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에 있던 구 교사. 벽에 학교파행운영을 규탄하는 자보가 빼곡히 붙어있다.권박효원
18번째가 되는 이날 공연은 '거리공연의 결정판'인 셈. "학교가 정상화되면 반드시 기념공연을 가지자"고 서로 다짐했던 학생들은 결국 그 약속을 지켰다. 지난 5월부터 기획에 들어갔고, 한 달동안 밤을 새워가며 연습을 했다. 이미 총학생회 간부를 비롯한 몇몇 학생들은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한지 오래다.
지난 1년 동안 학생들은 학교와 밀고 밀리는 싸움을 계속해왔다. 길지 않은 기간동안 학장이 바뀌었고 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렸다. 학생들의 수업거부와 학교측의 100명 무더기 제적이 이어졌다. 학생들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학교살리기 운동'을 벌였지만 학교측은 재단 해산 신청을 냈다.
지난해 2학기부터 서울공연예술전문학교의 수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으니 거리에서라도 수업을 계속하자"며 공연을 열었다.
시설 낙후, 실습지원 부족에 학생 불만...구 재단 "직업전문학교 현실은 학원"
처음 사건이 시작된 것은 실용음악과 교수와 강사 전원이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요구문'을 학장에게 제출한 지난해 5월. 학장이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자 실용음악과 교수학생연대는 그 달 27일 무기한 수업거부에 돌입했다.
당시 교수와 학생들이 행동에 나선 것은 시간강사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학생들은 시설 낙후와 실습지원 부족에 대해서 불만을 가져왔다. 악기나 음향기계도 노후됐고, 방음 및 냉방시설이 없어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 학교측은 시설이나 임금 문제에 대해 "예산이 적자상태"라고 강조해왔지만 학생들은 "건물임대료와 인건비 빼고는 들어가는 돈이 거의 없다. 등록금이 최고 279만원이고 실습비도 따로 내는데 적자라니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직업전문학교는 교육부가 아닌 노동부 소속 시설이다. 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업전문학교의 현실은 '학원'이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학생과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냐"는 입장을 강조했다. 학생 징계원칙와 관련해서도 "직업전문학교는 대학교와 다르다. 학칙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수업거부가 일어난 다음날, 하성호 당시 학장은 학생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퇴진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학교에는 새 학장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학교살리기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학교발전과 제도개선을 위한 제안서'를 작성하고 장보고 학장과 합의문을 채택했다. "하성호 학장의 대리인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단 믿어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학생 수업거부하자 용역업체 불러...100명 무더기제적, 법인해산 등 파행
그러나 학생들의 기대와는 달리 문제는 오히려 심각해졌다.
9월 개강과 함께 장 학장은 '학과 존속을 보장한다'고 애초 약속한 것과 달리 뮤지컬과, 애니메이션과와 영화연출과를 일방적으로 폐과 처리하고, 대신 비서과, 스튜디어스과, 요리과 등 공연예술과는 무관한 과의 설립을 추진했다. 학장에게 이의를 제기하던 학생 김정근씨는 "등록금을 분할납부했다"는 이유로 제적됐다. 결국 학생들은 9월 26일부터 수업거부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