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 무엇인가?

박철의 <느릿느릿 이야기>

등록 2003.08.19 07:51수정 2003.08.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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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들보다 잘 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해본다. 한마디로 없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잘 한다고 딱히 내세울 만한 게 없다.


남들보다 공부나, 운동을 잘하지 못했다. 손재주도 없다. 머리를 잘 돌리지도 못한다. 성질은 급한데 행동은 굼뜨다. 건망증도 심하고 실수투성이다. 남들보다 잘 하는 걸 특기라고 하는가? 특기가 없다. 정말 하나도 없는가? 있기는 있는데 이걸 잘한다고 말했다 흉잡히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나는 외발손수레 운전에 일가견이 있다.

하나는 외발 손수레(강원도에서는 똥 구르마라고 부른다)를 잘 끈다. 거름을 실어나를 때 요긴하게 사용하는 농기구이다. 외발수레 면허증을 주는 데가 없어서 그렇지 만일 외발수레 면허증 시험이 있었다면 단번에 붙었을 것이다. 사람들 중에서도 외발수레를 나만큼 운전하는 사람이 드물다.

나도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어떻게 외발수레 운전을 잘하게 되었는가? 강원도 정선에서 목회 할 때 겨울이면 연탄을 연료로 사용했다. 교회 위치가 동네 진입로에서 3백 미터쯤 떨어져 있는데, 밭두렁 길이어서 자동차나 경운기는 갈 수가 없다.

그것도 밭 임자가 밭 한 고랑이라도 더 붙일 요량으로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내서 그 좁은 밭두렁을 지나야 한다. 밭두렁 밑으로는 사람 키만한 둔덕이어서 대낮에도 똑바로 걸어야지 다른 데 한눈팔다간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우체부 아저씨도 동네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교회까지 걸어서 온다. 우편물을 받을 때마다 미안하다.


조금 과장해서 평균대 같은 좁은 밭두렁을 4년 동안 다니다 보니 탁월한 균형감각을 저절로 터득하게 되었다. 겨울에 땔감으로 연탄을 들여놓아야 하는데, 그걸 3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지개로 져나를 수도, 일일이 손으로 나를 수도 없다. 그렇게도 해보았는데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궁리해낸 것이 외발 손수레였다. 외발 손수레에 연탄을 실으면 40장 정도는 너끈히 실을 수 있다. 처음에는 20장 정도 싣고도 균형을 잡지 못해 휘청거리다 밭두렁에 처박아 아까운 연탄을 박살내기 일쑤였다. 깨진 연탄도 다 주워다가 붙여서 땠다. 처음에는 20장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양을 늘려 나갔다.


외발 손수레에 짐을 실을 때는 앞쪽에 많이 실어야 한다. 그래야 손잡이를 잡고 일어서면 무게 중심을 잡기가 편하다. 연탄 40장을 외발 손수레에 싣고 밭두렁을 지나 주택 연탄 광에 연탄을 쌓는다. 나중에는 숙달이 되어서 연탄을 한 장도 깨트리지 않았다. 연탄 광에 연탄 3-4백장 들여놓으면 부자가 따로 없다. 연탄 광에 연탄이 가득하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그 때 외발 손수레를 확실히 배웠다. 그 후에 교회에서 무슨 공사를 한다든지, 똥거름이나 비료포대를 나른다든지 하면 기분 좋게 옛날 솜씨를 발휘한다. 다른 농사일은 서투르다. 김을 맨다든지, 삽질을 한다든지 키만 멀쑥하게 크지 일이 야무지지 못하다. 사람들이 웃는다. 그러나 외발 손수레 운전은 잘한다. 기우뚱거리지 않고 똑바로 잘 간다.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칠 만 하다.

나는 다슬기 잡는 특별한 기술이 있다

또 하나 나는 다슬기 잡는 일을 잘 한다. 엊그제 TV에서 다슬기 한 양재기에 7천 원이라고 하는 걸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내가 강원도 정선에서 목회 하던 시절 한 여름, 조양강에 나가 살다시피 했다. 매미가 악을 쓰며 요란하게 울어댄다.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아무 할 일이 없다. 낮잠을 자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시간을 보내긴 해야겠는데 그래서 궁리해 낸 것이 다슬기 잡이였다.

다슬기 잡이는 나만의 노하우다. 나처럼 잡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벌써 정선을 떠나온 지 15년이 되었으니 다슬기 잡는 기술을 공개한다. 일단 수영을 좀 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다슬기를 잡는 걸 보면 물이 무릎 아래 정도 오는 낮은 데서 다슬기를 잡는다.

