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이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질을 얻는데 이렇게 많은 즐거움을 주면서 물질을 얻을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될까? 풍족하지는 않아도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하면서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은 또 얼마나 될까?
그들의 공연은 20여분간 계속 되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자발적인 기립박수(이미 서있었지만 앉아 있었더라도 일어났을 것이다)를 보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도 상품(호박엿)을 선전하지 않았다.
한치축제를 둘러보고 나가는 길에 사갈 요량으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축제를 위해 마련된 간이식당에 들어가 앉아서 간단히 요기를 하는데 커다란 엿판을 머리에 이고 손님들 사이를 오간다. 자원해서 호박엿을 사는 이들의 틈에 우리들은 혹시나 호박엿이 떨어져서 못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까지 난다.
아주 기분 좋게 호박엿을 사서 아이들 입에 넣어주고 나도 한 개 집어 입에 넣어본다. 제대로 된 호박엿이다. 이에 달라붙지 않으니….
오늘은 제대로 된 예술공연, 제대로 된 호박엿, 제대로 된 상도정신 모두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상쾌했다. 이천원 짜리 호박엿 하나 파는데도 저렇게 열과 성을 다하는데 과연 우리의 현실은 그러한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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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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