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11

악인은 지옥으로 (1)

등록 2003.08.21 11:43수정 2003.08.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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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악인은 지옥으로


"챠앗! 죽어랏!"
쐐에에에에엑―!


"아앗! 누구…? 크윽!"
파지지지직―!

"어쭈? 피해? 이놈, 뒈져랏!"
쓔아아아아앙!

"허억! 이이이잇!"
퍼억! 파지지직―!

이회옥은 엉겁결에 손에 집히는 대나무로 상대의 병장기를 막아갔다. 대나무는 나무이기는 하지만 탄성이 좋아 웬만한 검으로는 쪼개는 것은 가능하나 베는 것이 쉽지 않은 수종(樹種)이다.

따라서 웬만한 검 같으면 베어지는 것이 아니라 쪼개져야한다. 이러면 상대의 검이 더 쇄도할 수 없도록 하는 효과가 생기기에 현재로서는 가장 적절한 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재수 없게도 상대의 병장기는 천하에서 가장 강도가 강한 무적검이었다. 따라서 이회옥이 엉겁결에 휘두른 대나무는 그야말로 힘없이 베어지고 있었다.

곧이어 속도가 약간 늦춰지기는 하였으나 무적검은 여전히 섬전의 속도로 쇄도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목이 베어지고 말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회옥은 크게 당황하면서 본능적으로 신형을 낮췄다. 동시에 어떻게든 상대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려 필사적으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이럴 때 조금 전에 버린 장봉이 있었다면 즉각 반격을 가해 보던지 어쩌던지 할 것이다. 그러나 손에는 봉이 없다.

지니고 왔던 것의 가운데에 금이 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 전에 버리고 나왔기 때문이다.

목숨을 건 대결에서 병장기가 속절없이 부러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목숨을 잃게 된다. 따라서 무인에게 있어 병장기는 몹시 중요하다.

그래서 무림의 각파들이 어떻게든 무적검을 소유하거나 그보다 강한 병장기를 만들러 보려고 애를 쓰지 않던가!

이회옥은 저잣거리에 당도하는 대로 새 장봉을 구해야겠다 생각하며 죽림을 벗어나려던 찰라 느닷없는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회옥이 본능적으로 신형을 낮춤과 동시에 머리카락이 한 웅큼 베어지면서 곁에 있던 대나무도 몇 그루 베어졌다. 방금 전 무적검을 막기 위해 엉겁결에 휘두른 것이 그 중 하나이다.

상대는 자신의 급습이 무위로 돌아가자 연신 폭갈을 터뜨리며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이회옥은 쇄도하는 무적검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만 칠 수 있을 뿐이었다.

이럴 때 권장지(拳掌指)를 터득한 무인이라면 장력이나 권법, 아니면 지법으로 대응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회옥은 권장지 가운데 어느 것도 터득한 바가 없다.

신법 또한 제대로 된 것을 익힌 바 없다. 그렇기에 연신 다급성을 토하며 이리저리 피하기만 하는 것이다.

끈질기게 공격을 퍼붓는 자는 놀랍게도 조금 전 말년이 메고 간 배루난이었다.

어떻게 말년의 손에서 풀려났는지 알 수 없으나 이회옥을 죽여야 자신이 팔열지옥갱에 가는 것을 면할 수 있다 생각하는지 죽기 살기로 무적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는 과연 무림천자성의 정예라 할 수 있는 정의수호대원이었다. 아무리 무적검이라고는 하지만 대나무를 베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속이 비어 있으며 예상외로 강도가 강할 뿐만 아니라, 탄성 또한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 번에 한 그루를 베어내는 것은 웬만큼 검법을 수련한 자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 번에 여러 그루를, 그것도 베어진 면이 매끈하게 베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배루난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치 썩은 짚단이 베어지듯 대나무들이 우수수 베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본 이회옥은 울창한 죽림을 파고들며 필사적으로 도주하였다. 현재로서는 그 길만이 살 길이라 생각한 때문이다.

아무리 무적검이고 정의수호대원이라고 하지만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한 번에 수십, 수백 그루를 베어낼 수는 없다.

대나무의 탄성 때문에 발생되는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울창한 곳을 골라 파고들었다. 저항이 강하면 강할수록 피해가 적기 때문이다.

"이놈, 이 쥐새끼 같은 놈! 어딜 도망가? 죽어랏!"
쐐에에에엑!
파지지지직―!

이번 공격에서도 대여섯 그루의 대나무들이 베어졌다.

동시에 이회옥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화끈함에 정신이 번쩍 드는지 배전(倍前)의 속도로 죽림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그의 어깨 부위는 삽시간에 시뻘건 선혈로 물들고 있었다.

간발의 차이로 베인 것이다. 다행인 것은 살만 베였을 뿐 근육은 베이지 않은 듯 연신 팔을 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으으윽! 이대로 가다간 저 놈한테 죽는다."

피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이회옥은 연신 뒤를 돌아보면서 머리를 굴렸다. 이 순간에도 배루난은 마치 미친 황소처럼 저돌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동시에 요란한 소리와 더불어 울창하던 대나무들이 속절없이 베어지고 있었다.

아까 이회옥의 명에 따라 말년이 지풍을 날릴 때 배루난은 가전비공(家傳秘功)인 이혈대법(移穴大法)을 펼쳤었다.

이것은 순간적으로 혈도를 움직이게 하는 것으로 격중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명문혈이나 거궐혈 같은 요혈이 공격당할 때 사용되는 구명식(求命式)이다.

이것은 요혈을 격중시켰으므로 마땅히 죽으리라 생각하여 상대가 방심하는 상대에게 치명적인 반격을 가할 빌미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반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튼 말년이 날린 지풍은 배루난의 마혈과 아혈을 정확히 격중시키기는 하였으나 그때는 이미 혈도가 약 일 촌 가량 이동한 뒤였다. 따라서 배루난은 제압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제압 당한 척한 것은 자신에게 병장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회옥의 손에 장봉이 들려 있었다.

한 자루 장봉을 들고 이십사 정의수호대원들을 상대한 덕에 마선봉신이라는 외호를 얻은 그를 맨손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 따라서 승산이 없기에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

말년의 어깨에 메어져 가던 배루난은 불의의 급습으로 그를 제압하는데 성공하였다. 이후 도주하려던 그는 생각을 바꿨다. 그대로 도주하면 수배 당할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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