던졌다.

"핫핫! 이 부당주는 역시 젊은 사람이야. 어째 혈기왕성한 자네가 안 일어나나 그랬네."
"하하! 자네도 그렇게 생각했는가? 나도 그렇다네. 그나저나 이 부당주! 그냥 자리에 앉으시게. 저놈은 내가 조금 아는 놈인데 선무분타에서 사고 쳐서 총단으로 불러들인 놈이네."

"이름이 뭐라더라…? 배 뭐라고 하던데… 아, 맞아! 배루난이라는 놈이네. 저놈하고 마구위라는 놈이 마차로 여아 둘을 깔아 죽이는 사고를 쳐서 복무기간이 석 달인가 늘어났는데 이제 한 달쯤 남았을 것이네. 나머지 놈들도 갈참들이니 그냥 냅두게."

"맞아, 어차피 한솥밥을 먹는 셈이니 저 정도는 그냥 봐주게."
"하하! 그러는게 좋을 듯하네. 저놈들을 내쫓아봐야 도도했던 우리 주흥만 깨지니 술맛만 떨어지지 않게 그냥 술이나 마시세. 자자, 이제 그만 진정하고 여기 내 술잔 받으시게."

철검당의 부당주로부터 배루난과 마구위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이회옥의 눈빛이 잠시 반짝였다.

제세활빈단에서 작성한 악인록에 기록되어 있기를 사고를 낸 배루난은 총단에, 그리고 마구위는 금릉분타로 전출갔다고 되어 있다.

반드시 죽여야 할 인물들이나 총단이나 금릉분타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있는 줄은 알지만 그들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되어 있었다.

무림천자성까지 오는 동안 이회옥은 철천지원수인 철검당주와 철마당주, 그리고 철기린를 척살하는 것 이외에 성주인 철룡화존 구부시와 부성주인 인의수사 채니, 그리고 비보전주인 무비수사 고파월과 순찰원주인 오각수 도날두 등 그야말로 수뇌부 중의 수뇌부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마음먹은 바 있었다.

이들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억조창생을 진정으로 편안케 하는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은 것이다.

이들 이외에 죽여야 할 인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이 바로 배루난과 마구위였다. 선무곡의 아무 죄도 없는 어린 소녀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그야말로 지옥의 악귀나찰과도 같은 심성을 지닌 자들이니 반드시 목을 베어 죽여야 한다 생각한 것이다.

사실 배루난이 멱살을 잡아끌 때 이회옥이 적극적으로 이를 뿌리치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자신을 끌고 가려는 의도는 어딘지 사람들의 이목이 차단된 곳으로 가려는 것일 것이다.

정말 그런 곳에 당도하면 먼저 그의 목을 벨 참이었다. 그래서 억울하게 죽은 두 소녀의 혼백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려 하였다.

그러나 만일 이것이 여의치 못할 경우 항명죄나 상관모독죄로 다스리려면 목격자들이 많아야겠기에 일부러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끌려간 것이다.

하여 죽림에 당도하자마자 이회옥은 태극일기공으로 진기를 끌어들인 후 천시지청술(天視地聽術)을 시전하였다.

워낙 울창하기에 이 정도면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불행히도 누군가의 입에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가 터져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동안 배루난이 소리를 친 것이고, 한참 운우지락을 즐기던 갈참이 투덜거리면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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