다슬기(Pleuroceridae)에 대하여



"다슬기"는 우리나라 냇물에 흔한 연체동물로 따로 떨어져 살지 않고 떼를 지어 산다. 암수 딴 몸이지만 겉으로 봐서는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기가 힘들다. 일반적으로 큰 개체가 암컷일 확률이 높고 암컷은 알을 낳은 후 알이 부화될 때 까지 몸에 지니고 다닌다. 논우렁이처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종이다. 우리나라에는 2속 9종이 서식한다고 보고 되었는데 실제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껍질의 표면에는 껍질을 세로로 가르는 가늘고 얕은 굴곡이 많이 있다. 또는 봄, 가을과 겨울의 성장속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굴곡인 성장맥이 거칠게 나있는 것도 있는데 자라는 지역과 환경에 따라 모양과 형태 변화가 아주 심하다.
나선형으로 층을 이루지만 원래 5-6개의 층이던 것이 부식되어 3-4개의 층만 남기 때문에 원추형의 껍질이 평행하게 둘러져 있다. 이것이 그 위층까지 나 있는 것도 있다.
색은 황색에서 검은색까지 다양하고, 매끈한 것에서 종륵, 나륵이 있는 것까지 다양하다. 각구는 난형이고 둘레가 두꺼워지지 않고 얇다. 제공은 닫혀 있고 촉각은 길고 촉각의 아래쪽 밖에 눈이 있고 자웅이체이나 음경은 없다. 산란 홈을 갖고 난생을 하는 알다슬기속과 유생낭을 갖고 있어 난태생을 하는 다슬기속이 있다. 전국에 널리 분포하나 북한의 함남중부(함흥)이북은 분포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되어 있다. 다슬기의 방언은 고둥, 민물고둥, 다슬기, 고디, 데사리, 소라, 달팽이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다슬기가 표준어이다.

/ 해가든 자료실(http://www.daslki.net/)
나는 사람들이 깊어서 안 가는 곳을 찾는다. 깊은 곳은 다슬기가 사람 손을 타지 않아 많고 씨알이 굵다. 물깊이는 물이 가슴정도, 깊은 곳은 목까지 오는 정도가 좋다. 반드시 안경을 써야 한다. 물안경이 아니고 그냥 안경을 쓰고 물에 얼굴을 살짝 집어넣는다. 그러면 안경이 돋보기가 되어 다슬기가 어디 붙어 있는지 잘 보인다. 그런 다음 발가락으로 다슬기를 집어 올린다. 그렇게 해서 얼마나 잡겠냐고 하겠지만 2-3시간이면 큰 양파자루로 2개 정도를 잡아 올린다. 평소에 안 써먹던 발가락을 잘 써먹는다.

그 다음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큰 산 벼랑, 바위에 접근한다. 강원도 정선에는 산 전체가 바위지대이다. 수심이 깊고 기분이 으스스 하다. 한쪽 손으로 바위를 잡고 바위가 갈라진 틈을 찾는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한다. 바위틈에 다슬기가 집단으로 서식을 하는데, 나뭇가지로 살살 긁어내면 많을 때는 양파 한 자루가 더 나온다.

이 방법은 동네 사람들도 모르는 얘기이다. 내가 발견 한 것이다. 내가 장강(長江)에 다슬기 잡으러 오전에 나갔는데 점심밥 먹을 때가 되었는데도 안 들어오면 아내는 내가 물에 빠져죽은 것이 아닌가 해서 “여보, 여보! 어디 있어요?”하고 큰소리로 나를 부른다. 그러면 앞산에 소리가 부딪혀 메아리가 된다. 아내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바위 사이에 숨어서 꼼짝 안하고 있는다. 그러면 걱정이 되어 나를 더욱 애절하게 찾는다. 평상시 나를 그렇게 간절하게 불러보았으면. 과부되기는 싫은 모양이다.

큰 양파자루 2개면 다슬기가 함지박으로 가득 찬다. 그걸 돌로 문대고, 또 문대고, 물로 헹구고 얼마동안 가만히 놔두면 다슬기가 물 밖으로 고개를 쭉 내민다. 그 때 펄펄 끓는 물을 부으면 검은 딱지(?)가 다 떨어진다. 거기다 된장을 풀어 삶는다. 다 삶았으면 바늘로 콕 찔러 알맹이를 빼 먹는다. 동네 애들을 불러다 바늘을 나눠주고 누가 잘 빼먹나 시합을 한다. 국물은 버리지 말고 호박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도 구수하고 좋다. 괜히 다슬기 얘기해서 침 넘어 가네.

지금은 다슬기 잡는 기술을 하나도 써먹지 못하고, 교동 섬 바닷가에 와서 살고 있다. 글쎄, 앞으로 다슬기를 잡을 기회가 있을까? 아마 없을 듯싶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하는 두 가지, 외발 손수레 운전과 다슬기 잡기 기술은 그나마 내가 잘하는 거라고 남들에게 창피한 줄도 모르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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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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