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행정의 체제 혁신, 성공할까?

교육 관료의 사고 전환이 개혁의 핵심

등록 2003.08.17 23:12수정 2003.08.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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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지방교육행정 체제를 학교, 교실 중심으로 혁신하기 위해 기능, 조직 진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말까지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을 비롯해 지역교육청, 각급 학교 등 총 100개 기관을 대상으로 대규모 기능, 조직 진단이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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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 미술시간최인
목표는 학교와 교실이, 지방교육행정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지금까지는 학교와 교실이 교육행정의 중심에 서 있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단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교육부가 교실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동안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왜, 학교와 교실이 교육행정의 들러리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아왔을까? 또, 그같은 상태를 이제껏 방치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는 이번 진단을 통해, 학교현장과 일선 교육행정 기관의 업무 전반에 대한 기능, 직무분석과 문제점, 발전방향 등을 실증적, 체계적으로 번석할 전망이다. 이를위해 진단과정에 현장교원과 교육 행정가들을 적극 참여시켜 실제 현장의 필요와 요구를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의 판에 짜여진 학교 교육 시스템이 탄생할까 두렵다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지방 교육행정 체제에 엄청난 변화가 예고된다.
우선, 각급 학교단위에서 지역교육청, 시도교육청, 교육인적자원부에 이르는 교육행정 단위가 어떤 형태로든 간소화될 것이고, 교육청의 행정 체제가 일선 학교의 지도감독에서 지원체제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은 말한다. "지역 교육청에서 하는 일은, 교육부에서 내려 보낸 공문이 시, 도교육청을 거쳐 일선 학교에 무사히(?) 전달되도록 하는 창구 역할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따라서, 지방교육행정 체제의 혁신 프로그램은 역시, 지방교육청의 기능과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각급 학교의 고민을 가장 잘 아는 기관은 시군단위의 지역교육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교육청은 이제까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지시사항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오히려 덧붙여서 일선 학교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자처했다.

말 그대로 지역교육청은 교육행정 체제는 갖추고 있지만, 의사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전달되는 고충이나 애로사항을 개선하는데 교육행정의 역점을 두는 게 아니라, 상급 기관의 지시와 명령을 학교 현장에 전달하는 데만 충실했던 것이다.


교육부의 지시사항이 지역교육청을 거쳐 그대로 학교에 전달되는 이런 시스템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지방교육행정의 학교, 교실 중심은 생각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주교육대학 이경한 교수는 ‘공문대로만 움직이는 교육청이 존재하는 한 학교, 교실 중심의 변화는 물론이고, 창의적인 학교 교육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행정단위를 간소화시킨 후, 이들 기관의 역할은 그야말로 학교, 교실 현장을 도와주는 쪽으로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수십년간 학교와 교실을 감시, 감독만 해온 교육 행정관료들의 관행처럼 굳어진 습성이 쉽게 변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교육 행정단위의 간소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육관료들의 사고방식이 180도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교육연대 상임대표이면서 교육혁신위원인 강승규 위원은 '지난 수십년간 일선 학교에 대해 감시, 감독만 해왔던 사람들이 단숨에 학생과 교사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쪽으로 바꿔지는 것이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바로 지방교육 행정체제 혁신의 핵심이다'라고 주장했다.

알면서도 미뤄온 교육혁신방안, 과연 추진될 수 있을까?

당장, 교육 문제에 대해 그간 첨예하게 이해를 달리 해온 집단들이 이같은 혁신 방안에 대해 엄청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육개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실제로, 전국초등교장단은 최근 하계연수회에서, 교장선출보직제의 절대 반대와 함께, 교사회와 학부모회의 법제화도 교육현장의 갈등을 조장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전교조측은 "학교와 교실의 주인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제외시키고는 학교자치, 교실중심이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교육행정 체제를 학교, 교실 중심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교사회와 학부모회, 학생회의 법제화부터 추진돼야 한다고 말한다.

교실의 주인은 누구일까?

전교조전북지부 이항근 지부장은 "핵심 줄기를 찾다보면 결국 학교 자치가 문제다. 행·재정적으로 학교자치가 보장되어야 모든 개혁의 골간이 마련 될 것이다. 또한 교실개혁이라는 것도 학생과 교사가 주인이 되지 않는 한 결국 외부에서 강제된 교실개혁일 수 밖에 없다"며 "교사회와 학부모회, 학생회의 법제화 문제가 학교자치의 핵심이고 따라서, 이 부분이 교육부가 얘기하는 지방교육행정 체제 혁신의 핵심이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교실 중심이 되려면 교실을 구성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삼자가 자율적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성과위주의 결과물을 경계한다.

수십년간 알면서도 미뤄온 지방교육행정 체제의 혁신을 올 연말까지 6개월안에 진단을 끝내고 개혁안을 마련한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금, 학교 현장에서 NEIS, 즉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의 인권침해 논란으로 학교현장을 갈등과 불신의 현장으로 만들어 놓고 해결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또 다른 숙제를 학교에 던져 놓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미심쩍은 일은 교육혁신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교육부가 서둘러 지방교육행정 체제 혁신에 나섰다는 점이다. 여하튼 학교와 교실을 교육의 중심에 놓기 위해 관료적이고 획일적인 교육행정의 틀을 깨는 시도를 하고, 학교현장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기관이든 첨예하게 충돌하는 이해집단간의 주장을 잠재우고 교육주체들이 필요로 하는 혁신안을 내놓는 일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교육부가 제시한 시한이 지난 후에 다시금, 용두사미에 그친 교육정책에 또 다시 실망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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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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