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창 가지고 평양에 가자"

서도민요 보존…통일로 가는 길목 열어주길

등록 2003.08.26 03:44수정 2003.08.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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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요의 밤 행사에서 서도소리보존회 회원들이 서도민요를 부르고 있다. ⓒ 강우영

"서도소리가 북한에 다시 심어지는 날, 우리가 바라는 통일이 이뤄지는 날 입니다."

황해도와 평안도 등 북한의 향토민요인 서도소리. 이 민요를 보존하고 그 명맥을 이어가는 서도소리보존회의 서도민요 공연이 열려 주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사단법인 서도소리 서울시지회가 주최하고 서울시, 관악구, 서도소리보존회가 후원하는 관악구민을 위한 민요의 밤 행사가 25일 오후 7시 관악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예능보유자인 김광숙, 이춘목, 유지숙 선생과 서도소리보존회 회원 20여명이 신명난 서도민요 한판을 벌였다.

서도소리는 황해도와 평안도 등 관서지방의 향토민요로 특유의 한과 흥, 정이 넘치는 우리 고유의 소리로 타지방의 소리에 비해 카랑카랑하며, 길게 내뻗어서 흔드는 가락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처량하고 애절한 느낌을 준다.

민족과 함께 해 온 평안도 긴아리·잦은아리

서도소리 공연회는 관악문화원 민요회원 일동과 신태양, 이영자, 이상순 등 서도소리 서울지회 회원 23명이 관악산 아리랑을 부르며 시작됐다. 뒤이어 놀량, 경발림, 긴아리, 잦은아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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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소리를 보존하고 그 명맥을 다음세대로 이어줄 후배소리꾼 11명도 함께 공연을 펼쳤다 ⓒ 강우영

김광숙 선생과 이춘목 선생이 함께 부르는 긴아리, 잦은아리에 관중들은 서도소리의 색다른 맛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긴아리, 잦은아리는 우리 민족과 함께 숨쉬어온 `아리랑'의 평안도식 아리랑.

서도소리의 색다른 소리 때문에 잠시 어색했던 장내는 한민족이라는 공감대가 작용했는지 민요에 대한 설명없이도 한곡한곡 마칠 때마다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김경배 선생과 박준영 선생의 배뱅이굿이 시작되자 관중석에서 왁자지껄 웃음바다를 이루면서 흥이 돋기 시작했다.

김경배 선생의 "만수무강하시오∼"라는 마지막 구절은 마치 메탈을 부르는 락커를 연상케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흥겹고 재미난 황해도 대동굿인 배치기는 꽹과리, 징, 장고가 함께 어우러져 서도민요의 흥취를 더했다. 출연자 전원이 함께 걸판진 무대를 선보인 배치기, 잦은 뱃노래는 서도소리의 깊은 맛을 한껏 느끼게 해줬다.

이밖에 몽금포타령, 개성난봉가, 방아타령, 긴난봉가, 사설난봉가 등 10여 곡의 민요가 선보였다. 특히 서도소리를 보존하고 그 명맥을 다음세대로 이어줄 남은정, 오세정, 박소연 등 후배소리꾼 11명도 함께 해 신선함을 더해줬다.

국악, 우리 정신문화를 풍요롭게 한 귀중한 문화자산

서도소리는 본 고장인 황해도, 평안도 등 관서지방 향토민요로서 조국분단이후 북한의 문화말살 정책으로 인해 그 창법이 선동적, 투쟁적 방법으로 바뀌면서 사라져 가고 있다. 다행히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된 후 역대 예능보유자 고 오복녀 선생과 서도소리 이사장인 김광숙 선생, 서울시지회 신태양 선생이 서도소리를 보존하고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사단법인 서도소리 보존회 서울시지회에서는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관서지방의 향토민요인 서도소리의 문화적 가치를 전승·보급·보존하고 있다. 통일을 대비한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공연활동을 통해 전통문화 예술진흥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서도소리보존회 김광숙 이사장은 "우리 민족의 삶을 소리가락에 담아 독특한 창법으로 표현해 왔던 전통음악은 이제 세계적인 음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우리 민족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애환과 신명을 담아내고 정신적 근간을 이루었던 국악은 우리의 정신문화를 풍요롭게 한 귀중한 문화자산"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황해도, 평안도 지방에서 전승되었던 민요, 잡가 등 관서향도가요인 서도소리와 민요는 타지역에서 전승돼 온 소리 중에서도 독특하고 깊은 맛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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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배 선생과 박준영 선생의 배뱅이굿이 시작되자 관중석에서 왁자지껄 웃음바다를 이루면서 흥이 돋기 시작했다. ⓒ 강우영

"통일되면 북한에 가서 서도소리를 전수해달라"

이번 공연은 서도소리보존회 설립 이후 전국의 7개 지회 중에서 서울지회가 처음으로 개최하는 매우 뜻깊은 행사.

서도소리보존회 서울시지회 신태양 회장은 "서도소리보존회는 분단이후 본고장인 황해도, 평안도 지방에서도 이미 사라져버린 향토 민요인 서도소리의 전승, 보급과 보존하는데 앞장서 왔다"며 "얼마전 작고하신 고 오복녀 선생님과 고 김정연 선생님 그리고 이은관 선생님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맥을 이어 왔다"고 말했다.

평양에서 태어난 고 오복녀 선생은 어렸을 때부터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 민요인 서도소리에 능해 대동강 뱃놀이에 뽑혀가는 '애기 명창'으로 이름이 났었다고 한다. 특히 '대동강 물을 마시고 자란' 마지막 서도명창, 서도민요 계승자로 불리고 있다. 그는 늙은이의 구부정하고 초라한 모습을 가리기 위해 항상 장구를 메고 나왔다고 한다.

오복녀 선생은 지난 71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뒤 서도민요 보존회를 만들어 김광숙, 유지숙, 신정애 등 제자들을 배출했고 78년에는 '몽금포 타령'을 비롯한 42곡의 발성법을 기호화한 '서도소리 교본'을 펴내는 등 발성법과 장단을 체계화해 서도소리의 원형 보존과 전파에 힘써 왔다.

제자 김광숙씨는 "90년 평양 범민족통일음악회에 다녀오신 후 '난봉가' '타령'은 형체도 없어졌다고 한탄하시며 통일이 되면 하루 빨리 북한에 가서 서도소리를 전수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셨다"고 한다.

서도민요 보존, 통일로 가는 길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 단원의 현지 연주로 함께 한 이날 공연은 관악주민 500여 명이 참석해 성대하게 치러졌다.

사회를 본 최종민 선생은 "서도민요를 통해 또 이런 공연을 통해 북한과 문화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의 길을 여는데 한 몫을 다할 것"이라며 "오늘 공연되는 서도소리가 평화 통일을 앞당기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도소리의 본 고장인 이북지역에서 사라진 소리의 맥을 잇고 전승활동을 펼쳐가는 이번 공연은 관악구 주민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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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전원이 함께 걸판진 무대를 선보인 배치기, 잦은뱃노래는 서도소리의 깊은 맛을 한껏 느끼게 해줬다 ⓒ 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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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공부하는 정치에 관심많은 사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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