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클래식!> 등... 주목할만한 이 주의 새 책들

<항해와 표류...> <열려라, 클래식> <참 좋다! 통일세상> <문학과 경계>

등록 2003.08.27 10:20수정 2003.08.3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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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의 역사는 문화교류의 역사
- <항해와 표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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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

지금으로부터 350년 전인 1653년. 네덜란드 호르큼에서 태어난 헨드릭 하멜이 제주도 해안에 도착한다.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하던 중 폭풍우을 만나 표류하다가 부득불 제주에 배를 댄 것이다.


이후 조선 정부에 의해 억류된 하멜은 13년을 조선에서 살았고, 일본으로 탈출한 후에는 연합동인도회사에 억류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하기 위해 '하멜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후 이 '하멜 보고서'를 바탕으로 씌어진 <하멜 표류기>는 서양인들이 조선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됐다. 과연 푸른 눈의 이국인 하멜은 조선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최근 출간된 <항해와 표류의 역사>(솔. 김영원 국립제주박물관장 외 지음)는 하멜의 제주도 도착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를 연구하고, <하멜 표류기>를 통해 우리 근대사를 조명해보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항해'와 '표류'라는 독특한 키워드를 통해 역사에 접근한다는 방법론이 참신해 보인다.

저자인 김영원 관장은 서문을 통해 "항해의 역사는 곧 문물교류의 역사"라고 정의하며, "한국을 중심으로 고대로부터 항해와 표류로 인해 어떤 문물의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살폈다"는 출간목적을 밝혔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등을 통해 전해지는 표류신화가 어떤 경로를 통해 '뜻밖의 만남이 가져온 문물교류'로 완성되는지를 살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연오랑과 세오녀의 신화를 포함 김수로왕의 부인 허왕옥의 도래신화, 경주 황룡사 장륙존상 설화 등이 소개된다.

2부는 하멜의 이야기다. '조선인의 생활상을 처음으로 서양에 알린 하멜의 제주 표류는 조선 근세사의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관점에서 출발, 당시 동방무역의 실태와 기록물, 유물들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하멜 표류기> 필사본(원본)이 특히 눈길을 끈다.


항해와 표류, 그리고 문물교류에 초점을 맞춘 학자들의 논문은 3부로 묶였다. 국립제주박물관 안경숙 학예사의 '바다를 통해 교류된 한국 고대 문물', 제주대 고유봉 교수의 '해양학적 관점에서 본 하멜 표류', 국사편찬위원회 이훈 연구위원의 '조선인의 표류와 기록물' 등 총 11편의 관련논문이 선보인다.


클래식음악과 쉽게 만나려면
- 이현석의 <열려라,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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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돋을새김

바하와 헨델, 모차르트와 하이든, 슈베르트와 베토벤. 초등학교 시절부터 너무나도 자주 들어온 친숙한 이름이지만 이들의 음악을 듣고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문 게 현실이다. 음악이론은 가끔 시험에 나오지만, 클래식음악의 청음능력은 입시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던 탓이다. 이쯤 되면 "한국의 음악교육은 낙제점"이란 말을 들어도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 이유로 TV와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매일 접하고,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곡을 따라 흥얼거리기도 하지만, 아직도 클래식음악 하면 '어렵다' '지루하다'는 분위기가 중론이다. 클래식음악과 쉽게 만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해본 사람들을 위한 책이 있다. <연인에게 주는 365일 음악선물>의 저자이자, 공중파 라디오 음악방송의 게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석의 <열려라, 클래식>(돋을새김)은 바로 그것.

책은 클래식 용어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의 서양음악사, 명곡을 감상하기 위한 사전상식, 클래식음악과 친숙해질 수 있는 방법까지를 골고루 담고있다. 부록으로 실린 '재미로 읽는 레코드 역사' 또한 유익한 정보다.


아이들이 통일에 관해 묻는다면
- 임수경의 <참 좋다! 통일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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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소걸음

세상 모든 아이들은 왕성한 호기심을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아이들이 통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우리나라는 왜 남과 북으로 분단된 거죠?" "왜 통일이 되어야하나요?" "북한은 어떤 사회인가요?" "통일 후에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이를 키우는 한국의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질문 앞에서 난감해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했던 임수경이 쓴 <참 좋다! 통일세상>(황소걸음)은 통일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 앞에 난처했던 부모들에게 교과서가 될만한 책이다. 저자는 두 차례의 방북경험과 꾸준한 공부로 쌓인 북한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분단과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이 질문을 던지고, 이제는 초등학생의 엄마가 된 임수경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통일의 당위성, 북한의 정치체제와 문화 등을 보다 알기 쉽게 전해준다. 책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만화가 박재동의 삽화는 아이들의 주목도를 높일 듯.


질병을 불러들인 것은 문명이다?
- <문학과경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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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경계

'중국이 바이러스 공화국으로 재현되는 것에는 서구 미디어와 지식이 결합된 제국주의의 오리엔탈리즘이 내포돼 있다'는 숙명여대 김상률 교수의 지적은 타당한 것일까?

계간 문예지 <문학과경계> 가을호는 '문병과 질병, 그 위험한 동거'라는 특집을 마련해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문학과경계>는 비단 '사스'만이 아니라 제국주의·파시즘·테러리즘·구조적 폭력·인간소외·환경파괴 등도 인류를 죽음과 멸망으로 몰고 갈 질병으로 파악하고, 21세기 벽두를 횡행하는 각종 병적 징후를 집중 고찰한다. 한양대 이도흠 교수, 연세대 국학연구원 권명아 연구교수 등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하종오와 박영근 등이 선보이는 신작시와 현길언의 '해단식', 김남일의 '사북장 여관' 등 원로와 중견작가의 소설도 함께 실렸다. 외국인 노동자의 슬픈 일상을 담담한 어조로 읊조린 하종오의 시 '코리아드림'은 독자의 코끝을 찡하게 한다.

항해와 표류의 역사 - 하멜 제주도 표착 350주년

김영원 외 지음,
솔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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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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