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비리 시정요구 교사에 '보복인사' 논란

목포교육청의 학기 중 전출 인사에 해당교사 반발

등록 2003.08.29 13:01수정 2003.09.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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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회계 부정비리에 대해 감사를 요구한 교사들이 오히려 보복성 인사를 당해 반발하고 있다.

전남도 목포교육청은 9월 1일자로 목포 Y초등학교 ㄷ분교에 근무 중인 박기홍(45) 교사, 채모 교사 등 2명에 대해 사전 협의 없이 목포시내 다른 학교로 전출(직권내신)시키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전라남도 목포교육청 전경
전라남도 목포교육청 전경정거배
그러자 해당 교사들은 “목포교육청이 학교회계부정 비리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학기 중에 부당 전보인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올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생 수가 11명에 불과한 Y초등학교 ㄷ분교에는 교사 3명 등 모두 5명의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운영비 지출은 분교 부장교사가 담당하고 본교 학교장이 최종 결재하게 돼 있다.

그런데 올 초 박기홍 교사 등은 당시 분교 부장교사인 최모씨가 허위영수증으로 수백만원의 운영비를 집행했다는 의혹을 갖고 본교에 관련 지출서류를 확인하게 된다. 박 교사에 따르면 “부장교사인 최모씨가 병가 또는 겨울방학으로 출근하지도 않았던 작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무려 수백만원이 도서구입비 등 명목으로 지출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서구입비 등 가짜 영수증 확인

지출서류 확인결과 지난해 구입한 도서의 경우 허위 영수증을 첨부했을 뿐 아니라 과학시리즈 등 일부 책은 아예 없고 도서대장에 기록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또 삼국사기 등 시리즈당 30만원이 넘는 도서의 경우 가짜 세금계산서를 첨부한 것까지 알게 됐다.


이밖에 2002년도 분교 운영예산 정산내역서 일부도 공공요금이 연체돼 있는 등 의혹 투성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학교가 어수선해지자 분교 부장교사인 최모씨는 지난 3월 1일 목포시내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운영비가 부당하게 집행된 사실을 확인한 박 교사 등은 올 3월 Y초등학교 이모 교장과 면담해 원만하게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작년도 월별 정산내역서와 영수증 복사본 등 서류도 건네줬다. 그러나 학교장이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자 지난 5월초 목포교육청 담당 장학사에게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며 재차 요청하게 된다.


이마저 해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박씨 등 ㄷ분교 교사들은 전라남도 교육청에 목적감사를 요청했으나, 도교육청은 다시 목포교육청으로 이첩해 버렸다.

형식적 감사 실시하자 이의제기

Y초등학교는 올 5월 3년마다 실시되는 학교행정종합감사가 예정돼 있었다. 박씨 등 분교 교직원들은 목포교육청 감사과정에서 원만하게 해결될 것을 기대했다. 목포교육청은 행정종합감사 직후인 지난 6월초 다시 회계예산 운영실태에 대해 부분 감사까지 실시했다.

그러나 박 교사에 따르면 “교육청 감사반이 학교회계 부정과 관련 된 비품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고 분교장 업무분장 등 의도적으로 다른 분야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사에 따르면 목포교육청에 회계부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여부나 책임소재 등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자 교육청은 다시 보강감사를 나왔다. 현장확인까지 나온 목포교육청 감사반은 문제가 된 작년부터 올 2월까지 지출한 회계부분이 아닌 얼마 전 박 교사 등이 지출한 3만3000원짜리 유류대 영수증 등을 문제 삼아 영수증을 허위 작성했다며 오히려 박 교사 등에 확인서 서명을 요구한 것이다. 분교 교사들은 작년도 회계부정에 대해 감사를 벌인 줄 알았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감사대상이 된 것이다.

목포교육청이 문제가 된 분교 부장교사인 최모씨가 지난 3월 1일자로 다른 학교로 인사 발령나기 전 회계부정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들을 문제 삼으려 하자 교사들은 다시 전남도교육청에 감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전남도교육청도 마찬가지로 목포교육청으로 이첩했다.

박 교사 등에 경고 조치

목포교육청은 지난 6월 24일부터 이틀 동안 엉뚱하게도 박기홍씨 등 ㄷ분교 교사들의 급식비 부담내역 등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Y초등학교 ㄷ분교에 대해 모두 네 차례 감사를 벌인 목포교육청은 급식비를 부적절하게 집행한 것과 복무관리 소홀 그리고 감사거부 등을 이유로 박 교사 등에게 경고조치했다.

이와 함께 허위영수증으로 도서 등을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ㄷ분교 부장교사였던 최모씨에게는 징계에 해당하는 견책을 내렸다. 또 수백만원의 추징금을 물리고 9월 1일자로 다시 한 학기만에 다른 학교로 전보인사를 단행했다고 목포교육청 관계자는 밝혔다. 따라서 목포교육청은 박 교사 등이 당초 제기한 ㄷ분교 회계부정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목포교육청이 회계부정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박 교사, 채 교사 등 2명에 대해 본인의사와 관계없이 징계성 전출인사를 한 것을 두고 보복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회계부정 일부 확인 해당교사 징계

이에 대해 목포교육청 윤모 과장은 “사회적 물의가 있으면 인사이동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또 목포교육청 이모 교육장은 “ㄷ분교에서 학부모와 교사와 갈등도 있었고 해당 교사들이 학생들보다 급식비를 적게 낸 것으로 감사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교육장은 특히 “해당 교사들이 자신들의 인사발령을 문제 삼으면 더 손해만 볼 것”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Y초등학교 ㄷ분교에 대해 감사를 벌였던 교육청 관계자는 “확인결과 도서구입비 지출 등 허위영수증 첨부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히고 그러나 “학교 운영비 유용금액 규모에 대해서는 규정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목포교육청은 ㄷ분교 회계부정비리와 관련 최종 결재권자이며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목포 Y초등학교 이모 교장에 대해서는 감사결과 경고만 내렸을 뿐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태와 관련 이모 교장은 “목포교육청에서 박 교사 등에 대해 인사조치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며 “상부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계부정비리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다가 오히려 신분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박 교사는 “ 한달 급여 50만원에 달하는 조리사 인건비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 1인당 매월 4만원씩 부담했다”고 밝혔다.

"목포교육청 부당감사에 대해 상급기관이 감사해야"

박 교사는 정당하게 급식비를 냈는데도 교육청이 근거도 없이 자신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 학교회계 서류를 유출했다는 감사지적에 대해 “현재 부패방지법에도 부패행위 증거를 함께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사회단체 등 다른 기관도 아닌 상급기관에 감사 자료로 제출한 것을 문제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이밖에 박 교사 등이 모두 3차례 걸쳐 전남도교육청에 감사요청을 했지만, 이를 목포교육청으로 이첩한 것과 관련 전남도교육청 감사실 관계자는 “초등학교를 관할하는 목포교육청이 감사를 하는 중이어서 이첩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기홍 교사는 “학교 운영비를 불법 유용한 사례를 직접 목격한 뒤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교사들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Y초등학교 회계부정비리에 대한 진상규명 차원에서 목포교육청의 부당한 감사에 대한 상급기관의 감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올 2월까지 ㄷ분교 회계 담당자로서 이번에 징계를 당한 최모 교사는 “특별히 할말은 없다”며 목포교육청이 자신에게 내린 징계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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